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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소설 속의 바둑 고(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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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소설 속의 바둑 고(考)
2012-03-05 조회 10379    프린트스크랩
▲ 18세기 일본 화가의 작품.



 

공씨는 한판의 내기바둑에 큰 내상을 입고 두문불출한다. 공씨는 책거리(冊賈)에서 수십 권의 희설을 빌려다 보며 시간을 보낸다. 책거리는 서점이자 일종의 책 대여점으로  조선후기 한양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생겨났다. 조선시대의 대도시라면 한양 개성 평양 전주 청주 정도다. 조선전기에는 개성이 한양보다 가구수와 인구수가 많았다. 조선의 대도시의 서열은 중기로 오면서 한양 평양 개성 전주 청주 순으로 도시의 서열이 정해진다. 대구 경주 등이 약진한 것은 조금 더 후대의 일이다.

 

바둑이 문학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시기는 한중일 삼국이 비슷하다. 중국의 연의삼국지, 한국의 도미부인, 그리고 일본의 원씨물어(源氏物語)가 그것이다. 연의삼국지나 도미부인은 생략하고 원씨물어에 보이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원씨물어는 무라사키 시키부(978-1014)라는 헤이안시대를 살았던 여인이 쓴 대하장편소설이다. 원씨물어는 주인공 겐지가 헤이안시대의 궁중과 궁중 밖의 뒷골목 세계의 만화경으로 원고 8천 매 분량의 방대한 분량에 개성 넘치는 수백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재미와 문학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걸작이다. 원씨물어는 중국의 육대비서(수호지, 삼국지, 금병매, 서유기, 유림외사 등)에 버금가는 서사구조와 문학틀을 갖추고 있어 어떤 일본의 문화평론가들은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 1번으로 원씨물어를 꼽기도 한다.

 

이 원씨물어 3첩(牒, 장)에 바둑이 등장한다. 3첩의 작은 타이틀이 '허물벗은 매미(空蟬)'다.

주인공 겐지는 어떤 귀족의 집에 숨어들어가 한 여인을 살핀다. 미모와 지혜를 겸비한 여인이라는 풍문을 들은 겐지는 기대가 크다. 겐지는 그 여인의 방앞으로 가 창문을 통해 방안을 엿본다. 방안에서는 한판의 바둑이 막 끝나고 계가를 앞두고 있다.

 

"잠깐 그곳은 공배이니 이쪽 패부터 해소를 해야지."

"아냐 내가 졌어. 이곳 이곳 이 집은 몇집이지?"

"열 스믈 서른 마흔..."

몸집이 작은 여인이 소매로 입을 가리고 조신하게 웃는다. 겐지는 조용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다 본다. (원씨물어 3장 중)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여자다. 중세의 일본 공배, 패, 집을 세는 법 등이 소설 속에 반영되어 있다. 기보가 비교적 잘 보존된 일본이지만 헤이안시대의 자료는 드물다.

겐지가 반한 여인은 작은 몸집에 살결이 고운 미모로 겐지는 이 여인과 사랑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다. 3장은 겐지의 시와 상대의 화답시로 장을 시작한다.

 

매미가 허물만 남겨두고

떠난 나무 아래서

겉옷만 벗어 두고

사라진 그대를

잊지 못하는 이 몸.

(겐지)

 

겐지의 사랑은 연속적이지 않다. 겐지는 끝없는 여성편력에 나선다. 그러면서도 늘상 사랑타령이다. 그러나 상대자인 여인의 대답은 전혀 반대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것이 겐지의 심사다.

 

얇은 매미의 날개에 내린 이슬이

나뭇가지에 가려 보이지 않듯이

당신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에

홀로 눈물 짓고 있으니.

(우쓰세미)

 

원씨물어는 10세기에 쓰여진 소설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바둑담은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해 준다. 10세기 일본바둑의 매우 건강한 한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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