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톰닷컴>에서 웹서핑을 하던 중 핫 이슈(焦點)에 오른 재미있는 글을 발견해 기우들과 함께 하고자 번역해서 올립니다. 기우들의 이해를 돕고자 의역도 했습니다.

                                      자고 싶으면 자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술이다!

최근 섭위평 9단이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예술인생>이라는 프로그램의 녹화 중 그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히 잠에 취했다.

국학(國學)에 일가를 이룬 '위단' 선생이 단상에서 자신의 인생역정을 토로하고 단상 아래에선 관객들이 엄숙하게 그녀의 열변을 경청하며 진행자는 감동이 가득 찬 얼굴을 한 가운데, 섭위평 9단은 팔짱을 끼고 '쿨쿨' 잠들어버렸다. 쉽게 볼 수 없는 기묘한 풍경에 나는, '껄껄' 크게 웃어 젖혔고 이내 깨닫고야 말았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다!

섭9단의 자유로운 행동은 프랑스의 마르셀 뒤샹(1887-1968)이 변기를 샘(泉)이라고 이름 붙여 전시회에 출품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섭9단의 행위예술은 뒤샹보다 한 차원 더 고품격이라고 할 수 있다.

'뒤샹'은 의도적으로 그런 일을 벌였지만 섭9단의 행동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자고 싶으니까 잔 것이다.

☜ 변기를 사다가 샘(泉)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품한 뒤샹의 작품. 처음에는 전시가 거부되었지만, 뒤샹의 항의로 우여곡절 끝에 전시된다. 
 

(한마음 생각) 뒤샹은 '변기'라는 이름이 붙여져 사회적으로 '변기'로 한정 지어진 대상에 대해 과감하게 '샘'이라고 외침으로써 사회의 통념, 즉 예술세계의 통념에 대해 거부했다.

글쓴이가 섭9단의 행동을 이와 연관지은 이유는 섭9단이 엄숙해야 할 자리에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잠을 청한 행동이 사회적인 통념을 거부하고 변기를 '샘'이라고 설파했던 뒤샹의 자유정신과 일맥상통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은 사기'라고 일갈하며 자유로운 창작정신을 발산했던 '백남준' 선생의 예술세계와 통한다.

☜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의 모나리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수염 달린 모나리자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뒤샹은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한다. 즉 기존 아름다움의 틀에 구속됨을 거부한 것이다.

어렸을 때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웠던 백남준은 전통악기에 길든 자신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마음껏 표현하고자 전통의 권위를 상징하는, 클래식 악기의 대명사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백남준의 유명한 '예술은 사기다'라는 말은 기존 예술의 권위와 틀에 대해 처절하게 부정한 그의 자유정신이 담겨 있다.

본문 계속☞ 확신하건대, 섭9단이 '쿨쿨' 잠든 그때의 광경이야말로 <예술인생> 프로그램 사상 가장 위대한 장면으로 청사에 남을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진정한 예술은 무엇이며 무엇이 진정한 인생인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졸리면 잔다는 것이다.

(한마음 생각) 예전 김세원(월북 작곡가 김순남의 따님) 씨가 자신이 고정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해외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용기가 참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그것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본문 계속☞ 난 열렬한 예술 애호가이다. 그러나 섭9단이 행위예술을 선보인 CCTV의 <예술인생>은 거의 보지 않는다. 예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이 프로에서 절절히 묻어나는 가식성과 눈물을 짜내는 신파극을 계속해서 감상하는 것은 큰 고역이다. 진행자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초대 손님의 인생역정을 회고하도록 해서 진행자 본인과 초대 손님,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러고서 고진감래의 교훈을 남기고 프로는 끝을 맺는다. 그야말로 따분하기 그지없다.

(한마음 생각) 무르팍 도사는 초장의 나이 공격을 시작으로 초대 손님의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가 술술 새어 나올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무르팍 도사가 한국식 대담 프로로써 자리를 굳히고 절대적인 성원을 받는 이유이다.

얼마 전 폐지된 '박중훈 쇼'에서는 무르팍 도사 같은 진솔한 분위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본문 계속☞ 예술은 열변을 통해 우리에게 생생히 와닿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체험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예술을 맛보고 깨달을 수 있다.

어느 작가의 작품이 좋고 나쁨은 직접 그 작가가 쓴 작품을 접하고나서 알 수 있다.

한 프로기사의 경지를 가늠하려면 그가 남긴 기보를 통해서 비로소 알 수 있고 영화의 좋고 나쁨은 직접 그 영화를 본 후에야 평가 가능하다.

<예술인생>의 출연자는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러나 프로의 성격상 출연자의 진짜 속마음을 들을 수는 없고 감동을 주려는 가식성의 말만이 난무할 뿐이다.

예전, 어느 프로에서 존 레넌, 뒤샹 등의 대담을 접한 적이 있는데 <예술인생>과는 판이하게 두 사람의 진솔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인생>의 가식성이 나로 하여금 <예술인생>을 멀리하게 했지만, 예술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조차 예술인생을 즐겨보는 것은 사실이다.

추측하건대, 섭9단은 밤을 새운 후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고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몸을 싣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취해 잠들고 말았으리라.

'위단' 선생은 전 국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감동받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장황한 연설은 섭9단에게 털끝만큼의 흥미도 주지 못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섭9단은 축구, NBA 농구, 미녀 감상 등을 즐기는데 <예술인생>이라는 프로에서는 그 어떤 요소도 섭9단의 흥취를 자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대신 '잠'이라는 황홀주(酒)에 취한 것이다.

섭9단이여, 당신의 잠든 모습은 진정 아름다웠다!

예술은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이나 가식적인 위엄, 억지춘양식의 감동에 있지 않다. 자고 싶으면 자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