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당신에게 편지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야 당신을 향해 펜을 드는군요

 저 어릴 적 그대를 처음 보았지요

 그대를 보자마자 그대에게 푹 빠져들었답니다.

 까만 눈동자와 하얀 살결

 둘의 어울림을 뽐내며

 뛰노는 그대를 보았습니다

 난 그대가 마냥 좋았고 그대는 내 생활의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대가 나에게 물었지요

 "당신은 왜 나를 좋아하죠?"

 저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그냥 당신이 무작정 좋았으니까요...

 당신은 무용가였습니다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하얀 살결을 살짝 드러낸 채

 때로는 김완선의 강렬한 춤처럼 때로는 고즈넉한 승무(僧舞)처럼

 그대의 몸짓에 저는 전율했습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전 다짐했습니다

 평생 그대와 함께 하겠노라고...

 하지만, 그대는 항상 내 곁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는 저에게 당신과 헤어질 것을 종용했습니다

 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었으니까요

 어느 날 아버지는 그대를 처참하게 짓밟았습니다

 그대를 모욕하고 그대와 관련된 내 모든 걸 앗아갔습니다

 그날, 난 처음으로 아버지께 대들었습니다. 대들다가 맞았습니다

 그날 밤...  

 전 울었답니다. 서럽게 울었습니다

 누우면 그대 얼굴이 천장에 그려졌습니다

 눈을 감으면 그대는 꿈속에 나타났지요

 꿈에서 그대는 해맑은 얼굴로 속삭였습니다

 “그대 왜 우시나요?  울지 말아요

 내가 당신 맘속에 있고 당신이 내 맘속에 있으니까요...“

 한용운 님은 '님의 침묵'에서 노래했습니다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드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줄 알기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붓겠다고...

 전 당신과 헤어졌지만 당신을 보내지 않았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대와 잠시 떨어져 있었던 동안은 그대와의 재회를

 꿈꾸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월은 가고...

 그대와 난 다시 만났습니다

 그대는 변함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난 정말 기뻤고 그대와 영원히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은 어여쁜 그대와 연인인 나를 부러워했답니다

 난 '으쓱'했지요^^

 그대와 함께한 나날들, 그 시간만큼은 나에게 유토피아요, 별천지였습니다

 그대는 낙엽떨어지는 소리

 그대는 낙엽떨어진.. 편안히 기대는 벤치....

 그대는 아침햇살에 놀란 아이눈

 그대는 ....

 진흙탕속의 연꽃...

 그리고

 그대는 나의 모든 것...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을 무엇으로 다 펼쳐보일 수 있을까요?

 오늘도 나는 그대와 함께 이 밤을 뜨겁게 지샙니다

 그대의 손 난로 같은 따뜻한 입술은 지친 내 몸의 안식처

 그대의 포근한 가슴은 내 영혼의 안식처...

 그대 바둑

 내 사랑...

 바둑에 빠진 저를 위해 손찌검까지 하셨던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