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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유림외사(儒林外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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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유림외사(儒林外史)
2012-02-16 조회 10112    프린트스크랩
▲ 을유문화사가 발간한 [유림외사]

 

 

공씨의 승부욕은 장난이 아니다. 공씨뿐만 아니라 상대자인 주인의 승부욕도 그에 못지 않다.

한국의 바둑기록에 바둑과 도박이 연결지어 나타나는 것은 1세기부터다. [삼국사기열전]과 [고려사절요]의 예성강곡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전편에서 살펴본 [박통사]는 내기바둑을 외국어 학습교재에 사실적으로 기술해 놓을 정도로 바둑과 도박의 연결은 역사가 깊다.


선진일사가 유행하던 18세기 조선에는 전(傳)이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문학이 유행했다.  김광택전, 광문전, 정운창전 등이 그것으로 작가들도 박지원 남공철 이서구 등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위 을유문화사 발간 [유림외사] 원문과 번역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읽기 편하다.)

바둑인이 하나의 전(傳)으로 일급 문인들의 문집에 채택될 수 있었던 자극제가 ['유림외사]가 아닐까 싶다.

유림외사는 오경제(1709-1754)의 작품으로 명말청초의 시대상을 담아낸 소설이다. 중국에서는 출간 즉시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 등과 함께  육대기서(六代奇書)로 평가된 작품이다. 유림외사는 56개의 개별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54장 55장에 바둑인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54장에 등장하는 주인공 진목남과 상대자 '빈랑'이다. 두 사람 다 바둑을 좋아하는데 기생인 빈랑은 집에 바둑 독선생을 모실 정도로 바둑에 심취해 있다. 그러나 주목되는 에피소드는 55장에 등장하는 나무꾼 왕태(王太)다.

 

만력23년(1595) 남경의 명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남경을 떠나거나 두문불출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그 중 나무꾼 왕태가 있었다. 왕태는 나무를 팔아 호구를 이어가는 사람이나 어려서부터 바둑을 잘 두어 신기(神碁)로 통했다.

어느날 왕태가 가까운 절에 갔는데 그곳에서 당대의 고수 마(馬)와 변(卞)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았다. 마는 하룻밤에 수천 냥을 따는 명사였고 변은 천하의 국수(國手)로 통하는 사람이었다. 왕태는 그들의 바둑을 가소롭게 바라보다가 급기야 마와 한판을 두게 되었다. 마는 불과 수십 수 만에 돌을 던지고 왕태에게 술 한잔을 권했다. 왕태는 잔을 물리치며 말한다.

'천하의 덜 떨어진 하수를 깨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지요. 술은 사양합니다."

그리고 왕태는 사라진다. -유림외사


55장에는 왕태외 재봉사 찻집주인 등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겉으로는 고상함을 추구하면서도 속으로는 속된 세상풍토에서 진정한 예인을 추구하는 덕목이 녹아 있다. 특히 평범한 삶을 살면서도 경제력을 일궈 세상의 또 다른 인재들을 보듬고 키우는 모습은 아름답다.

이런 덕목을 지향하는 유림외사의 등장과  조선의 전래는 18세기에 유행한 조선의 위항문단의 단초라 하겠다.

'명말청초소설 연구'라는 중국의 학회지가 있다.  불과 수백 년 시공간의 소설이란 지점을 연구하는 전문 학회지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연륜과 내실도 튼실하다. 이 중 1977년판 43호 논문집에 한국인 학자의 논문이 있어 관심있게 읽었다.

이 학자는 유림외사가 현실풍자 소설이 아닌 당금 시대를 다룬 현실소설이란 논지를 주장한다. 이 논문은 중국인 연구가 진미림(陳美林) 등의 동조를 얻는다. 진미림은 유림외사 연구의 대가로 통한다. 이 평가는 유림외사 속의 에피소드가 지극히 현실적이란 대목으로 읽힌다.

[선진일사]도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소설의 기초는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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