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새벽이 오기도 전에 희든의 왕국에 가장 먼저 불이 켜지는 방이 있다.

탈레스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새벽잠이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나의 세포도 이제 더이 상 분열을 멈추어 피로하지 않은지 젊은 시절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의 깊은 잠이 들지도 않는다. 어제 밤 꿈에 에니맨3이 나타났다. 생전에 그런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꿈속에서 그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살려고 바둥대는 삶이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이다. 문득 지나간 세월이 다 허망하게 느껴진다. 권력자 히든 욕망의 크기만큼 그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희생당하기 마련이다. 미래를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을 보는 것도 두렵기 만하다. 지구의 삶이란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었고 살기위해서 타인의 생명을 좀 먹었다. 거울아! 오늘은 히든의 왕국에 아니 이 지구상에 뭐 기쁘고 즐거운 일이 일어나겠느냐?

탈레스는 거울을 본다. 아 역시 한시도 평온한 날이 없는 지구였다. 땅 속에서 이상한 괴물들이 아모르 섬으로 물밀듯이 쳐들어오고 있었다. 괴물들은 어미거북의 꼬리 쪽으로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거침이 없었고 지구라도 날려버릴 기세였다.

“알렉스4 큰 일 났네. 왠 괴물들이 거북의 꼬리 쪽으로 쳐들어오고 있네. 흙이 밀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지진은 아닌 것 같으네.”

“알겠습니다. 예언자 탈레스님. 우리의 자랑인 맘모스맨을 출동시켜 일망타진하겠습니다.”

알렉스4는 수 천 명의 맘모스맨들을 거북섬 꼬리 쪽으로 출동시켰다.

비상사이렌이 울리며 국가에 중대한 일이 발생한 것을 알렸다.

“에톰 이쯤에서 땅위로 올라가야 될 것 같네.”

코스모가 말했다.

“그래야 될 것 같애. 나노방탄복과 호신용권총들 잘 챙기자구.”

소년들이 지상으로 솟아오르자 맘모스맨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총알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소년들의 방탄복을 총알이 뚫지 못했다.

“얘들아 그냥 잡아서 던져버려라.”

알렉스4가 맘모스맨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맘모스맨들이 떼거리로 덤비더니 소년들을 붙잡아서 하늘로 던져버린다. 소년들은 정신이 가물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로보킹이 잽싸게 하늘로 날아서 에톰을 안고 땅에 내려온다. 매들도 하늘로 올라온 코스모를 받아서 무사히 땅에 내려놓았다.

“매들아 우리를 도와줘!”

에톰의 외치는 소리를 들은 매들이 맘모스맨들을 공격한다. 맘모스맨들은 매들의 습격에 혼비백산한다. 갑자기 하늘에 떠있던 매들이 맘모스맨들의 이마와 눈을 쪼아대니 맘모스맨들의 대열이 흩어진다.

“왠 매 때가 사람을 공격한다. 여기는 전투현장이다. 즉시 이글제트를 보내다오.”

알렉스4가 구조대를 요청한다.

“알았다. 알렉스4 조금만 버티고 있어라. 이 형이 곧 갈테니.”

알렉스1이 이글제트와 로봇병사를 데리고 나타났다.

“이글제트! 로봇병사! 매들을 공격하라.”

이글제트들이 입에서 불을 내 뿜고 로봇병사들은 화염방사기로 사납게 매들을 공격했다.

매들은 온몸에 불이 붙자 땅으로 무수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원 후퇴하라.”

흑매가 다급하게 후퇴명령을 내렸다.

소년들도 맘모스맨들의 공격을 피해 어스몬들이 모여 있는 땅 밑으로 도망을 갔다. 수 많은맘모스맨들이 땅속으로 뛰어들었다.

“어스몬! 저들을 혼내주어라!”

에톰이 말하자 어스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러지 같은 괴물들이 맘모스맨들의 몸에 들어붙자 맘모스맨들은 금방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뒤에서 멋모르고 뛰어왔던 맘모스맨들이 전부 몰살하고 말았다. 지상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맘모스맨들이 알렉스4의 명령도 듣지 않고 지하로 들어가지 않았다.

알렉스4는 로봇병사들에게 화생방 공격명령을 내렸다.

로봇병사들이 화염과 가스를 동시에 퍼부었다.

“아악 불과 가스야!”

소년들은 지상으로 뛰어 올랐다.

소년들이 올라온 곳에서 4미터 근접거리에 알렉스5와 에톰의 아버지가 총을 겨누고 서있었다.

