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은 어떤 설명을 요하나 (1)

I. 의문과 출발

글을 시작할 때 어렴풋이 생각해 둔 주제, 은유와 관련해서 애초에 잡았던 것은 그런대로 마치는 듯하다. 몇 개 더 있었던 듯도 한데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찾아지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지난 번에 이런 이야기 했었다.

10급의 실력인 수학자 벌캄프(E. Berlkamp)는 잔끝내기의 수학적 해(解)를 발견했는데,
다양한 안목이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면
왜 다양한 전문가들이 바둑의 이해를 넓히고 있지 못하느냐?

그에 대한 답을 오늘 할까 한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반상의 과학철학에 속한다고 하겠는데,
문제의 무게에 비해 안목은 가벼운 터라 바둑계의 넓은 시야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그러하다. 이 주제는 실로 절실한 만큼이나 무겁다.

II. 설명(또는 이해, 표현)의 수준과 방식

가볍게 구별해본다.

a) 증명
b) 형상
c) 이론

반상은 그러한 방법을 사용해서 반상을 표현하고 또 설명하려고 해왔다.
자기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설명이란 무엇인가.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것을 말한다.

우린 바둑을 어떻게 두어 가는가.
우린 반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

행마(行馬)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의 몸짓을 실은 것으로
반상의 격자格子무늬(grid) 전개는 우리의 몸짓을 잘 반영해주는 바탕이 된다.
상하좌우.
그것이 우리의 위상학적 추상을 드러낸다.
상하좌우가 없다면 우린 행동하지 못할 것이 아니겠는가.

상하좌우로 우리의 몸과 의식을 붙잡지 못한다면
우린 무엇으로 우리를 드러낼 것이고 세상을 헤쳐나갈 것인가.

공간의 기하학적 유추에 우린 우리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
잘 맞추어진 존재다.
의식과 언어가 그 몸짓에 종속되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이 가능할까.

반상.
그 공간.
前後左右.

몸짓은 곧 이해였고 설명이었다.
언어였다.

바둑 두는 행위 자체가 언어를 발성(發聲)하는 것이니 곧 설명이고 이해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반상에서 우리가 증명과 형상, 이론으로 행위와 설명의 방식을 가르고 다루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당연하다.

증명과 형상, 이론.
가볍게 이리 설명해본다.

a) 증명은 이런 거.
확실에 가까운 증거가 있는 거. 인과의 고리와 절차가 있는 거.
수학에서 a, b, c, 1, 2, 3, 그런 거 사용하는 것. 그처럼 기호라고 부르는 세계를 다룬다. 의미가 배제된 부호만의 세계. 반상에서는 사활이나 맥점 수준.

b) 형상은 이런 거.
앞 글에서 은유의 언어라고 불렀던 그런 거. 행마를 지칭할 때 많이 쓴다.
자연의 형상과 반상의 형상이 충분히 유비(類比)될 수 있다는 거.
자연의 4각형은 반상의 4각형과 동등한 상(相)을 지니고 있다는 거.

c) 이론은 이런 거.
뭔가를 설명하려고 할 때, 관념적인 개념들간의 관계를 다루는 거.
그 설명의 방식 또는 결론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는 거. 현재의 과학 수준 하에서.

바둑에서는 이런 거.
“마주보는 중앙이 크다.”
“19줄 반상이 살아있는 한, 마늘모는 영원히 好手가 될 것.”

그러한 분류에 대해서 다음을 덧붙여도 좋겠다.

설명을 한다는 것은 현상을 인과관계로 구별함을 말한다. 그것은 결정론적인 경향을 띠는 것으로, 얼마나 결정론적이냐 하는 것에 의해, 즉 얼마나 조건에 의해 결정되느냐 하는 것에 의해 우리는 설명의 단계를 나눌 수 있다.

그 설명의 단계를 구별하는 가장 큰 고리는 무엇일까.
반상에서는 무엇이 그 단자(單子)가 될까.

반상에서 그것은 “돌의 자유”가 될 것이다.
“자유”란 구속되지 않는 것.

