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분명히 흑이 먹혔는데 오히려 백을 잡네. 미애야, 이거 니가 저번에 설명해 준 후절수지? 상대가 내 돌을 먹고 난 후에 내가 반대로 끊어 잡으니까 뒤 후(後) 끊을  절(切) 자를 써서 후절수, 맞지?

응 그래. 그런데 철아, 중국에서는 후절수를 뭐라 하는지 궁금하지 않니? 옆집에 유학 온 중국 언니가 있는데 바둑도 잘 두더라~ 우리 그 언니한테 물어보자.

(곧 차이나 언니를 데려온다)

(철이) 안녕하세요, 누나~

그래 안녕, 바둑공부 열심히 하는구나~ 중국에서는 후절수를 도탈화(倒脫靴)라는 말로 표현해~ 거꾸로 도(倒)  벗을 탈(脫)  신 화(靴)

그런데 갑자기 용왕이 바람과 비를 불러 홍수를 일으켜서 신선은 물에 빠져 사라져 버렸지. 그러자 신선이 벗어 놓은 신발이 절벽에 거꾸로 우뚝 솟아 지금의 '도탈화 바위'가 되었다고 해.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신선을 위해 제사를 지냈다고 전하고 있어.
☜ 신창동명향경내에 위치한 '도탈화'바위 

하지만, 위 두 이야기와 후절수의 관련성을 찾기란 매우 어려워….

도탈화의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 관우의 장사(長沙)전투 당시, 장수 위연(魏延)이 장사 태수 한현(韓玄)을 쫓았어. '한현'은 실제로는 북쪽으로 도망갔지만, 위연을 속이려고 자신의 신발 앞부분을 남쪽으로 향하게 해서 벗어 놓았어. 남쪽으로 도망가다 실수로 신이 벗겨졌다고 속이기 위해서지.

그래서 '자신이 가는 방향과 다르게 거꾸로 신을 벗어 놓았다.'라고 해서 도탈화(倒脫靴)라고 한 거야. 하지만, 이런 속임수를 두 번이나 했음에도 결국은 '위연'에게 잡히고 말았지. 이 고사의 '도탈화'는 페인트 모션에 가깝고 남쪽을 도모하는 척하지만, 실제 북쪽에 뜻이 있다는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과 일맥상통해.

후절수와 이 고사의 연관성을 굳이 찾자고 한다면 '한현'이 위기에 빠진 상태에서 오히려 반전을 꾀하려고 했으니까 흑백의 상황이 반전되는 후절수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이 들어….

(미애) 그럼 이 고사와 후절수는 관련이 없을까요?

(차이나 언니) 없는 거 같은데….

 도탈화에 대한 다른 고사를 이야기해 보자.

 너희 혹시 '이백'이라고 들어 봤니?

(철이) 이백? 일백 이백 삼백?

(미애) 들어 봤어요. 중국에 유명한 시인이잖아요.

(차이나 언니) 그래 '두보'와 더불어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이지. 이백은 '김삿갓'처럼 거의 평생을 떠돌아다니면서 시를 지었는데 그런 그에게도 벼슬했던 기간이 있었어. 그의 나이 마흔쯤에 친구의 천거로 현종 밑에서 한림(翰林)을 했는데 그의 기행과 기질은 대단했지.

하루는 이백이 잔뜩 취해서는 당시 최고 권력자인 환관 '고력사'에게 자신의 신을 벗기게 했어.

고력사는 분노에 치를 떨었지만, 현종의 총애를 받았던 이백이었기에 당장은 어떻게 하지 못하고 이백의 신을 벗기는 굴욕을 당했지.

여기에서 바로 신을 벗기다 ☞ 탈화(脫靴)라는 고사가 나왔어.

(철이) 이 고사가 '후절수'랑 관계가 있을까요?

이백의 고사는 보통 '신을 벗긴다'라는 뜻의 탈화(脫靴)라고 하는데 후절수인 도탈화(倒脫靴)와 연관성을 찾아보자.

도(倒)는 '거꾸로'라는 의미 외에 차례나 순서가 뒤바뀜을 뜻하기도 하거든. 그렇게 해석하면 이백의 고사에서 탈화(脫靴)는 '신을 벗긴다'이니까, 도(倒)랑 합하면 상하순서가 뒤바뀌어 신을 벗긴다. 즉 원래는 벼슬이 낮은 이백이 고력사의 신을 벗겨야 순서가 맞는데 반대로 당대 최고 권세의 고력사가 이백의 신을 벗겼다는 거지. 후절수도 흑백이 기막히게 처지가 바뀐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이 있어. ('이백이 자빠진(倒) 상태에서 고력사로 하여금 신을 벗기게 했다(脫靴).'라는 해석도 가능)

(미애) 그럼, 이백의 고사에서 후절수가 유래한 게 아닐까요?

(차이나 언니) 위의 해석도 단지 추측일 뿐 정확하지 않아.

(철이) 아~도대체 후절수 도탈화는 어떻게 생겨난 거야!

(차이나 언니) 그러니까 그게 미스터리야…. 혹시 여태까지 이야기한 거 말고도 '도탈화'에 대한 다른 고사가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이외의 알려진 이야기는 찾기 어려워.

(미애) 바둑용어 대부분이 특별한 유래를 가진 게 아닌데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후절수를 '돌의 아래(石の下)'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개천의 돌을 들어내면 가재며 물고기 알 같은 진귀한 볼거리가 있잖아요. 후절수도 돌을 들어내면 다시 먹는 진귀한 볼거리가 있으니까 '돌의 아래'라고 한 건데요.