“아! 아버지! ”

에톰이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눈을 의심하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하였다.

이 때 두 사람의 총구에서 불을 뿜으며 총알이 에톰의 가슴을 정통으로 맞추었다.

“아악!”

에톰이 비틀거렸다. 다행히 방탄복 덕분에 죽지는 않았으나 에톰은 무척 괴로운 표정을 하였고,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흐하하하 못 견디고 올라올 줄 알았어. 얘들아 생포하라.”

알렉스4가 맘모스맨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맘모스맨들이 소년들을 꼼짝 못하게 묶어버린다.

“나쁜 놈들! 여기서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느냐? 납치해간 과학자들을 내놔라.”

에톰이 악을 써며 대들었다.

“흐흐흐 과학자들은 너희들이 데리고 가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어. 이미 그들의 과거가 다 지워졌거든.”

“얘들아 녀석들을 로봇감옥에 쳐 넣어라. 녀석들은 24시간 계속감시가 필요한 놈들이니까.”

소년들은 포승줄에 묶인 채로 로봇감옥으로 끌려갔다.

이 때 멀리서 지층을 쿵쿵 울리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자가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움직이는 로봇감옥이었다.

“여어 로봇감옥 네가 모처럼 할 일이 생겼다. 녀석들을 잘 감시하라구. 이미 한 번 탈출한 전과가 있는 놈들이야.”

알렉스4가 로봇감옥에게 명령했다.

“네, 주인님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기계음 특유의 기분 나뿐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

로봇감옥이 소년들 세 명을 손아귀로 한꺼번에 잡아서 자신의 배안에 집어넣었다. 철커덕 소리가 나며 쇠문이 잠기고 소년들은 감옥에 내동댕이쳐졌다.

알렉스4가 로봇감옥을 데리고 히든이 근무하는 미로의 방으로 갔다.

“알렉스4 수고했다. 녀석들을 놓치고 분해서 잠을 자지 못했는데...다시 잡아오다니.”

히든이 히죽 웃으며 소년들을 바라보았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잔인한 모습이었다.

“너희들은 내 허락도 없이 나의 왕국에 들어왔다. 너희들은 이미 죽은 목숨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너희같이 뛰어난 녀석들을 그냥 죽이기엔 아깝지. 내 놈들의 유전자를 남겼다가 내 부하로 삼아야지.”

히든은 잔인한 웃음을 입가에 달았다.

“차라리 빨리 죽여라. 네 놈 같이 더러운 녀석과 함께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수치다.”

코스모가 벌겋게 단 얼굴로 씩씩거리며 말하였다.

“허허 서둘지 마라. 서서히 너희들을 죽여주마. 로봇감옥! 본래 위치로 돌아가라.”

“네 히든님 명령대로 저의 본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소년들이 로봇감옥에 갇힌 지 3일째였다.

“지진이다!”

다급하게 뛰어가는 발자국소리와 신음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려왔다.

“괴물이 나타났어. 어떠한 무기로도 상대가 되지 않아. 심지어 불에 타지도 않아.”

여러 명의 병사들이 외부의 침입자에게 혼이 났는지 우왕좌왕하며 여러 가지 말을 두서없이 쏟아 내었다.

“안되겠어. 로보두더쥐를 불러.”

알렉스1이 로보두더쥐들에게 구조를 요청하였다.

어스몬들이 아이들을 찾기 위해 지상과 지하를 뒤지고 다녔다. 어스몬들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가 되었고 건물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냐? 얼굴도 없고 몸통도 없는 괴물이구나.”

로보두더쥐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로보두더쥐의 몸에 들어붙은 어스몬들은 두더쥐들을 단숨에 녹여 물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오염시킨 지구의 폐기물 그중에서 핵폐기물이 가장 많이 섞인 몸이야. 우리는 숭고한 흙들로부터 나온 생명들이지. 소년들을 내놔라 그러면 곱게 물러가마.”

“알렉스4님! 저들은 어스몬이란 괴물로 소년들을 내놓으라는군요. 그러면 곱게 물러 난데요.”

로보두더쥐들이 알렉스4에게 말했다.

“어쩔 수 없구나! 소년들을 풀어주라. 로봇감옥.”

로봇감옥이 소년들을 풀어주었다.

“어스몬! 고마워! 너희들이 나타날 줄 몰랐어.”

에톰이 어스몬들에게 고마운 말을 하였다.

“너희들이 지상으로 올라갔는데 돌아오지 않기에 삼일동안 기다리다가 직접 찾으러 온 거야.”

소년들은 어스몬들을 데리고 폐허가 된 장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