그렇다면 돌을 구속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돌을 구속하고 돌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는가.

그 답은 다른 존재일 것이다. 다른 돌. 그 다른 돌이 돌을 제한한다.
흑돌이든 백돌이든 같은 색상이든 아니든 돌은 돌을 제한한다.

제한이란 무엇인가.
역할의 한정.

      1도 (돌 두 개의 여러 상황)

1도에서 돌 두 개가 서로 붙어있는 것을 보고 있다.
서로 같은 색상의 돌. 그러나 그 두 개의 돌은 서로 마주보는 그 방향에 대해서만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막혀있는 것이다.

하나 하나 떨어져 있으면 각자 4개의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처럼 붙어있으면 적어도 하나의 방향에 대해서는 영향력이 줄어든다.

이제 다음과 같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1) 돌이 밀집되어 있을 때는 - 많이 모여 있을 때 - 맥과 같은 방식으로 반상을 이해한다.    증명이라고 조금 전 부른 그런 거.
2) 돌이 어느 정도의 간격을 갖고 있을 때에는 행마법으로 처리한다.
   형상이라고 지칭한 그런 거.
3) 돌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추상적인 논리로 설명한다.
  이론이라고 부른 그런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왜 그러한가.

돌의 간격이 좁으면
돌의 자유가 줄어든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돌이 조건(원인)에 의해 결정되는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조건. 그것은 원인을 제공하여 결과를 불러온다.

참고로 다음 표1.

표1. 설명과 묘사,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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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설명과 묘사를 구별

“설명”은 두 개 이상의 개념이나 사물 또는 현상을 인과관계로 보는 것을 말한다.
“묘사”는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 없이 서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을 말한다.

2) 이론이란 무엇인가

“이론”이란 인과적 설명방식을 채택하여 조건(원인)과 결과를 뚜렷이 구별한 상태에서 진술한 명제를 말한다.
“이론”은 반증가능성이 필수적인데, “내일 비가 오거나 안 오거나 할 거야.” 그런 말은 언제나 맞는 말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명제라고 볼 수 없다.
“내일 비가 올 거야.” 그리 말하면 그건 이론적인 명제라고 볼 수 있다. 맞거나 틀리거나 우리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 비가 올 거야. 왜냐 하면 오늘 밤에 달무리를 보았거든.” 그리 말하면 보다 더 바람직한 것이 된다. 왜냐 하면 “달무리”라는 조건(원인)이 “비”라는 결과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원인을 밝히고 결과를 예측하는 서술방식을 채용하면 그건 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 이론은 우리의 행동에 지침을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런 이론적 지향을 갖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설명이 된다.
설명이 되는 명제는 이론이 된다.

3) 바둑에서 이론으로 알려진 것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격언으로 알려진 것이 대개 그러한 이론이 된다. 지침이 된다.
또한 포석의 이론이 있고 중반 전투에서 공격의 이론, 수습의 이론 등으로 나누어 다룰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위기십결(圍棋十訣)”로 알려진 것은 지침이라기보다 일종의 심득(心得)의 역할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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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면 

“증명은 ‘이러 이러한’ 것이고
형상은 또 ‘어떠 어떠한’ 것을 지칭하며
이론은 대략 ‘이런’ 것을 말한다.“

그 차이를 명확히 하면 가르치고 이해하는 대상의 성격을 준별(峻別)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반상의 설명력은 커지고 분명해진다.
그러면 우리는 아는 바를 보다 서로가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1) 형상의 유추에서는 형상으로 두는 수를 증명과 이론으로부터 분별해야 하며
2) 형상을 형상으로, 이론을 이론으로, 증명을 증명으로 다루면 된다.

그랬다. 그 동안 반상의 부분 부분에서 사용해왔던 언어가 서로 달랐던 것이, 그 동안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이미 이러한 구별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으며, 또 암묵적으로 행해왔음을 밝히고도 남는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분별하자.

