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음모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는 경찰청 사무실에 작은 창으로 들어온 햇살 한 줌이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실내는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블랙야크님 이번 인사에 대해서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알렉스4가 블랙야크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작지만 소름이 돋는 음성으로 말했다.

“알렉스2가 복제인간 프로젝트 담당이 싫어서 스스로 사직하는 바람에 5인자의 자리도 빼앗겼는데....음 어쩔 수 없잖아.”

블랙야크도 2인자에서 4인자로 밀려난 자신의 괴로운 심정이 얹힌 음성으로 말했다.

경찰청총책인 알렉스4는 블랙야크의 눈 안에 들어 있는 마음을 읽고자 고심했다.

“단번에 알렉스6은 4계단이나 올라갔으니 형 된 우리는 완전히 푸대접이야.”

알렉스5가 말했다. 그는 식물 유전자개발의 총책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무언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형은 당당히 2인자로 아버지 히든의 후계자인데 자신들은 점점 뒤로 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어요. 블랙야크님도 지금 입장에서 솔직한 대답을 할 수 없겠지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알렉스4가 블랙야크와 작별인사를 건네며 동생에게 눈을 찡긋거린다.

알렉스5가 문을 열어주며 블랙야크를 배웅한다.

‘녀석들 무언가 나의 진심을 알려고 한다 만은 내가 그렇게 내 본심을 너희 같은 애송이 녀석들에게 말해줄 것 같으냐.’

블랙야크는 속으로 다짐하며 허망한 눈으로 미로의 방 쪽으로 눈길을 보낸다.

“형 우리가 암중모색을 해야 되겠어. 어차피 뒤로 밀릴 것 같으면...”

알렉스5가 알렉스4에게 말한다.

“쉿,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들어. 어차피 히든의 왕국에서는 1인자 외에는 자신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지만 모든 것은 때가 와야 해. 블랙야크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으면.....”

알렉스4는 동생의 경거망동에 대해서 주의를 준다.

“치안 유지용으로 배양했던 맘모스맨이 열흘후면 만 명 정도 더 증원이 돼. 그때가 움직일 수 있는 적당한 날이 될거야.”

“형! 그 많은 맘모스맨들을 먹여 살리려면 식량 꽤나 축나겠네.”

“걱정마! 이름을 들으면 과거의 맘모스 동물처럼 커 보이지, 사실은 쥐보다 더 적어. 덩치는 적고 힘은 장사야. 두뇌도 왠 만한 수퍼 컴퓨터를 능가해.”

“히든의 왕국을 지키는 독머신과 로보두더쥐 그리고 이글제트와 싸워도 이길거야.”

“그러면 형이 성공하면 형은 소인국의 왕이 되겠네.”

“허허 그렇겠네. 어쩌면 둘째 형이 그만둔 것도 지나치게 많은 맘모스맨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게 이유일지도 모르지. 치안유지용으로 사용하기엔 너무 많은 인원이었거든.”

“혹시 냄새를 맡은 건 아닐까?”

“아닐걸. 둘째형은 남을 의심할 줄도 몰라. 자신이 착하니까 남도 다 착한 줄 알아. 바보처럼...”

“형! 소문을 들으니 우리가 사는 지구의 수많은 지역이 파괴가 될 운명이라며.”

“소문은 사실이야. 이미 정보 총책인 셋째형이 귀 띰 해주었어.”

“그럼 그동안 우리는 어디 가서 살아?”

“달 주변에 건설하고 있는 식민지 소행성 알렉산더Y-09에 임시 살다가 지구를 다시 깨끗이 복원하면 돌아 온대나.”

“그게 과연 가능할까.”

“가능할거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없어. 아버지 히든 사후에 큰 형이 일인자가 될테고 우리는 언제든지 사라질 운명이야. 에니맨3이 사라지듯. 대폭적인 크린(clean)지구를 만든다는 것도 나는 반대야.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어차피 사람들의 욕망이 없어지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잘 살수는 없어. 사람의 마음속에 선악이 공존하는 한 악한 사람들은 소수이긴 해도 그들에 의해서 지구는 더럽혀지고 선량한 생명들은 그들에게 당할 운명이거든.”

“형의 말을 들으니 그냥 이대로 조금씩 바꿔가면서 살아야 될 것 같애.”

“보통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악의 유전자를 송두리째 제거한 후, 그들의 후손을 세상에 많이 퍼트리면 지구는 다시 평화를 되 찾을거야.”

두 사람은 어두운 사무실을 나와 미로처럼 얽힌 길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