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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5회/ 신부(新婦) 고르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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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5회/ 신부(新婦) 고르기 (5)
2009-08-07     프린트스크랩
 

 


태후의 명이 즉시 떨어졌다.

 

“어서 뫼시지 않고 뭘 하느냐?”

 

“예에, 마마.”

 

말꼬리를 타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마흔이 가까운 작달만한 사내였다. 겨우 다섯 자 남짓이었지만 주위를 스쳐보는 눈길에 힘이 있었다. 이른바 서봉안(瑞鳳眼)이다.

 

눈은 관상학에서 정신을 관찰한다. 눈동자는 수려해야 하고 언제나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눈에 가느다란 것이 있다면 재주가 있고 긴 것이 가느다랗지 못하면 사납다. 그런가 하면 눈은 안정되어 드러나지 말아야 하며, 눈망울이 시원해 보이면 신(神) 기가 있고 그러하지 못하면 방탕하다.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하여도 피곤한 기색이 없으면 신이 풍족하며, 눈이 마음의 보살핌을 받아 오래 사용하여도 흐릿하지 않는 게 좋은 눈이다.

 

중원에선 노자(老子)라는 이가 좌우가 빛나는 서봉안(瑞鳳眼)으로 알려졌지만 신라에 건너와 내명부 약사에 취임한 양시의(楊侍醫)의 눈이 그러했다.

 

“태후마마, 양시의 태후전에 보고할 일이 있어 왔나이다.”

 

“어서 오세요, 양시의. 그래 그 아이를 살피니 느낌이 어쨌습니까. 물건이 될만한 소질이 있어 보입니까?”

 

“소인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중원엔 오래 전부터 신부감으로 미인을 고르는 규정이 뚜렷하게 있었나이다. 그것은 공자(孔子) 성인이 도가(道家)에서 제시한 여러 방법을 물리친 것으로 왕실에서 때때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양시의는 살며시 눈을 감더니 <시경(詩經)> 한 자락을 웅얼대는 것이었다.


손은 담황 같고(手如蕁黃)

살갗은 웅지 같으며(膚如凝脂)

이는 호서 같고(齒如瓠犀)

이마는 넓고 희며 눈썹은 가늘어야 한다(穉首蛾眉)


이것을 우리 말로 바꾸면, 피부는 당연히 탄력있고 윤기가 흐르는 크림색이며 치아는 하얗고 가지런 해야 하며 넓고 반듯한 이마에 눈썹은 나비의 더듬이처럼 가늘고 긴 곡선 모양이며 눈은 봉안(鳳眼)처럼 길게 치켜 올라간 큰 눈으로 반쯤 감으면 눈꺼풀 밑에 잔잔한 그림자를 드리워야 한다.

 

눈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부리부리한 여자의 눈은 속되고 천박하게 여겼다. 특히 남을 뚫어질 듯 응시하거나 침착하지 못한 상태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눈은 광안(狂眼) 또는 도안(盜眼)이라 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거슬리게 한다.

 

그런가하면 코는 어떤가. 코 역시 너무 가늘고 높고 콧마루가 선 것은 좋지 않다. 콧망울이 귀엽고 둥그스름해야 하며 입은 너무 꽉 다문 것보다 얼마간 부드러운 모양이 으뜸이다. 아래턱은 약간 잘룩하고 복스럽게 살이 올라 있어야 한다. 깍은 듯 각이 진 턱은 빈상(貧相)이기 때문이다. 어깨는 둥글면서 완만하게 쳐져야 하고 유방은 탐스럽고 풍만하되 허리는 가늘고 다리는 완만하게 길며 곧게 뻗어 있어야 한다.

 

신라조정에 약사로 들어온 양시의(楊侍醫)는 본래 진(陳)나라 궁전에서 환관들을 교육시키는 내문학사(內文學士)였다. 많은 여인을 상대해야하는 대왕의 몸에 고장이 생겨 성력(性力)이 감퇴함을 우려해 은밀히 후궁들을 교육시키는 자리였다.

 

신라는 모권중심(母權中心)이니 여인이 마음에 드는 사내를 찾아 떠날 수도 있고 바람도 피우고 자식도 낳을 수 있었다. 이것이 나중에 유교(儒敎)가 뒷받침된 조선사회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신라사회는 달랐다. 아무리 바람을 피우고 자식을 겹으로 낳아도 불륜(不倫)이란 말을 쓸 수 없었다. 그만큼 여성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중원에는 <시경옥문(詩經玉門)>이란 놀이가 있다.

이것은 중국문학의 특징인, 한문(漢文) · 당시(唐詩) · 송사(宋詞) · 원곡(元曲)을 이용해 시문을 짓는 것으로 삶의 목표는 오래도록 사는 장수(長壽)요 그 끝엔 신선이 되고 싶다는 게 일반인들의 목적이었다.


새는 못가의 나무에 깃들고(鳥宿池邊樹)

스님은 달빛 아래 문을 두들긴다(僧敲月下門)


이 첫 싯귀는 당나라 가도(賈島)의 오언시 가운데서 뽑은 것으로 나중에 ‘추고’의 고사가 되지만 이 시를 인생이 겪는 세 개의 관문, 이를테면 입구 중문을 지나 도원경(桃源境)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이 첫번째 싯귀를 응용해 남녀사(男女史)로 가져오면 중대가리가 문을 똑똑 두드려 열게 되는 밤의 첫 문인 인생의 첫길이 된다. 두 번째 문의 편액에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 써 있다. 이 시는 송나라 육유(陸游)의 칠언시에 등장한다.


산 깊고 물이 흘러 길이 없을까 했더니(山重水複疑無路)

버드나무 그늘에 꽃 핀 마을이 있었구나(柳暗花明又一村)


이 문을 지나 세 번째 문에 들어서면 도원경을 만날 수 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구름은 마음 없이 바위구멍을 나가고(雲無心而出岫)

새는 날기도 지쳐 돌아옴을 알도다(鳥倦飛而知還)


모두가 자연을 노래한 것인데 이것을 인도(人道)에 갖다놓으면 금방 성감이 풍부한 세계가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후대의 성의학자(性醫學者)들이 만든 <시경옥문>이란 놀이지만 진(陳)나라 왕실의 내문학사들은 달달 욀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지소태후가 그에게 청조의 몸을 관찰하게 했는데 특이한 점이 발견된 것일까? 태후의 눈길을 받은 양시의가 메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약사(藥師) ; 신라에는 900년대 가까이 환관제도가 없었으므로 내명부를 관리·감독하는 자는 약사(藥師)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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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9-08-07 오전 3:29: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여현 |  2009-08-08 오전 9:11: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읽었습니다. 한자 오기가 보이는군요^^ 柳倍 → 柳暗 아닌가요?  
여설하 대단한 학문이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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