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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1회/ 신부(新婦) 고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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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1회/ 신부(新婦) 고르기 (1)
2009-08-03     프린트스크랩
▲ 마두식각배
 

 


서기 564년 3월 초이렛날.

인왕동에 자리한 세종(世宗)의 호화주택 평락전(平樂殿)의 문이 열리자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일찍이 제왕의 서출로 태어나 ‘인왕동의 귀한 풀(貴草)’로 자란 세종은 호탕한 성격답게 종(鐘)을 쳐 사람을 모아 은 항아리에 든 술로 잔치 여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종정옥백(鐘鼎玉帛) 대인’이었다.

 

진나라의 왕 조식(曹植)처럼 한 말(斗)에 천 냥이나 하는 술을 마시면서 환락과 해학을 누리더니, 인왕동에 크나 큰 집을 짓고 칩거한 것은 세 해 전이었다.

천하의 미장부요 왕가의 서출이 사는 평락전. 봄이 오자 빗장친 대문이 열리며 갑자기 분주해졌다.

 

“우리집 주인께서 천하제일의 미녀를 아내감으로 고르고 있다!”

 

서른 명이나 되는 하인들이 떠벌리고 다녔기에 관록붙은 매파(媒婆)가 곳곳에서 혼담을 가져와 시끌덤벙했다. 저마다 자신이 추려낸 신부감이 으뜸이라 엄지를 세웠지만 세종은 비스듬히 누운 채 졸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 나이 열일곱, 신부는 두서너 살 차이가 나야겄지. 얼굴은 당연히 미청목수(眉淸目秀)에 순홍치백(純紅齒白)이어야 해. 뼈는 가늘고 살결은 부드러워야지. 몸매는 통통하거나 깡마르지 않고 피부엔 광택이 있어야겄지. 손가락 마디마디엔 보조개와 같은 작은 움파리가 뚜렷하고 얼굴은 오똑  생기가 있어야 해. 중요한 건 넓적다리의 살집이야. 그곳은 알맞게 풍요로워야 하고 특히 협곡은 그 중심부가 반듯하게 갈라져 나뉘어진 선이 분명해야 하거든. 출입구는 위쪽으로 달라붙어 얌전하게 입을 다문듯 해야 한다니까.”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옷 속에 감춰진 부분까지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오자 매파들은 하나같이 한숨만 몰아쉬었다.

 

“아니 무슨 밥을 먹었기에 그토록 까다로워. ‘인왕동의 귀한 풀’이 언제부터 아호가 바뀌었나? 도대체 충화자(冲和子)란 호(號)가무슨 뜻이야? 뭘 깊이(冲) 화합(和)한다는 거야?”

 

헛수고를 한 탓에 서너 명의 매파가 봄날의 오후 햇빛이 여물게 비치는 양지녘에 앉아 세종의 애매한 호를 매만지며 투정을 부렸다. 아닌 게 아니라 세종이 자신의 호를 충화자(冲和子)라 한 것은 그 시대의 유행을 따라 여색(女色)을 지나치게 탐해 깊이 화합을 이루고 싶다는 뜻이었다.

 

“살다보니 별 일 다 보겠어. 조금 전엔 이런 얘기도 하더라니까. 글쎄, 처녀의 은밀한 곳은 만두 모양을 해야 한다는 거야. 계곡은 기름을 바른 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약간 늘어져 있어야 한다나. 나원참 망측스러워서···.”

 

서라벌 곳곳에 발품을 팔았던 피곤함 때문인지 몸이 떡메처럼 모착한 목을 한 예순쯤 돼 보이는 노파가 투박한 빈정거림을 떨구었다. 그녀는 목소릴 낮추었다.

 

“아, 조금 전엔 음식 먹은 것까지 난리더라구. 자신의 신부가 될 여자는 아무 거나 먹어선 안 된다는 거야. 하늘에도 사계절이 있듯 우리 몸에도 그런 게 있으니 사시사철의 음식이 달라랴 한다는 거야. 봄에는 의이인(薏苡仁)이오 여름엔 녹두고(綠豆羔), 가을엔 연육(蓮肉)이요 겨울엔 낙화생(落花生)이니 이걸 때맞춰 복용해야 한다는 거야.”

 

“아주 염병을 떠는 구먼.”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런 걸 복용하면 몸이야 좋아지겄지. 서라벌 어디에 그런 먹을거리가 있겄어. 그림의 떡이지. 그러나 저러나 명활부(明活部)에서 매파 한 사람이 온다는 말이 있던데?”

 

“그 여편네 때문에 우리가 밖으로 쫓겨난거지 뭐. 지금쯤 이 댁 주인과 얘기꽃이 한창일 텐데.”

 

아닌 게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는 객방엔 평락전의 주인 세종이 보료에 비스듬히 누워 새소식을 들고 온 작달만한 키의 매파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으리, 이제야 충화자 나으리의 신붓감을 찾아냈습니다.”

