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사람과 동식물의 DNA 달에 보관

히든은 알렉스4와 알렉스5가 일으킨 난으로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알렉스5가 죽은 자신의 형 시체를 끌어안고 죽어있는 모습을 본 히든은 더욱 심한 충격을 받았다.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키웠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막상 다 키워놓고 보니 이성적인 냉철함보다는 더욱 인간적인 정에 이끌리는 보통의 사람으로 성장해있는 것이었다. 알렉스5가 맘모스맨들 5000여명을 이끌고 복제공장에 나타났을 때, 마침 알렉스6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자신과 알렉스5의 눈이 마주치고 말았는데, 그는 몹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왠 군사를 거느리고 이 밤중에 나타났느냐고 하니까 처음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재차 다구 쳤더니 사실대로 말을 하였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땅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즉시 알렉스3에게 연락을 하여 로봇병사들을 이끌고 진압을 시켰었다. 자신의 죽은 아들을 복제하여 생산한 아들들이 감히 자신에게 반기를 들은 것도 감수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죽은 형과 함께 세상을 한탄하며 같이 죽은 알렉스5는 히든의 심정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이루기 위해선 70여 만종의 DNA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놓아야했다. 지구 종말에 대비해 소량씩 나누어 지구와 달에 지구문명을 백업해놓는 시설이 시급을 요하는 일로 생각이 되었다.

히든은 알렉스7의 방으로 찾아갔다.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난 히든을 보고 알렉스7이 놀랬다. 형들의 비참한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있던 알렉스7은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알렉스7! 일전에 말했지만, 달에 올라가서 인류문명을 보관하는 임무가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알겠느냐?”

“네! 히든님! 반드시 안전한 곳에 시설물을 파서 묻어놓고 오겠습니다.”

“내가 생각해보니 우주병사는 안전을 위해 다섯 명을 데리고 가고, 우주선을 운전할 비행사는 세 명을 데리고 가거라. 우주여행을 했던 8 명은 달나라에 갔던 기억을 없애버리면 우리 부자(父子)외에는 아무도 모르니 지구의 우수한 사람들의 DNA와 동식물의 DNA를 감쪽같이 잘 지켜낼 수 있을거야.”

“안전하게 잘 지켜낼 수가 있을 것 같군요.”

“그럼 여기 작업지시서가 적힌 폴더가 있으니 너의 생체인식 컴퓨터에 담아 가도록해라.”

“언제 출발하죠?”

“정확히 일주일 뒤에.”

히든은 목성우주선 징기스칸X-7호 발사 때문에 연기되었던 신 지구프로젝트Z-0계획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알렉스7이 달에 간다는 얘기를 들은 알렉스2가 동생의 방으로 왔다.

“동생 이번에 달에 간다며.”

“그래! 형 형도 같이 갔으면 좋을 건데. 아버지가 나 혼자만 갔다 오래.”

“히든은 우리가 둘이 이렇게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몰라. 왜냐하면 이번에 알렉스4와 알렉스5가 난을 일으키고 죽어버렸으니 히든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더라고. 우리도 앞으로 의심받지 않으려면 조심해야 될 것 같애.”

“그래 형 앞으로는 자주 만나서도 안 될 것 같지.”

막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형을 바라본다. 형은 동생이 안쓰러운지 안아주었다.

“잘 갔다 오기를 하늘에 빌게.”

“그래 형 꼭 돌아올게.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다 극복하고 아버지 히든의 꿈을 달에 묻고 올게.”

“그래야지. 암.”

알렉스2는 더욱 동생을 꼬옥 안고 오래도록 떨어질 줄 몰랐다. 부엉이 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스7은 우주인3명과 우주병사5명을 데리고 달나라로 올라갔다.

연료탱크 없이 날아가는 우주선으로 광자(光子)를 이용한 빛의 압력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서 날아가는 우주선이었다. 우주선은 최대한으로 작게 만들었다. 태양빛만 있으면 우주의 어디든 날아가며 우주선의 무게가 가벼워서 가속을 받으면 달에 가는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다. 달에는 수시로 들락거렸으므로 안전에도 문제가 없었다. 임무를 다 마치고 돌아오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이었다.

“여기는 지구 ‘징기스칸 X-7호 나오라.”

“여기는 ‘징키스칸X-7호’”

“나 히든이요.”

“아 히든님 저 비행사K입니다.”

“오늘 내 아들놈 알렉스7을 달나라로 보냈어요. 당신같이 우수한 인재들을 영원히 보전하기 위한 방편이요.”

“그렇다면 인류의 문명을 보전하기 위한 프로젝트군요.”

“그렇지요. 영원히 소중한 인류를 남기기 위한 위험분산정책이랄까. 지금 목성으로 가는 있는 기분은 어때요?”

“히든왕국을 위하여 큰 임무를 부여받아 부담스러웠지만,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정말 우리가 지켜야할 별은 지구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래요.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태양으로부터도 적당히 떨어져있고 온갖 위해한 물질은 달이 막아주니 이거야말로 온갖 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점점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부적합한 땅으로 변하고 있으며 심지어 생물들은 나날이 그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비행사K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암흑의 물질과 반물질을 우리 손에 넣으면 지구를 대대적으로 청소하겠다는 것이 이 히든의 큰 포부요.”

“지구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 날이 지구 대재앙의 날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소. 해석여하나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나 히든의 지구사랑은 극단적인 방법입니다.”

“부디 좋은 일에 사용되면 좋겠습니다.”

“잘 다녀오시오. 목성으로 가는 길은 먼 길이지만 누군가 개척해야할 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