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형 시 멋지다.”
“오빤 역시 시인이야. 시인의 감성으로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 우리 오래도록 함께해요.”
“밤새도록 시를 쓰고 노래하면 좋으련만. 우리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특공대. 내일을 위해 잠들을 청하자구.”
코스모가 소년들을 잠자리로 인도한다.
에톰은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생명공학을 연구하여 많은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천수를 누리도록 하는 게 아빠의 꿈이었는데..도리어 그러한 아빠의 재능이 납치범들의 먹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별들이 잠드는 고요한 시간 지금쯤 아빠도 자신을 생각하며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막 꿈속으로 들어가려는데 천막 밑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밤 시간에 돌아다니는 들쥐나 작은 생물들이 내는 소리 같았다.
“누구야! 말을 해야 알지. 그렇게 부스럭 거린다고 내가 알아듣니?”
“나야. 사막의 두더쥐 전에 다친 손에 붕대를 감아준 두더쥐.”
“이 야심한 시간에 어쩐 일이냐? 혹시 배가 고픈 건 아니고?”
“아니야. 지금 알려주지 않으면 아주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애.”
“불행한 일? 무슨 일인데 잠도 안자고 왔어?”
“로보두더쥐들 수천마리가 쳐들어오고 있어.”
“로보두더쥐?”
“로봇의 몸체에 인공지능이 첨가되어 스스로 길을 찾아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살해하는 살인 병기야.”
“살인병기?”
“아모르 섬에 사는 친구 두더쥐들은 모두 알아.”
“로보킹과 서로 만나면 싸움이 벌어져 로보킹이 녹아 버릴지도 몰라.”
에톰은 로보킹이 작업하는 땅굴로 숨을 헐떡이며 뛰어갔다.
“로보킹 무슨 소리 들리지 않니?”
“아무소리도 안들리는데.”
“잠시 작업을 멈춰봐. 가만히 들어보면 무슨 소리가 들릴거야.”
약한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사각거리며 이빨을 가는 들쥐들의 소리 같기도 한 조그만 소리가 어둠을 타고 들려왔다.
“로보두더쥐가 쳐들어오는 소리야.”
“빨리 지상으로 올라가자구.”

 에톰이 로보킹의 손을 잡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둘은 지상으로 올라와서 코스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잠속에 골아 떨어졌던 하나와 코스모가 달려왔다.
“천막 안은 위험해 이미 적들에게 우리의 위치가 노출되었어.”
  코스모가 숨가쁘게 말하였다.
“좋아 이럴 때는 드림카를 타야해. 드림카야! 분자상태로 돌아가서 너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다오.”
에톰이 주머니에 들어있는 손톱만한 칩을 꺼내어 주문을 외자 주변이 서늘해지며 드림카가 나타났다.
“이걸 타자구.”
소년들이 막 차에 타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로보두더쥐가 땅속에서 튀어 오르더니 천막에 새까맣게 들어붙었다. 그들은 금방 천막을 몇 방울의 물로 바꾸며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다. 들판을 새까맣게 뒤덮은 메뚜기처럼 그들은 드림카가 날아가는 하늘과 같은 방향인 땅속을  헤집고 쫓아왔다. 몽골의 지하가 로보두더쥐에 의해 모조리 파헤쳐진다면 땅속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생물들의 서식처가 파괴될게 뻔했다.
“로보두더쥐들을 처치해야해.”
에톰이 투명망토에 박힌 쇠 조각을 떼 내어 주문을 외었다.
“물질들아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에너지를 광속으로 바꾸어다오.”
쇠 조각을 땅속으로 던져 넣자 무서운 파열음을 내며 빛을 내 뿜었다. 로보두더쥐들이 빛을 보는 순간 눈이 멀어버렸는지 서로서로의 몸뚱이에 들어붙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를 녹이는 용매가 되더니 이내 이슬이 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로보두더쥐가 파놓은 작은 구멍들이 길을 안내하였다. 로보킹이 손으로 밀자 길이 되었다.
아이들은 쉽게 히든의 집무실인 미로의 방에 거의 도착하였다. 코스모가 손을 입에 갖다 대며 침묵을 강요하였다. 소년들은 숨소리도 죽이며 일단 미로의 방밑에 살며시 다가앉았다.
