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의 보병 제○사단 ○연대 4대대의 선봉중대인 13중대의 2007년 9월 어느날....

"야~ 장소위 방법이 없겠냐? 이번엔 만방으로 졌다."

중대장인 김대위가 일직사관이었던 장소위에게 하소연을 하던 중이었다.

이유인즉슨, 

영원한 바둑의 맞수이자 앙숙에 숙적 라이벌 관계였던 16중대 화기중대장과의 BOQ 특별대국실에서 벌인 주중 정기대국에서, 화기중대장인 박대위가 김대위의 집을 사석으로 죄다 메우고도 한주먹은 더 남을 만한 만방으로 보내버린 것.

동갑인 김대위와 박대위는 ROTC출신으로 둘 다 대학 바둑동아리의 주장으로 활동을 하며 각종 대학바둑대회에서 맞수이자 호적수로 어울리던 사이였었는데....

외나무는 항상 원수를 기다린다던가? 군문에 들어선 둘 다 장기복무를 선택했고, 공교롭게도 둘은 같은 대대의 중대장으로 재회를 하게 되었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더 많다는 화천. 취미가 바둑인 둘은 예전의 추억을 살려 자연스레 만나면 바둑을 자주 두게 되었고, 둘다 결혼한 처지지만 일주일에 한번은 BOQ에서 방내기 정기대국을 했는데... 대학시절엔 반반을 왔다갔다 하는 맞수였지만 이상하게 군대에선 13중대장인 김대위가 운칠기삼(運七技三)도 아닌 패칠승삼(敗七勝三)으로 엄청나게 밀리고 말았던 것이다.

"방법이 있는데 말입니다."

2소대장은 제갈공명처럼 중대 인원 상황판을 부채삼아 펄럭이며 대답을 이었다.

"중대장님. 제가 생각해본 게 있는데 말입니다., 다음달이면 대대 체육대회가 있지 않습니까  말입니다. 거기에 바둑을 집어넣는 겁니다 말입니다. 얼마전 전입한 하근성 이병이 말입니다. 연구생 출신으로 입대전 바둑 아마강자였지 말입니다. 걔를 출전시켜서 이번 기회에 화기중대를 아작을 내버리잔 말입니다!!

그리고, 연대장님도 참관하신다고 했는데 연대장님도 바둑광이라고 소문 나셨지 말입니다. 화기중대야 박대위님이 출전할게 뻔하니 말입니다. 연대장님 앞에서 박대위님을 사정없이 보내 버리잔 말입니다. 완전 꿩먹고 알먹기라 사료된다니까 말입니다"

"오케바리. 내일 대대장님께 강력히 건의해서 바둑도 종목에 넣자고 건의하지! 그리고, 장소위! 오늘 점호는 취침점호로 간단하게!!!"

13중대장 김대위는, 다음날 아침 지휘보고 때 바둑의 대대체육대회 종목 편입을 위해 수화기에 침을 한말은 쏟아부으며 건의를 했다.

"바둑은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를 지나...에또...룰로 진행되는 게임이 스포츠이며...설라무네...브릿지나 체스는 IOC에서도 인정했고...이런 전차로 바둑은 비전투손실이 없는 정신건강 정력증진에 좋고...더 나아가...세계평화와..인류공영에..."

"오케이! 거기까지~ 포함시켜!!~~"

그렇게 시간이 흘러 4대대의 체육대회는 시작되었고, 바둑도 물론 포함이 되어있었다. 축구, 농구, 족구, 산악마라톤, 사격 그리고 바둑!!

오전부터 이어진 예선부터 각 중대는 치열한 각축을 벌였는데, 결국 축구 농구 산악마라톤 사격은 각 중대가 골고루 나누어 가졌고, 족구는 대대본부가 의외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2위 3위 가중치 점수를 고려한 종합순위에선 16중대 화기중대가 13중대에 근소하게 앞섰고 결국 종합우승은 아직 끝나지 않은 바둑의 결과에 따라 결정이 나게 되었다.

대대 체육대회 특별 대국실인 대대장실.

10여분 전에 도착한 연대장을 필두로 4대대의 모든 간부가 모여 반상의 주변에 모여 관전을 하였고, 박대위가 출전한 화기중대와 필승의 카드인 13중대의 하근성 이병이 예상대로 결승에서 만나 치열하게 종반전투를 치르고 중이었다. 

실력은 분명 하근성 이병이 나았지만, 나름대로 대학시절부터 강자로 소문났던 박대위도 시종일관 물러서지 않고 군대바둑답게 전투로 일관, 쌍방간에 대마를 하나씩 잡은 얼추 비슷한 팽팽한 형세였다.

막바지, 반집이 왔다갔다 하는 패싸움.

그래도 아직 시간을 남겨놓은 하근성 이병이 유리해 보였다.

계시를 맡은 주임원사의 "하나 둘~" 소리에 팻감을 거의 소진해 버린 박대위는 피말리며 팻감수색에 눈을 까고 반상을 살피던 중이었는데...누군가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좌상귀 있자나! 흑돌 옆에 붙여~~~거긴 안받을 수 없지~!!"

그때였다. 하근성 이병이 고개를 들어 근성의 일갈을 내지른 것은!!!

"에이 쒸팍쉐리~~누가 훈수를 하고 지롤이얏ㅅ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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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보병 제○사단 ○연대 4대대 연병장에는 두 사람이 완전군장을 한 채 뺑뺑이를 돌고 있었다. 13중대장인 김대위와, 쒸팍쉐리의 주인공 하근성 이병이 그 둘이었다.

"좌상귀 있자나!"는 바로 연대장의 목소리.

그 시간부로 체육대회는 올스톱. 

연대장은 하극상을 저지른 하근성 이병과 김대위의 지휘감독 소홀을 이유로 대대자체 2박3일 군기교육대 입소를 명한 후 연대 1호차를 타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연대장이 바둑 마니아였기에 그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입대 전부터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독불장군이었던 하근성 이병. 특히 바둑둘 때 훈수 받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한 나머지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연병장을 묵묵히 걷던 김대위는 아직 팔팔하다는 듯 구보하다시피 성큼성큼 앞서가는 하근성 이병에게 말을 건넸다.

"야, 하근성이...그렇게 걷다간 하루도 못버틴다. 뺑뺑이는 말야 전방 45도를 흐리멍텅하게 쳐다보며 꾸부정하게 아무 생각없이 관조적으로 걸어야 오래 버티는 법이다~~"

"전 제 방식대로 걷슴다! 중대장님~!!" 
이어진 하근성 이병의 대답.

김대위는 하이병을 보고 절규하듯 소리쳤다.

"이런 쒸팍쉐리~~이건 훈수가 아니라 명령이얏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2007-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