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히든왕국의 균열

미로의 방에 알렉스3이 아버지 히든과 마주 보고 앉아있다.

방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자 히든이 말문을 열었다.

“알렉스3! 요즈음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정보총책인 너의 생각은 어떠냐?”

“네, 저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있습니다만 별다른 조짐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블랙야크가 2인자에서 물러난 현 상황을 볼 때 그는 충분히 나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어. 특히 그가 관리하고 있는 핵 기지도 불안해. 블랙야크를 수시로 잘 감시해.”

“네. 정보원 여러 명을 핵 기지 주변에 풀어놓았습니다.”

“불랙야크의 죽은 복제분신들은....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나.”

“네 일전에 보고 드린 정보가 정확했습니다.”

“역시 네 형 알렉스2의 짓이 틀림없구나. 도대체 그 녀석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녀석이야. 남들은 권력을 못 가져서 안달인데 스스로 밥그릇을 차다니... 쯧.”

“형은 막내와 농사를 짓고 있대요.”

“농사?.....”

“콧노래를 부르면서 아주 즐거워한데요.”

“그래 그것 참 별 꼴이군. 잘해보라지. 우리 왕국의 시민들 다 먹여 살리겠네. 하하하.”

“그런데 말이야 문제는 정작 다른데 있는지도 모르지.... 알렉스4와 알렉스5가 지 동생이 높은 자리로 갔는데 일언반구도 않거든. 그 침묵이 수상하단 말이야.”

“맘모스맨들을 만 명이나 복제를 하는걸 보면...아무리 치안유지용이라 해도 조금 인원이 과한 것 같아요.”

“잘 보았어. 넷째와 다섯째도 주의해서 잘 살펴봐. 믿는 도끼에 발등 찍을 수도 있으니까.”

히든은 아들들을 권력의 전면에 내세웠건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래저래 심사가 사나워 그의 희망이 자라는 지구하우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알렉스3은 바로 밑에 동생들을 불러 그들의 속마음도 캐볼 겸 사무실에 캔맥주 세 개와 마른안주를 준비시켰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동생들이 들어왔다.

“여어 동생들 어서와. 항상 정답게 붙어 다니니 보기가 좋구먼.”

“형 어쩐 일이야. 우리가 뭐 잘못한 것이라도?.....”

알렉스4가 말했다.

“원 이 사람 잘못은. 자 시원한 캔맥주나 한 잔 씩 하자구.”

형제들이 서로 캔맥주를 부딪치며 브라보를 합창하였다.

“형 혹시 우리가 하는 얘기 녹음되는 거 아닌지 몰라.”

알렉스5가 불안한 마음을 얼굴에 나타내었다.

“하하 뭐 우리가 못할 말 하겠니? 녹음은. 걱정 마 그런 짓 안할 테니.”

알렉스3은 동생들을 일단 안심시켰다.

“혹시 아버지 히든이 뭐라고 하셔?”

알렉스4가 자신의 짐작을 말하였다.

“아니 별다른 말씀은 없어. 알렉스6이 갑자기 둘째형의 자리로 가는 바람에 불만이 있을 거라며 잘 타일러 주라는 언질은 있었지만.”

알렉스3은 동생들의 안색이 순간 변하는 것을 느꼈다.

“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러려니 해야지. 셋째형이 더 불만이 많을 것 같애.”

알렉스4가 말하면서 형의 속마음을 떠보려한다.

“나는 지금의 내 직책에 불만이 없어. 히든의 왕국을 유지하려면 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거든. 어차피 제일 큰 형이 아버지 뒤를 이을 것이고 나는 내일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애.”

알렉스4는 형의 현실지향적인 성격으로 볼 때 별 불만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알렉스4는 더 이상 속마음을 나타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동생에게 고개를 흔들며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블랙야크가 불만이 많을 것 같애.”

눈치를 챈 알렉스5가 대화의 화제꺼리를 타인으로 옮겼다.