투시안경을 끼고 사무실 안을 살펴보았다. 책상 몇 개가 보이고 히든이 평소에 앉았던 회전  의자가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소년들은 투명망토를 착용하고 방안으로 올라왔다. 올라온 흔적을 말끔히 제거한 에톰이 마지막으로 방안에 들어왔다.
“히든의 근무시간이 끝났는가.”
에톰이 히든의 냄비에게 물었다.
“벽시계가 4시인걸 보니 아직 2시간 남았어. 지금은 순찰 중일거야.”
“그러면 이러고 있을게 아니고 주변이나 한 번 돌아보자.”
에톰이 앞장서자 소년들이 따라나섰다. 히든의 방에서 약 100미터를 왼쪽으로 걸어가니 잔디 중앙에 지구하우스가 보였다. 이제 제법 히든왕국의 이모저모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소년들의 뒤 쪽에서 세 명 정도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쉿, 소년들은 서로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소년들의 발걸음보다 뒤를 따르는 자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이미 적들이 소년들의 시각에 들어왔다. 히든이 독머신 한 마리를 데리고 소년들을 뒤 쫒아 오고 있었다.
“후각 신경이 극도로 예민한 독머신을 피하기는 어렵다. 뛰자.”
코스모가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소년들도 뒤따랐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히든과 독머신은 전혀 뛰지 않았고 그저 빠른 속보로 운동하듯이 따라왔다. 독머신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며 소년들은 안전지대로 대피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길은 꼬불꼬불했고 원처럼 둥그렇게 나있었다. 그러나 소년들이 약 삼십 분간 뛰어 갔으나 입구도 출구도 없었다.
“미로의 방에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히든과 그의 아들 탈레스영감과 블랙야크외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어. 심지어 독머신조차 누군가 데리고 오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구.”
히든의 냄비가 에톰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모든 휘어진 길을 연결하면 원이 되나. 아무리 가봐야 처음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 오는.”
에톰은 절망스럽게 말하였다.

“경고한다. 너희들은 미로의 방에 갇혔다. 출입구는 물론이고 모든 지하와 하늘은 봉쇄되었다. 항복만이 너희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미로의 방에서는 투명 옷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벽과 천장에서 히든의 영상이 뜨고 음험한 저음의 쇠소리가 히든의 욕망이 가득한 배속에서 터져 나왔다.
“그럴 수 없어. 죄 없는 과학자들을 잡아 가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까지 인질로 삼아서 무얼하겠다는 거냐.”
코스모가 외쳤다.
“지구는 이미 오염되었고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천수를 누리기 어려워. 나와 함께라면 나 히든이 새롭게 개조하는 지구라면 모를까.”
“헛소리 하지 마. 우리 아빠를 내놔.”
에톰이 악을 써며 고함을 질렀다.
“꼬마야 너의 아빠는 대접 잘 받고 있어. 나의 왕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명연장을 위해 일하고 있지.”
“개인의 욕망을 위해 과학을 이용하는 것은 나빠요.”
하나가 외쳤다.
“오라 아가씨군. 수학에 탁월한 재주가 있는 아가씨는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그 DNA를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 줄 의무가 있어. 나라면 그런 일을 잘 할 수 있거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다 타고난 재주가 다르고 그 다름이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지구를 구성 하는 것 아니겠어요.”
“머리만 좋은 줄 알았더니 말 도 야무지게 하네. 좀 더 자라면 나의 아들인 알렉스들의 신부감이야! 으하하하.”
“좋아 하지 마. 아직은 일러. 우리는 이 엉터리 왕국을 다 부수고 빠져 나갈 거야.”
에톰이 히든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으하하핳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야. 너희들이 처치한 로보 두더쥐가 미로의 방 지하에 쫙 깔려있고 방의 벽을 부수면 벽속에 들어 있던 독까스에 의해 질식사할 걸.”
“당신은 철저한 악당이야.”
코스모가 외쳤다.
“흐흐흐. 아직 미로의 방에 들어와서 그 진가를 맛보지 못했지. 겉으로 보기에 모습은 멀쩡하지만 최첨단 과학무기가 장착된 곳이야. 그럼 지금부터 제1탄을 맛보실까.”
벽에서 살아있는 생물처럼 거미줄이 너울너울 춤추며 튀어나왔다. 소년들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꽁꽁 묶이고 말았다.
“아악”
소년들은 비명을 질렀다.
“몸통 없는 거미들아 살살 묶어라. 우리의 귀한 손님이거든. 으하하하.”
히든은 병사들을 불러 소년들을 감옥에 가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