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술 한잔 드시고."

"네 형님."

김려가 내려주는 술잔을 단숨에 비운 양천봉은 그 잔을 박구에게 주었다. 그 사이에 기녀들이 악단의 반주를 이끌며 권주가를 뽑는다.

지화자

지화자

내려가네

내려가네

술 잔은 안녕하신가(평안호).

-한경사.

박구가 말없이 술잔을 받아 마신 후 소매끝으로 술잔을 깨끗하게 닦아  김려에게  올렸다. 김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받아 마셨다.

"뽕밭의 약속도 소중하고 월하노인의 중매도 중하지만 오늘 이자리에서 사내들의 맹서만은 못하지 안그런가 아우?"

김려가 한마디를 한 후 박구가 준 술잔을 비웠다.

"하하하 상중약이라? 형님 말 한번 멋지십니다."

양천봉이 파안대소를 했다. 상중약(桑中約)이란 뽕밭의 약속을 말하는 것이다. 김려와 양천봉의 대화를 듣던 연희가 손을 들어 자청을 뽑았다. 악단이 반주를 쳤다.

우리 만남 애뜻할 때는 선녀 같았죠.

헤어진 후 원망하니 끊어진 거문고 줄

마음이야 연리지 되고 싶었는데

다정해도 나란하던 연꽃 되긴 힘드네

뽕밭의 약속 쉽다지 마오

월하노인의 중매가 헛것이겠나요.

처량하고 가련타

서로 떨어져 그리워하니

나를 슬프게 하는 임은

꿈속에서만 예쁘다 하시네.

연희가 부른 노래 속에는 한줄기에 두 송이 꽃이 피는 연꽃(竝頭蓮)과 뽕밭의 약속(桑中約)이란 말이 나온다. 애뜻한 사랑과 속절 없는 남녀의 사랑의 약속(?)을 탓하는 시대의 세태를 꼬집는 내용이다.

"하하하. 노래 한번 절묘하오."

"사내들의 맹서도 중요하지만 뽕밭의 약속도 그에 못지 않지요."

김려의 말에 연희가 대답을 했다. 한치도 어긋나지 않는 운이 맞는 대구(句)였다.

"하하하. 형님 연보살의 말을 어찌해볼 생각은 하지 마세요. 연보살은 북관의 양소군이니까요."

"양소군?"

"그렇지요. 양소군이고 말고요."

양천봉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마치 '관에 연희라는 인물이 있소'라는 선언과 같았다.



(시차가 조금 있었네요. 시작은 했으니 끝을 내야겠지요. 주3회 정도로 진도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