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물속에 나타난 에톰의 반물질
 에톰은 일찍 일어나서 오랜만에 개울가에서 세수를 하였다.
물속에 비친 꺼칠해진 자신의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물속의 그림자가 잔물결에 일렁이며 움직이더니 벌떡 위로 솟구쳤다.
“누구야? 너는?”
에톰은 기겁을 할 정도로 놀래며 눈이 동그래졌다.
“허허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래다니 원자들의 왕답지 않군.”
“내 모습이라고? 나는 여기 이렇게 있는데 네가 나라니?”
“하하 나는 너의 반물질이야.”
“반물질?”
“사람들의 몸에는 한 시간마다 180여개의 반물질이 생겨. 반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아. 단지 에너지로 느낄 수 있을 뿐.”
“그럼 너를 한 번 만져 봐도 돼?”
“가까이 오지 마. 나를 만지는 순간 너는 에너지로 변하고 말아.”
“너는 무서운 녀석이구나.”
“흐흐 그럴지도 모르지. 세상의 모든 입자는 자신의 몸 크기만 한 반입자를 가지고 있어.
빅뱅이후 세상은 음의 에너지가 우주공간을 가득 채웠어. 가득 채우고 남는 전자 하나가 빛을 받아서 양의 에너지로 바뀌었지.“
“양의 에너지?”
“그래 그 양의에너지가 원자도 만들고 우주의 별과 지구 먼지 운석 세상에 보이는 모든 물질을 만들은 거야.”
“와 신기하다. 겨우 전자하나가 어마어마한 일을 해내다니.”
“흐흐 너희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은 겨우 4%밖에 안돼.”
“그럼 96%는 다 뭐야?”
“하하 모르는 게 무척 많군. 암흑의 물질이 22%고 암흑의 에너지가 74%. 암흑의 물질을  로켓 연료로 사용하면, 빛의 속도로 달리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 수 있어.”
“멋진 물질이군. 건데 오늘 어쩐 일로 나타난 거야. 다른 사람 앞에도 나타나?”
“아니 너한테만 특별히 나타 난거야. 넌 원자들의 왕이거든.”
“고마워. 다음에 너의 힘이 필요할 때 부르겠어. 그 때 도와줘.”
“응 나는 너 주변에 항상 있어.”
에톰 처럼 생긴 반물질은 에톰이 보는 앞에서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다. 잔물결이 잠시 일더니 잠잠해졌다. 에톰은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우주의 신비가 더 놀라웠다. 이런 암흑의 물질과 암흑의 에너지를 히든 일당이 나쁜 일에 악용한다면 지구의 미래는 그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에 빠질 것 같았다. 과학자들의 행방을 찾는 게 소년들의 목표였는데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세상은 자신들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숙제를 많이 던져주고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만 해온 자신이 세상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과서 밖의 세상은 상상을 불허했다. 히든 일당이 벌이는 온갖 일들은 소년들 세 명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중의 난제였다. 에톰 자신의 역할이 점점 커져야 할 것 같기도 했다. 아버지와 과학자들을 구한다하더라도 히든 일당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에톰은 점점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히든 일당이 스스로 자멸의 수순을 밟기 전에는 악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바둑에서도 불리한 형세지만 최선을 다하며 기다리는 것은, 상대방이 승리감에 도취해서 일찍 삼페인을 터트리며 긴장의 끈을 풀고 자충수를 두어서 스스로 승리의 월계관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히든과의 승부는 단판승부보다는 승부를 길게 가져가며, 히든의 약점과 틈새를 노리는 전략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스스로 자멸하는 수순을 밟아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방금 만난 반물질도 에톰이 이제껏 도움을 받은 사물들과 다름없이 소년들에게 크나큰 도움을 줄 것 같았다.
에톰은 하늘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에톰 식사하자!”
코스모가 불렀다.
“그래 오늘의 메뉴는?”
“모처럼 자연에서 자라는 나물로 반찬을 하고 그동안 하나가 주고 간 볍씨를 발아시켜 로보킹이 키운 쌀로 밥을 지었어.”
“와 오늘 밥이 나온다구. 잘 됐어. 안 그래도 엄마하고 밥 먹었던 생각이 났거든.”
하얀 쌀밥이 두 그릇 밥상에 놓이고 나물무침이 서 너 개 올려져있었다.
“에잉 내 밥은?”
로보킹이 투정을 부린다.
“헤헤 니 밥은 내가 대신 먹어줄게.”
코스모가 로보킹의 밥그릇에서 밥을 숟가락으로 퍼오는 시늉을 한다.
소년들 세 명이 한꺼번에 웃음보를 터트린다. 모처럼 유쾌한 식사를 마친 소년들은 잠깐 바둑을 두며 휴식 시간을 가진다. 지나가던 철새들이 소년들의 단란한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먼 길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