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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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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별
2011-08-05     프린트스크랩




   별
!

별을 유난히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어떤 이는 죙일 별을 바라보는 것으로 밤을 십여 년이나 소비해서인지 나중에 유명한 술사가 돼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는 얘기가 귓가에 남아 있다


우리가 바라볼 때의 별은 희망이며 동경이었다. 잘은 생각나지 않지만 학창시절에 읊조렸던 윤동주의 별 헤는 밤도 그런 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 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오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은 잡을 수 없지만 내 마음에 걸려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게 알 수 없는 미래의 하늘바다를 헤엄치게 만든다.

그러나 나의 아버진 달랐다. 뜬구름 잡는 식의 얘길 멀리했다. 무엇이건 당신이 옳다 여기시는 건 아들인 내손을 잡아끌었고 어디서 무슨 얘길 들을 때면 마음에 곱게 숨겨 뒀다 불쑥 꺼내며 대소를 터뜨리셨다.

 

저기 말이다. 유럽 어딘가에 파견한 우리 용사가 부상을 당해 병원에 왔다가 대기실에서 마주쳤다구만. 그 병사는 한쪽 팔이 뭉텅 잘려나가 여간 쓸쓸한 표정으로 말을 한 거야. 자신들 병영(兵營) 가까이 술집이 있는데 조니워커술 한 잔 마시다 폭탄이 터져 그 모양이 됐다는 거지.”

 

한국 술을 마시지. 조니워커는 무슨. 막걸리 오직 좋잖우.”

 

이번엔 다른 병사가 말했다. 그는 유난히 유럽 여인의 풍만한 가슴에 매력을 느끼고 색시집을 찾다 폭탄 세례를 받았다. 그 바람에 한쪽 발이 날아갔다는 얘기였다. 그들의 얘길 멀거니 듣고 있던 휠체어에 앉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난 후방으로 보급품을 날라주는데 놈들이 매복해놓은 지뢰가 터져 내 모양이 이렇게 됐거든.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아버지는 이 부분이 그렇게 우스운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시간만 나면 즐겁게 이 얘길 꺼내며 웃음을 깨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병사는 손발이 모두 잘려나가고 몸체만 뭉텅이로 남았기 때문이었다.

 

에이 그냥 죽지. 그 몸으로 살긴 뭘 살아?’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꿀꺽 삼키고 말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해줘야만 가능한 그런 신세, 그러나 질긴 생명인지라 까딱했으면 자신이 죽을 뻔한 기억을 하마터면이란 호들갑으로 표현한 아버지의 말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었다.

 

비록 팔 다리가 모두 잘려나갔어도 별 헤는 밤을 콧소리로 허밍하는 그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며 아버진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한때는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돈을 모으기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자면 가장 쉬운 게 장삿길이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었고 일용잡화를 파는 가게였다. 처음엔 대단한 뜻이 있으셨겠지만 아버진 장사를 잘못 택하신 것이었다.

 

손님은 동네 아낙들이 계란 몇 개 들고 물건을 사러왔지만 주요 고객은 동네 건달들이었다. 그들은 어디서 도박을 하다 돈이 떨어지면 아버지를 찾아와 돈을 빌려갔지만 갚은 것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아버지의 야무진 꿈은 새벽녘에 뜬 별처럼 스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진 불쑥 내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별이 열리는 곳으로.”

 

예에?”

 

아버지가 가고자 하는 곳은 경남 의령군과 함안군 경계에 있는 남강의 중간 지점 솥바위(鼎巖)였다. 이곳은 십여 명이 앉아 놀 수 있을 만큼 주위가 평평했다. 바위는 물속에서 솟구쳐 오른 데다 셋으로 갈라져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예전에 마을 노인들은 그 바위에 배를 댄 탓에 이름을 정암진(鼎巖津)이라 했다. 당시로선 바위가 있어 배를 대기 수월해 풍수적으론 용과 호랑이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는 달리 주위에 호화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솥바위는 구석에 놓인 예스런 물건처럼 볼품없었다. 그곳 가까이 다다랐을 때 아버지는 말했었다.

이 바위가 길상(吉相)이라는 건 바위에서 나오는 화기(火氣)와 물에서 올라오는 수기(水氣)가 교접해 묘한 형태를 이루기 때문이다. 바위의 화기는 호랑이나 인물로 치고 수기는 용과 재물로 치거든. 그런 점에서 솥바위에 대한 전설이 살아있다고 봐야겠지.”

 

살아있어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의 물음에 아버진 자신이 들은 전설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아주 오래 전 한 도인이 나타나 이 바위를 가리키며 예언했다는 것이다.

 

장차 솥바위 근처에서 나라를 크게 울릴 세 명의 국부(國富)가 나타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곧이들었다. 세 명의 국부가 나타나는 걸 필연으로 보기 때문이었다. 삼성그룹의 호암 이병철, 엘지(LG)로 바뀐 금성그룹의 연암 구인회, 효성그룹의 만우 조홍제 씨가 태어난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는 돌아섰다. 그들을 국부라고 이제껏 믿어온 생각을 수정한 것이다. 아니 자신들이 만인에게 희망을 주는 대단한 별이라 생각한 것을 거부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손에 쥔 것을 결코 남을 위해 사용한 적이 없는 위인들이었다. 아버진 나직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잘못 생각한 거야. 그들은 별이 아니라 하찮은 반딧불이었어. 그렇기에 땅 투길 하고 밀수를 하고 거짓말을 잘 하고 법을 돈으로 흥정하고···, 또한 약한 자를 핍박하고 세상의 못된 일에 앞서 가는 그의 후손들을 보면 더욱 알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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