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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바둑
2008-07-24     프린트스크랩
▲ 힘들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소박한 쉽터이고 싶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차량들이 토해내는 거친 숨에 하늘마저도 낮게 가라앉은 서울 도심지 충무로. 한때 한국영화의 메카로 불렸지만 현재는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며 몇 몇 영화사들이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이곳. 이제는 멋진 빵모자에 파이프를 물고 커피 잔을 앞에 두고 대본을 들여다보는 영화인보다는 기름때 찌든 작업복을 입은 청년들이 넘쳐나는 인쇄거리가 되었다.

굽이굽이 뻗어 있는 골목마다 자리 잡은 영세한 인쇄소에서 쏟아내는 인쇄물을 배달하기위해 도로의 한 차선을 점거하고 길게 늘어서 있는 트럭들이 충무로의 일상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지구를 지키기위해 항상 스탠바이하고 있는 ‘독수리오형제’처럼 운전기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호출만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러한 그들이 언제부터 바둑을 두며 시간을 죽이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꽤 오래전부터 명보극장 사거리에서는 바둑을 두고 있는 일단의 무리들을 볼 수 있었다.

기름 깡통을 세워 받침대를 대신하고 삼천원짜리 접이식 바둑판에 플라스틱 바둑알을 사용하지만 진지하기가 프로바둑대회 결승전 못지않다. 햇빛에 뒷목이 까맣게 그을려도, 초겨울 한기에 손가락이 곱아도 바둑을 두고 있는 그 시간, 그 곳이 그네들의 무릉도원이다.
한여름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높은 대청마루가 아니더라도, 타닥거리며 타들어 가는 따스한 온기의 벽난로 앞이 아닐지라도.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힘겹게 땀 흘리며 살아가는 이들 앞에 놓인 바둑판을 사치라 눈 흘기지 말라. 그들에게 바둑은 단순한 킬링타임용 오락이 아니다. 빡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약간의 윤활유일 뿐이다. 더 힘차게 돌기 위하여, 더 큰 동력을 전달해 주기 위한 작은 기쁨일 뿐이다.


              

홍익동 한국기원 옆에는 리어카에 뻥기계를 얹혀 놓고 뻥튀기를 파는 아저씨가 있다. 역시 아저씨도 가끔 바둑판 앞에 앉아 바둑을 즐긴다. 바둑이 좋아서 한국기원 옆을 선택한 것인지, 한국기원 옆이다보니 바둑을 두며 바둑관계자들에게 동질감을 호소하는 시위(?)를 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가끔 들려오는 우렁찬 "뻥이요" 소리에 이은 '빵(들어보니 뻥보다는 빵이 맞는 듯하다.)' 터지는 확대음에 기전운영팀 직원들은 질색하기 나름이다.  아무리 중요한 대국일지라도 들려오는 뻥튀기소리에 비켜 앉을 수는 없다. 게다가 계란 파는 아저씨의 확성기 소리, 쓰레기차가 왔음을 알리는 음악소리 등 등. 

하지만 혹시 대국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염려하지 말라. 바둑에 몰두해 있는 프로기사들의 귀에는 아련한 꿈속의 잔상일 뿐이다. 더구나 그 소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를 잘 먹이고 잘 가르치기 위해 힘쓰는 우리 부모들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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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통 |  2008-07-24 오후 4:49: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 그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사네용..
 
팔공선달 |  2008-07-24 오후 6:26: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사 하네요 ^^*  
斯文亂賊 |  2008-07-24 오후 6:45: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첫 사진 속의 두 대국자 분 자세가 제일 훌륭하신 거 가토요~ =3=3=3  
태평역 |  2008-07-24 오후 7:22: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그런데 20년, 30년 후에도 이런모습 볼수있을까요?
바둑이 젊은이들에게서 점점 멀어지는것같에서요. ^*^  
후지산 |  2008-07-25 오전 9:23: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즐감^^  
개돌이 |  2008-07-25 오후 12:05: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의자에 앉지 않았던 분들 다리 아프겠다.;;  
베팅★왕자 |  2008-07-25 오후 2:09: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앗 뚱이형 이다..ㅋㅋ  
선비만석 |  2008-07-29 오후 8:5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이 주는 인생의 공부는 끝이없네요....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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