후절수의 중국용어 '도탈화'는 어떤 고사에서 유래한 게 아니라 그냥 거꾸로 벗어 놓은 신발, 그러니까 신발을 거꾸로 하면 신발 안에서 뭔가 쏟아질 수도 있으니까…, 일본용어 '돌의 아래'와 비슷해 보이는데…. 아, 갈수록 모르겠네.

(차이나 언니) 미애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철이) 그냥 알기 쉽게 거꾸로 벗어 놓으면 반대니까 반대로 먹는 후절수랑 비슷하잖아?

(미애)그럼 왜 하필 신을 거꾸로 벗어 놓은 걸로 반대의 뜻을 표현했니? 다른 것도 거꾸로 하면 반대잖아?

(철이)그건 그래.

후절수 이야기는 일단 접고 이백의 고사를 더 이야기해 보자. 최고의 권세가 고력사만 이백에게 굴욕을 당한 게 아니라 야사(野史)에는 현종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양귀비 또한 이백이 시를 지을 동안 벼루를 들고 있었던 굴욕을 당했지.

(철이) 와~ 이백 아저씨 똥배짱이다!

(미애) ㅋㅋㅋ

하지만, 똥배짱의 결말은 역시 좋지 않았어.

고력사는 치욕을 갚아줄 걸 연구하다가 급기야 꼬투리를 잡아냈어.

이백의 시 중에 양귀비를 찬양한 게 있는데 이 시가 오히려 양귀비를 모욕했다고 고력사는 양귀비를 구슬린 거야.

(철이) 야~ 치사 빤수다!

양귀비는 발끈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이백은 얼마 안 가서 궁궐에서 쫓겨나게 되었지.

청평조사 二 이백

영롱한 이슬에

향기 머금은 모란꽃 

운우지정(雲雨之情)에

애간장은 끓는구나

한나라 궁전엔(漢宮)

누가 이(양귀비)와 비길까

곱게 단장하면 혹 모르지

첫 번째 구절에서 양귀비를 모란꽃으로 비유하는 등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칭송한 이 시를 고력사가 트집 잡은 거야. 고력사가 문제 삼은 건 바로 마지막 구절인데, 여기에 나오는 '조비연'은 한나라 때의 미인으로 한때 왕의 총애를 받아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지만 결국은 평민이 되어 걸식하다 자살에 이르지.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오르고

수천수만 관군은 서남으로 피난가네

천자의 기 펄럭이며 행군은 가다가 서곤

도성문 서쪽 백여리 마외역에 이르러

양귀비 처결 요구하며 군대는 멈춰 서고

양귀비 고개 떨구니

군마(軍馬) 앞에 떨어진 가련한 꽃잎이여 

흙에 떨군 꽃비녀 거두는 사람 없고

취교,금작,옥소두(장신구)는 주인 잃어

이리저리 뒹군다

황제는 얼굴 가린 채 어쩌지 못하고

차마 돌린 두 눈엔 피눈물이 흐르네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한순간에 비참하게 시들어 떨어져 버린 꽃, 양귀비. 그리고 양귀비의 최후를 어쩌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했던 현종의 안타까움이 절실하게 묻어나 있지….

아~ 양귀비 불쌍해.

양귀비가 불쌍한 것보다 우리 배고픈 게 더 절실한 법~

우리 중국집에서 뭐 시켜 먹자~


(미애) 와~짜장면 먹을래요~

(철이) 난, 짬뽕!!

                         <철이와 미애의 바둑여행> 중에 후절수의 일본용어를 설명한 부분

                                          <돌의 아래>

                           사진출처 http://kr.blog.yahoo.com/iskra102/1461376.html

 

 

☜ 1도

 

 

 

      

참고도는 후절수(後切手)의 모양인데, 뜻은 글자

그대로 나중에 끊는 수라는 뜻이야.

1도에서 백은 1로 두어 2도에서 흑 네 점을 먹어도

흑2로 다시 먹히지. 그러니까 백이 먹은 후에 흑이 끊는

수가 생겼으니까 후에 끊는 수 후절수가 된 거지.

                       2도

그런데 철아~ 내가 왜 냇가에 와서 후절수를 설명하는지 알겠니?

그게 다 이유가 있지롱~.

그래 그래, 마자 마자~

바위를 들어내면 진귀한

볼거리가 있듯이

후절수는 돌을 들어내면

다시 먹는, 진귀한

볼거리가 있잖아.

 

 

 

 

 

 

                      1도                                       2도

위에 참고도도 후절수인데 흑이 2도 흑◆로 두면 백이 가에 두고 흑 세 점을

잡아서 아무런 수도 나지 않아.

진귀한 보물을 캐려면 어디를 파야 할까?

 

 

 

 

 

 

 

                       3도                                         4도

흑은 3도처럼 키워 죽여야 해~

백이 4도 1로 흑돌을 들어내면 흑2로 다시 먹히는 진귀한 모양이 생기지.

영어로 후절수는 Cut back 또는 돌의 아래(Under the Stones)라고도 하는데

일본 용어 돌의 아래 石の下(ishi no shita)를 그대로 옮긴 거야.

일본 용어 돌의 아래보다는 Cut back이 좋겠지만

일본 사람의 생각이 신선하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