 

“어떻게 생긴 처년가?”

 

“그 처녀는 천성적으로 온순한 성격입니다.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듯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에 칠흑같이 검고 삼단같이 치렁한 머리를 지녔으며 용모는 영락없는 월(越)나라 서시(西施)를 닮았습니다. 뼈는 가늘고 키가 알맞으며 살이 찌거나 마르지도 않았습니다. 충화자 나으리의 당부를 좇아 소인이 은밀히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처녀의 음호(陰戶)는 내려붙지도 않았으며 알맞게 젖어 있었습니다.”

 

세종은 비스듬히 누운 자리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되짚어 물었다.

 

“그게 사실인가?”

 

“이를 말입니까, 나으리. 그 처녀의 모습을 말하자면 미청목수(眉淸目秀)에 순홍치백(純紅齒白)입니다. 나으리의 다시 없는 배필입니다.”

 

매파는 힘주어 말하며 가늘게 웃어주었다. 세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함박지게 미소를 흘려냈다. 당시 신라 사회를 뒤흔들던 미녀의 조건은 우선 눈썹이 보기 좋게 가지런하고 맑아야했다. 눈매는 초롱하고 아름다워야 하고 입술은 타는 듯 붉고 이는 하얘야했다.

 

“나이는 몇이나 됐는가?”

 

“더 없이 좋은 정(鼎)이지요.”

 

“정(鼎)이라?”

 

매파는 어깨를 으쓱 펴며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나으리의 상대로 딱 떨어지는 열넷입니다. 계집이란 과실과 같아 설익은 걸 가까이 하면 배탈 나기 십상이고 너무 익은 것은 뒷맛이 개운찮지요. 안그렇습니까, 충화자 나으리. 계집은 홍상미판(鴻潒未判)이어야 감칠 맛이 나는 것입니다요.”

 

홍상미판(鴻潒未判)은 첫 월경이 오지 않은 14세 쯤인 칠칠(七七)의 나이다. 첫 월경이 오지 않았다지만 아직 멀었다는 게 아니고 그 직전이라는 의미다. 세종은 고개를 약간 갸웃댔다.

 

“이보게, 열넷은 너무 어리지 않는가. 사내와 즐거운 밤을 맞이하려면 수경이과(首經已過)에 미경산육(未經産育)이라 했으나 열일곱은 돼야지?”

 

이것은 첫 월경은 겪었지만 아직 출산경험이 없는 싱싱한 처녀여야 한다는 말이다. 노파가 손을 내저었다.

 

“그건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모르다니?”

 

“수경이과에 미경산육은 아무래도 중등(中等)입니다.”

 

“중등?”

 

“나으리, 하등(下等)은 오오(五五) 삼팔(三八) 삼칠(三七)의 수라 했으니, 25세, 24세, 21세가 됩니다. 또한 중등(中等)은 오사(五四) 이구(二九) 이팔(二八)의 수라 했으니 20세, 18세, 16셉니다. 상등(上等)은 아무래도 홍상미판(鴻潒未判)이지요.”

 

그제야 세종은 이마의 잔주름을 지우고 밝게 웃었다. 매파의 흥그러운 얘긴 이어졌다.

 

“여기서 머지않은 곳에 그 분은 살고 있습니다. 이름을 청조(靑鳥)라 하온데 둘도없는 천하절색이지요. 그 분은 할머니의 보호 아래 커왔는데 쇤네가 보기엔 나으리와 잘 어울리는 배필이라고 봅니다. 외부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쳐들어 오는 걸 무척 경계를 한 답니다. 만약 나으리가 그 집에 가서 청조 아가씨를 한 번 보기만 하려 해도 난리가 날 것입니다.”

 

“아니 왜?”

 

“그 분은 오랫동안 귀한 사람들을 모시며 살았답니다. 그렇다 보니 주위에 이름있는 사람들이 깔려있습죠. 신라의 대문장은 말할 것도 없고 왕실의 높은 어른들까지 가까이 지냈습니다만, 지금은 손녀딸의 교육에 힘을 기울여 외부인의 출입을 엄금시키고 있답니다.”

 

“무슨 교육을 시킨단 말인가?”

 

“툭 까놓고 말씀드리면 방사(房事) 교육이지요. 사내를 만나 밤을 어떻게 치루어야 하고 어느 곳을 두드려야 새 울음 소리가 나는가 하는···, 방사 교육이지요. 에헤헤, 일테면 사내를 길들이는 교육이라고나 할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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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9-08-03 오전 12:57: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한돌희망 |  2009-08-03 오전 7:43: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두 잘보앗습니다, 감사합니다.  
靈山靈 |  2009-08-03 오후 3:17: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오?
예!  
◑오오◐ |  2009-08-11 오후 5:31: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부끄럽게도
제가 바로 하등품인
오오입니다.  
빈타 |  2009-11-01 오후 2:27: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오 이십오도 난 조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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