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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철이 다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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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철이 다가오니
2010-12-15 조회 9771    프린트스크랩
▲ 영화 황진이에 나오는 화담 서경덕과 황진이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의 한 장면.
 

어느덧 연말이다. 여기저기 송년 모임이 붐을 이룰 것이다. 필자에게도 이미 모임을 가진 것도 있거니와 앞으로도 몇몇 개가 더 잡혀 있다. 한 해를 지내온 것에 대한 후일담과 새롭게 맞을 다음 해에 대한 포부도 함께 나눈다. 흘러가는 것이 세월이건만 애써 방점을 찍어 가는 해, 오는 해를 구별하고 이를 기리는 것은 사람살이의 한 재미일런가.

벗들과 모여 술 한 잔 나누며 이러저러한 한담들을 함께 하며 은근한 정에 돈독한 우의를 다지는 모임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각박해진 인심 탓인가. 술 몇 잔 마신 뒤 불콰한 기색으로 객기나 부리다 헤어지는 모임도 종종 있게 마련이다. 모였다는 것 자체에만 그 의미를 둔 것으로 술자리라는 것 밖에는 그 어떤 목적도 없으리라.

요즈음은 각종 동호회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듯하다. 필자가 즐기는 취미는 바둑 밖에 없어 기우회 모임이 26일로 잡혀있다.

옛 선비들은 모여 노는 것에 어떤 감회였을까?  화담() 서경덕(徐敬德, 1489~1546)의 시를 한 수 감상해본다. 송도3절(松都三絶)의 하나로 꼽히는 화담은 무사독학(無師獨學)의 도학자(道學者)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성리학에만 얽매이지 않아 노장사상에도 밝았다고 하고, 일설에 의하면 김시습이 그에게 단학(丹學)을 전수해 주었다 한다(해동전도록海東傳道錄). 이지함() 등이 그의 문인(門人)이고 보면 얼핏 짚이는 바도 없지 않다.  


靈通寺에서

沿溪一路入靑林   연계일로입청림
林下禪居晝亦陰   임하선거주역음
觸石泉絃千曲咽   촉석천현천곡인
依天山簇萬重深   의천산족만중심
淸歡直欲朝連夜   청환직욕조연야 
勝會應難後継今   승회응난후계금
數局閒碁談笑裏   수국한기담소
不知雲日已西沈   부지운일서침
  

시냇가 외가닥 길을 따라 푸른 숲에 들어가니
숲 속 선방은 낮인데도 어둡구나
돌에 부딪치는 샘물소리 천 가지 곡을 연주하고
하늘 닿는 만학천봉 첩첩이 깊어라
청아한 기쁨이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나
후일까지 이런 모임 이어가기 당연 어려워
바둑 몇 판 두며 얘기하고 웃는 사이에
구름에 가린 해 이미 진 줄도 몰랐네


영통사는 개성에 소재한 사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소개한 바 있는 남효온의 시에도 등장한다.

泉絃이라 하여 샘물이 흘러가는 것을 거문고 줄(絃)로 비유했다. 산이 첩첩이 쌓여 있는 모습을 누에섶(족簇)으로 표현했다. 觸石↔依天, 泉絃↔山簇, 千曲咽↔萬重深으로 멋지게 대비했다. 얼핏 자연 경관을 읊은 듯 보이지만, 쉼없이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는 것과 그 와중에 깊어지는 정리(情理)를 중의적으로 빗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맑은 기쁨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누리고자 하나 이런 좋은 모임이 후일에 또 이어질까 하는 안타까움과 경책의 의미를 더함으로써 즐기되 넘치지 않는 과유불급의 절제미를 느낄 수 있다.
 
바둑 몇 판 두며 웃고 이야기 하다보니 이미 해가 서산에 기운 줄도 몰랐다는 것에서 옛사람의 넉넉함과 여유로운 심사를 읽는다.


어김없이 날씨는 점점 더 쌀쌀해져 가고 있다. 추운 일기 탓에 움추려드는 몸과 마음을, 다정한 이웃과 벗들과 함께 훈훈한 송년 모임의 정(情)으로 녹히는 것도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또 내년을 기약하며 희망찬 내일을 설계하는 것도 세밑이 주는 한 촉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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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박새 |  2010-12-16 오전 11:03: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해 수고 많으셨어요. 건강 하시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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