이 글에서 증명, 형상, 이론은 설명을 위한 분류일 뿐이고 잠정적인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반상의 언어를 충분히 - 완전히 - 다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III. 수법의 착상은 어떻게 찾아오나

앞선 글에서 말했다.
반상은 모호하기에 바둑은 은유라는 언어를 사용해서 모호한 반상을 몸짓으로 붙잡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약간은 모호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본다.
간단히 말해 바둑을 둔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표현된다고 본다.

“상징의 세계를 은유의 언어로 헤쳐 나가고, 기호적 결정으로 매듭짓는다.”

실로 우리는 어떤 식으로 생각에 들어가는 걸까.
다른 말로 하면 여러 가지 수법이 있는데,
행마 포석 수상전 전투 등등에서 사용되는 수법이 다양한데
 
그 여러가지 수법은 과연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찾아오나?

2도를 보시라. 무엇이 보이시는지?

      2도 (어리둥절하다 할 만한 중앙인데 백은 우변에서 무얼 찾는 걸까)

어떨까.
독자 여러분은 과연 동일한 것을 보고 있는 걸까.

2도에서 저 백1 두어진 상황에서 질문을 받는다면 - “당신은 무엇을 보고 계십니까?”  -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보고 난 것을 말씀으로 요약해 주십시오.”라고 하면 더더욱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화해서 - 저 백1을 보고 -
a) 백이 중앙 흑에 대한 공격을 엿보고 있구나, 라고 판단하는 그런 기분을 가질 수도 있고
b) 집이 부족한 백이 무리를 하는구나, 그런 기분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렇게 a 또는 b라는 기분을 가진다면 그건 그런 맥락으로 반상을 본다는 것이 되겠다.

만약 a가 강하게 온다면 흑은 중앙 흑돌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착점할 가능성이 크고,
b가 강하게 온다면 흑은 반격의 수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법을 착상할 가능성이 크다.

여하튼 전체적으로 뭔가 의미를 주긴 하는데 모호하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눈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디를 초점으로 잡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여하튼 눈이 가는 지점이 있으며 그것을 중심으로 뭔가를 - 의식과 무의식을 사용하여 - 포착한다. 그것을 맥락을 잡는 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맥락 속에서 얻는 바 - 지시되는 바 - 의미를 상징이라고 하면, 상징은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리 된다.
의미를 얻었으니 비로소 상황이 파악된 것이다.
해독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상징의 세계를 은유의 언어로 헤쳐나가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 후에 비로소 우리는 앞뒤를 헤아려서 착수한다. 수읽기도 하고 형세판단도 하면서.
물론 여기서 상징과 은유는 섞인다. 당연히 증명의 언어도 활동한다. 단지 은유적 형식을 밟지 않는다면 우린 한 걸음도 쉽게 옮기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할 뿐이다.

예전에 월간 바둑에 “기풍과 취향”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특정 국면에서 프로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것을 다룬 것이었다.
어떨까. 이 정도로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까.
아니다. 이 글은 그 점에 대해서는 답 줄 형편이 못 된다.

다시 한 번 나누면
반상에서는 무엇이 기호이고 무엇이 상징이냐?

우리가 한칸이라고 그냥 한 마디 하면 우린 머릿속에 그 한칸을 그린다.
그렇지만 그 한칸에는 아무런 의미가 주어지지 않는다.

      3-1도 (의미가 주어지지 않은 한칸의 행마)

3-1도 (의미가 주어지지 않은 한칸의 행마)

그러나 어느 장면에서 한칸을 두면, 그리고 여기서 한칸 행마했다, 고 말하면 - 반상에서는 그 한칸을 반상의 수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된다. 두는 것, 그것이 언어다 - 그건 다르다. 아래 3-2도는 그것을 말해준다.

      3-2도 (의미가 주어진 한칸의 행마)

3-2도에서 저 흑13이 주어진 상태에서 반상은 바둑을 아는 자 모두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감의 토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없다면 바둑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가까운 가족끼리 나누는 대화를 손님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의미 맥락을 아주 모른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심지어 말투만 가지고도 웬만큼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리 말하면 무난할 듯도 하다.

