한동안 연락이 끊겨 노심초사하던 지남규는 을동의 방문이 무척이나 반갑다. 을동이 찾아온 날 아들이 몸이 아파 약을 지어다 먹이면서 지남규는 슬픔 반 기쁨 반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을동에게 더 신경을 쓴다. 아이에게 약을 먹인 후 을동을 불러 밤을 새워가며 대화를 나눈것을 보면 지남규의 을동 사랑이 정겹기만 하다.
10월6일. 맑고 날씨 추웠다.
맑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둘째가 신음을 하며 수일을 아파 약국에서 난간첩을 지어와 먹였다. 그때 을동이 왔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날이다. 아이에게 약을 먹인 후 을동과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새 새벽이 되었다.
(晴急寒 次男數日呻吟 炳症非常 往藥局問議 煖肝貼一貼製來 方乙東來 哀樂半半也 兒之食後 乙童聞其間事精 方曉也)
지남규의 스토리가 생겨난 시대를 증언하는 거의 유일한 바둑사진 한장이 있다. 옛날 바둑두는 모습을 기록한 그림은 많지만 사진은 극히 드물다. 1902년 영국인 '허버트 폰팅'이 남긴 사진 한장은 바둑인의 눈을 매료시킨다.
(허버트 폰팅 작. 1902년)
사진자료에는 '윤웅렬'이 바둑두는 모습이라 되어 있다. 윤웅렬(尹雄烈, 1840-1911)로 추정된다. 윤웅렬은 충청도 아산 출신으로 무인으로 출발하여 공주감영의 중군과 북병사를 거친 전형적인 무인이다.
윤웅렬은 아들 윤치호(尹致昊)와 함께 김옥균을 경계하면서 김옥균내각의 형조판서를 맡은 이중적인 인물이다. 훗날 적극적인 친일행보로 일본국의 남작 작위를 받기도 하는 매국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진은 반갑다. 바둑판을 중심으로 장죽과 재털이 그리고 침을 뱉는 '타구'까지 일체를 갖춘 실내의 환경이 바둑두는 모습을 기품 있고 운치 있게 살려준다. 비슷한 시기의 시장판의 땅바닥에서 장기를 두는 사진자료와 대조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윤웅렬과 윤치호 부자의 자료에는 여러번 바둑이 나온다. 바둑을 좋아하던 김옥균 기록도 보인다.
다시 지남규를 생각한다. 그리고 2010년 새삼스럽게 지남규가 가는 길을 반복하고 있는 바둑인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박성균 사범이 기억에 남는다. 그 기억은 오래갈 듯하다. 보고싶던 바둑마니아들을 지난 일요일(12월5일) 홍성 남당리에서 만났다. 즐거웠다.
바둑을 사랑하는 이 땅의 모든 마니아들에게 감사드린다. 지남규스토리는 그들을 위한 헌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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