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농부가 된 알렉스2

스스로 복제인간 프로젝트 책임자에서 물러난 알렉스2는 막내 동생 알렉스7과 궁합이 잘 맞았다. 알렉스2는 동생과 피아노연주도 같이 하고 농산물 재배도 같이 하였다. 실로 오랜만에 평화로운 생활을 하였다. 알렉스2는 매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형은 딱 농부체질이야.”

“하하 동생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형제는 밀짚모자를 쓰고 들판에 나가서 피도 뽑고 잡초도 제거하였다. 농산물에 일체의 기계영농을 배제하였으며 농약은 물론 비료도 사용하지 않았다. 묘판을 만들어 씨앗을 뿌리면 파릇파릇한 새싹이 올라왔다. 알렉스2는 에니맨3이 죽기 전에 예뻐했던 청색장미를 운동장에서 캐어 자신의 농장에 옮겨 심었다.

“동생! 색깔이 참 이쁘지?”

“형 정말 신비한 색깔이야.”

“난 이 장미의 이름을 ‘에맨로즈’라 지었어.”

“무슨 사연이라도 있어? 형!”

“그래, 내가 복제했던 에니맨3이 죽기 전에 좋아했던 장미야.”

“아!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내가 복제했던 에니맨, 맘모스맨, 독머신 등 수 많은 복제 생물을 생각하면 가련한 생각이 들어.”

“왜.”

“그들 모두는 아버지 히든의 말 한마디면 생사가 바뀌거든.”

“여섯째 형이 또 새로운 형질의 복제인간을 연구한다며.”

“응, 우주 공간에서 잘 버틸 수 있는 사람을 연구하나봐. 무중력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특이체질.”

“우주맨으로 이름도 지었나봐. 막내가 아는 채 했다.”

“점점 이 지구에서 보통사람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애.”

알렉스2는 아버지 히든의 끝없는 욕망이 몸서리치도록 싫었다.

알렉스2는 에맨장미가 남긴 열매를 땅속에 파묻었다.

“한 줌의 재로 돌아간 에니맨3! 원자로 돌아간 너의 몸을 네가 아꼈던 청색장미에게 주마. 너의 몸을 이루었던 원자가 청색 장미 속으로 들어가면 너는 다시 생명으로 부활하겠지.”

알렉스2가 주머니에서 하얀 뼈 가루를 꺼내어 에맨장미가 묻힌 땅속에 파묻었다.

“형! 언제쯤 새싹이 몇 개나 올라올까?”

“글세 장미열매는 발아율이 낮아서 많이 올라오지는 못해도 한두 개는 새싹을 올리겠지.”

“생명은 언제나 신기해.”

막내가 에멘장미를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오래도록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