전체적 맥락이 필요 없는 사고방식이나 표현을 기호(sign)의 세계로 밀어넣고,
전체적 맥락 하에서만 기능하고 얻어지는 사고방식이나 의미를 상징(symbol)의 세계로 던져둔다.

대략 그리 쓴다. 이 글에서는.
다른 뜻으로 기호와 상징을 나눌 수도 있는 것.
기호론과 의미론, 그런 것에 대해서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그러하다.
모호한 감지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 후 의미를 감지하고 - 의식으로 인식하고 - 그런 연후에 그 의미체계 속에서 부분적인 분별과 설명을 얻은 후 마지막에 표현법을 찾는다.
형상과 증명이 그 표현법의 하나가 되겠다.

물론 보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설명할 수 있는 국면도 많다.
예컨대 다음.

이는 증명의 예에 해당되는데...
중반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돌과 돌이 뒤섞여 앞뒤 분간키 어렵다. 안개 속과 같다. 그러나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예상되는 맥점들의 결론들이 - 안목의 수준에 따라 - 모여 있다.

      4도 (예상되는 맥점들의 결론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4-1도 (마침내 그 맥점이 찾아졌다)

4-1도 백1이 적절한 타이밍을 잡은 맥점. 두점 두점 서로가 두점으로 섞여 있을 때, 일종의 두점의 배붙임, 그 자리는 참으로 많은 경우 급소를 남겨둔다. 백1 이후 흑A는 백B, 흑C는 백D로 흑이 곤란하다.

이럴 때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 또는 대국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추론의 과정에서 - 프로들은 형상의 언어로 증명의 언어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건 프로가 아니어도 누구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렇게 한다.

“두점의 배붙임”
그리 말하면 그건 형상의 언어로 증명의 언어를 대신한다고 해도 된다.
그 역, 또한 틀리지 않다.

이 때는 상징이 아니라 기호로 현재의 문제를 찾고 표현하는 것이다.

당연하다. 반상 위의 모든 것이 언어이기에
언어들은 서로가 어느 정도는 대치될 수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1) 증명의 언어, 형상의 언어, 이론의 언어는 함께 뒤섞인다.
2) 기호와 상징도 함께 뒤섞인다.

그러하다.
우린 반상에서 우리의 사고를 설명하기 위하여 저 1)과 2), 그 두 개의 분류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은 반상의 언어를 돌의 밀접성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며
2)는 의미의 유무(有無)를 기준으로 분별한 것이다.

돌이 가까이 있는 경우에는 의미를 굳이 찾지 않더라도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돌이 다소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그 상황의 맥락을 먼저 얻어야만 한다.
상황의 맥락을 얻는 것.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상징의 세계로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5도 (조훈현과 섭위평의 대국에서)

5도 백1이 두어질 때 우린 어떠한 눈으로 저 수를 바라볼까. 한 눈에 저 백1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저 수의 의미를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애매모호하다 할 정도로 저 백1은 반상을 하얀 색으로 출렁이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단어도 저 백1이 놓여진 반상을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략 의미를 잡아챈다.

다음과 같은 상황과 다르다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3.1절 날 태극기와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의 태극기는 같은 국기 게양대 위의 태극기라 할지라도 의미가 다르게 올 것이다.

3.1절에는 태극기가 민족 감정이나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에 걸린 태극기는 거의 아무런 감정도 안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하다. 3.1절에는 태극기가 감정을 연결시킨다. 여기서 “상징”이란 단어가 “연결”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 라틴어이던가? -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불러 일으키는 것은 연결하는 것.

그러기에 의외로 단순하다.
상징이란 것은 몸짓이 응고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반상에서도
상징을 읽을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린 반상을 감지할 힘을 얻는다.
그 감지된 감지가 있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린 반상을 평가한다.
그것이 거의 언어화되지 않은 상태에 머묾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음 6도 저 흑1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어떻게 우리가 말할 수 있는가.
만약 우리가 저 흑1의 의미를 모른다면 말이다.
저 흑1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상징의 세계에서 길어 올리지 못한다면.

      6도 (백년 전에는 더 없이 모호했을 명인의 흑1 흑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