“블랙야크도 불만은 많겠지. 하지만 지금의 그 자리도 만만치 않은 자리야. 마음 잘못 먹으면 한방에.....”

알렉스3은 더 이상 말하다보면 말실수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을 줄였다.

“맘모스맨이 만 명까지 필요한 이유가 뭐야?”

알렉스3이 알렉스4의 얼굴을 정색하며 말했다.

“왕국의 백성도 점점 많아지고 외부의 침입도 근래 잦아져서 어쩔 수 없이 늘인 거야. 또한 외부의 전파도 수상한 것들이 많고 지구의 자기장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알렉스4가 형의 의문을 잠재우려는 듯 확신을 가지고 말하였다.

“앞의 두 가지는 이해가되는데 뒤의 두 가지 즉 외부의 전파와 자기장의 문제는 무어지?”

“인터넷을 키면 외부에서 끊임없이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날아와. 어쩌면 우리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세력들이 지구나 우주에 존재하는지도 모르지.”

“지구의 자기장에 문제가 발생한 징후라도 있어?”

“지구의 자기장이 남극과 북극에서 일정하게 흐르면 태양의 태양풍을 막아 준다구. 그런데 그 자기장의 흐름이 일정치 않고 불규칙해. 만약에 태양풍이 지구를 덥친다면 지구는 온전치 못해. 그럴 때 맘모스맨들이 지구의 재난을 복구하는 역할을 하게 될거야.”

“태양풍?”

“원자 폭탄보다 1억 배나 강력한 무기가 태양에 있어. 엄청난 방사능이 달과 지구에 떨어지는데 달은 대기가 없어 그대로 떨어지고 지구는 대기와 자기장이 완벽하게 방어를 해준다구. 자기장은 지구의 외핵에서 흘러나오는데, 남극을 뚫고 나와 지구 전체를 감싼 후 다시 북극을 뚫고 내려가. 자기장이 없다면 모든 지구 생명체가 태양의 고에너지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어 생존이 불가능해.”

알렉스4는 자신이 알고 있는 우주의 지식을 말했다.

“음...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기적이군.”

알렉스3이 심각한 어조로 되뇌었다.

“외부의 자연재해만 해도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데, 지구 내부에서 그러한 위험을 초래하는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야.”

알렉스4가 불만스런 어투로 말했다.

“내부의 위험?”

알렉스3도 인정하는 듯 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 히든의 왕국에서 벌이고 있는 복제사업과 유전자 조작, 지능로봇병사 양성, 우주의 다른 별에서 신물질 들여오기, 양성자가속기로 반물질제조, 달나라 부근의 소행성(알렉산더 Y-09)에 식민지 개척,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납치해오는 우수한 두뇌들, 신 지구건설프로젝트Z-O, 세균무기와 화학무기수출, 원자탄제조, 우수한 지구인종과 동식물들의 DNA보관 등, 결국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는 행위야. 특히 4명의 과학자들을 납치해오는 바람에 우리의 왕국을 자기들의 안방 드나들듯이 들어오는 소년들은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야. 그중에 키 작은 소년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큰 능력을 가졌어.”

알렉스4는 자신이 평소에 품고 있었던 생각을 털어놓았다.

알렉스3은 자신이 확인하고 싶었던 동생들의 불만이 제법 그 골이 깊다는 것을 그들의 표정과 대화에서 확실히 느꼈다. 왕국의 안전을 위하는 길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안의 공기가 점점 차거워지는 것을 느낀 형제들은 미련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같은 형제라도 저마다 생각은 달랐다. 동생들의 시각은 히든왕국에서 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판일색이라는 것이었다. 세상의 일이란 보는 각도에 따라서 그 선악은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 당장 옳고 그름을 판단 내릴 것이 아니고, 먼 미래를 보고 조심스럽게 판단을 하는 것이 바른 생각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