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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3회/ 신부(新婦) 고르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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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3회/ 신부(新婦) 고르기 (3)
2009-08-05     프린트스크랩
 

 


“나으리, 음호라는 건 허벅지 양쪽에 좌정하고 있어 다리는 날개와 같은 것입니다. 흔히 날 수 없는 용이라고 말합지요. 쇤네가 중매쟁이 노릇을 하며 알아낸 바로는···, 용주란 음호를 가진 여인은 기쁨에 겨워 웃을 때는 양볼에 보조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바로 청조 아가씨와 같은 분이 그렇습지요.”

 

“그게 사실인가?”

 

“그렴요. 나으리께선 조자룡의 칼 솜씨를 지니고 계시겠지요?”

 

“거럼, 거럼. 이를 말인가. 내 칼 쓰는 솜씨는 조자룡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네. 어쨌든 애 썼네. 자넨 그만 물러가 있게. 내 금명간 후한 사례금을 내릴 것이니 내 집에 머물며 좋은 음식과 일하는 아이들의 시중을 받으며 푹 쉬게. 알겠는가!”

 

“참으로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매파는 이마가 방바닥에 닿을 만큼 절을 하더니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방을 빠져나갔다. 매파의 발짝소리가 중문을 벗어나자 마자 세종은 하인을 불러 낭산(狼山)에 칩거한 일묵선사(一黙禪師)를 불러오게 했다. 멀리 중원의 진(陳)나라에 유학을 떠났다가 청성산에서 선술을 익혀 신라로 돌아온 법술(法術)이 아주 능한 도인이었다. 며칠후 그가 도착했다.

 

“도인께선 궁에 안 들어오시니 한 번 뵙기가 아주 난감합니다. 이곳에 평락전을 짓고 도인을 청해 법술을 베푼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내가 매파의 입을 통해 들으니 신을 부르는 강신술(降神術)에도 뛰어나다고 하니 도인께서 법술을 베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 나이 열일곱이니 작다할 수 없네. 오래전부터 어머니는 혼례를 올리라고 난리를 치시는데 그렇다고 덥썩 짝을 구할 수는 없단 말일세. 자네의 선술이 서라벌에 널리 퍼졌으니 그 수법으로 내 짝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네.”

 

“그런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일묵선사는 세종을 목욕재계 시킨 후 조촐하게 마련한 신전(神殿)으로 데려가 향을 사루고 엎드리게 하더니 한동안 신령(神鈴)을 달랑거렸다.

 

“자, 나으리께서 알고 싶은 걸 말씀하십시오.”

 

“인왕동 저쪽에 옥진궁주가 살고 있네. 그 분의 손녀딸 이름이 청조(靑鳥)라 하는데 천하절색이란 소문이 났다네. 그게 매파의 입을 통해 들었던 것이라 믿음이 가질 않으니 선사께선 그 말이 사실인지 내게 가르쳐 줬으면 하네.”

 

일묵선사는 손에 든 신령을 요란스럽게 흔들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들어 글귀를 써 내려 갔다.



   아, 천하절색의 가인이 때를 만났구나

그러나 새를 잡았다고 안심하지 마라

마음 속의 한 가지 걱정은

가지를 찾아 새가 날아감이네.

   - 회도인(回道人) 씀 -



  그 말뿐이었다. 아무리 신령을 흔들어도 더 이상은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글귀의 내용으로 보면 세종은 마음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상대가 천하절색의 가인인 것은 틀림없는데 ‘가지를 찾아 새가 날아간다’는 게 왠지 껄쩍지근했다. 새라는 건 그렇다. 잡아놨다고 안심 터억 놓고 날아가지 않는다고 믿는가? 아닐 것이다. 기회만 있으면 날아가려 움직이는 게 새다.

 

‘그런 말을 하는 건 청조(靑鳥)란 이름 때문이 아닐까. 옥진궁주의 손녀딸이 내 신분을 안다면 엿가락처럼 달라붙을 텐데 그런 건 쓸데없는 걱정이야. 계집이란 함께 살다보면 진절머리가 나는 건 사실이잖아. 그럴 땐 나의 눈치를 보아 사라지는 것도 괜찮은 일이긴 한데···. 글깨나 익힌 자들이 떠드는 건 그렇잖아. 뭐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 해야한다느니 뭐니 떠들잖아. 차암 웃겨. 가만, 저 글귀는 회도인이 썼겠다?’

 

마음 한쪽에 믿음의 보따리가 풀리는 기미가 일어났다. 회도인은 기행과 탈속으로 알려진 팔선(八仙)의 한 사람인 여동빈(呂洞賓)의 아호다. 훗날 원나라 시대에 정리된 팔선(八仙)은 종이권(鐘離權) · 장과로(張果老) · 한상자(韓湘子) · 이철괴(李鐵拐) · 조국구(曺國舅) · 여동빈(呂洞賓)의 남자 선인 여섯 명에 남채화(藍菜和) · 하선고(何仙姑) 등 여자 선인 둘을 합해 여덟 명이다. 팔선의 한사람이면서 선가의 방중술에 뛰어난 여동빈이라 세종은 마음자리가 흡족했다.

 

“그래, 여동빈 선인이라면 믿을만하지. 그 분은 주색(酒色)에 대통하신 데다 방중술에 일가를 이루셨지. 그 분께서 천하절색이라 하셨으니 틀림없을 게야. 시구의 뒷부분이 마음에 걸리지만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왕실 사람인 걸 알면 더욱 달라붙을 텐데. 아암, 그렇고 말고!”

 

일묵선사를 되돌려 보낸 세종은 급히 매파를 불러 혼담을 진행시키라고 재물을 내놓았다.

 

“자, 이건 자네가 수고한 댓갈세. 지금 곧 옥진궁주댁으로 달려가 내가 혼담을 넣었다고 말하게. 싫다지는 않을 게야. 자넨 어느 때가 길일인지를 내게 말해주게. 아시겠는가?”

 

“아이구, 아다마다요. 나으리께서 많은 재물까지 내리셨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냉큼 다녀오겠습니다.”

 

노파는 한달음에 다녀올 듯 횅하니 달려 나갔는데 해가 서산에 질듯 말듯 가물가물할 무렵 나타나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넉장스럽게 내놓았다.

 

“나으리, 참으로 죄송스럽습니다. 나으리께서 모처럼 결단을 크게 하셨는데, 청조 아가씨는··· 오늘 시집을 간답니다. 그러니 나으리께서 잊어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댁 마나님, 옥진궁주께선 왕실에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아 보명궁(寶明宮)에 신방을 차리고 신랑을 맞아들인다 합니다. 이 일엔 태후마마께서 중매를 서신 것이라고 소문이 대단합니다.”

 

“뭐야, 태후마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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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9-08-05 오전 6:29: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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