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양성자가속기

히든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7층 높이의 거대한 지하 시설물이 펼쳐졌다. 히든이 서 있는 곳은 지하 2백m 지점. 60층 이상 되는 건물의 꼭대기에서 1층까지 단숨에 떨어지듯이 내려왔다. 이곳은 거대한 지하요새였다. 거대한 드럼통 모양의 시설물이 눈에 띄었다.

“여어 수고가 많아요. 이렇게 깊은 골짜기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히든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시침을 뚝 떼고 물어보았다.

“히든님! 양성자들이 가는 튜브 속을 빛의 속도로 달려와서 서로 충돌합니다.”

가속기 책임자가 말했다.

“그래요? 녀석들 성질도 급하네. 서로 충돌하면 무엇이 생기나요?”

“매초 수억 번씩 서로충돌하면 태초의 빅뱅이 1백37억 년 만에 재현이 되어, 새로운 입자를 발견할 수도 있죠.”

“빅뱅이라?”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정체, 입자들의 초 대칭 짝 입자 존재 여부, 물질과 반물질 성질에 대해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암흑물질? 반물질? 그것 참 흥미진진한 실험일세. 특히 반물질에 대해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미량의 반물질이 검출되거든 잘 모아놓아요.”

“네. 히든님! 수많은 충돌에서 생기는 에너지의 양이나 궤적에 대한 데이터들이 수천가닥의 전송선을 타고 본부로 보내지기도 합니다.”

“고비용이 들더라도 반물질을 많이 생산하도록 해요.”

“네 히든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하 200미터에 내려온 수 천 명의 과학자들과 사무원들이 지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다. 한 번 내려가면 수십 년 동안 머무는 게 예사였다. 대부분 남자들인데 혼자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들 모두는 태초에 우주가 생성된 원리를 찾아서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렸다. 24시간 불을 밝혀 놓았으므로 밤인지 낮인지 생체시계가 배고픔을 알려야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이들은 생래적으로 입자물리학 연구를 좋아했지만, 24시간 불을 밝혀 계란 낳기를 유도당하는 닭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들 중 누군가 불만을 토로하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의 모습은 다음날 보이지 않았다. 항시 뛰어난 유전자는 저장고에 보관이 되므로 죽어도 그들의 재능은 누군가에게 물려져 히든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었다. 히든의 왕국이 존재하는 한 천연지하 요새는 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었다.

히든은 목성으로 보낼 우주선이 완성되면 우주비행사k를 선장에 임명하여 보낼 생각이었다. 목성관측은 겉으로 들어난 목표이지 진정한 목표는 아니었다. 히든 자신의 은밀한 야망을 이루기 위해 지구에서 대량생산이 어려운 반물질을 목성에서 가져오도록 할 생각이었다. 반물질만 손에 넣는다면 히든이 지구에서 해내어야 할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반물질이 히든자신의 욕망충족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반물질 1g에 물질1g을 섞어서 반응시키면

E=mc2 1.8*10의14승J TNT 4만3000톤의 위력을 나타낸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이 인구 30만중 10만 여명을 사망케 하였다. 핵폭탄 중심에서 500미터 이내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멸종하였다. 반물질 1그램의 위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위력을 상회하는 폭발력을 가졌다. 만약에 히든이 반물질 10그램만 소유하여 나쁜 마음을 먹으면 인구백만명의 도시는 눈 깜작 할 사이에 날려버릴 것이었다. 우려스러운 것은 양성자 충돌로 생긴 인공 블랙홀이 팽창해 지구를 집어삼키거나 변화시킬 우려가 있었다. 세계 여러 나라 과학자들 중 일부는 가속기 실험을 반대했다. 아주 작은 공간에 여러 입자가 갇혀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이 그림을 보시면 암흑물질의 거대 중력이 빠른 속도로 운동하는 은하들이 은하단 밖으로 흩어지지 않게 불잡아두는 구실도 합니다.”

“그렇군요. 암흑물질이 적어도 우주에 22%를 차지하고 있다니 우리가 먼저 발견해야 해요.”

“네 히든님!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전우주의 4%밖에 안 됩니다.”

“그렇지요. 74%의 암흑에너지도 우리가 먼저 발견해서 히든 왕국을 창조하는데 일익을 담당해야 합니다.”

히든은 마치 허기에 지친 사나이마냥 세상에 아직 그 모습을 들어 내지 않은 모든 물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물질을 가장 먼저 소유하려고 했다. 그는 오직 자신의 욕망충족에 충실한 사나이였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을 그는 적으로 생각하고 지구에서 영원히 배척하려고 했다. 자신의 죽은 아들을 생각하며 오염된 지구를 청소하려고 하며 힘을 가지기 위해 온갖 복제실험을 다하였다. 이런 인격의 소유자가 과학의 지식을 독점할수록 인류에게는 크나큰 재앙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스탈린이나 히틀러를 섞어서 복제하면 나타날 수 있는 현대판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