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는 점점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든의 아들들이 이미 장성하여 자신의 자리를 탐내고 있었다. 내부는 이미 히든의 아들 인 알렉스들이 중요한 업무를 다 파악하고 책임자로 발령 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히든은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성능을 발휘하는 신물질을 찾고 있었다. 징기스칸X-7이 목성에 도착하는데 꼬박 2년 이상  걸릴 것이다. 목성에서 히든이 찾고자하는 물질이 발견되면 히든은 지구 전체를 호령할 힘과 권력을 잡을 것 같았다. 핵무기보다 더 폭발력이 훨씬 강한 물질은 반물질과 암흑의 물질이었다.

 우주전체의 22%를 구성 하는 암흑의 물질은 세계 각국에서 먼저 선점하기 위해서 눈에 불을 키고 찾고 있었다. 핵은 많은 나라에서 소유하고 있어 서로 사용을 꺼리고 있었다. 아직 각 나라에서 찾지 못한 암흑의 물질이야말로 히든이 꼭 소유하고 싶은 물질이었다. 블랙야크도 젊은 시절부터 신물질 개발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어제 밤 세 시경 인터넷으로 물질의 화학반응을 살피고 있었는데 화면에 이상한 그림이 떴었다.

 화학 기호 같기도 하고 외계인들의 언어 같기도 하였다. 몇 백 광 년 떨어진 별에서 보내온 메시지인지도 몰랐다. 수 천 억 개의 별 중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우주인이 살고 있다면 그들도 우리 같은 호기심을 가지고 무수히 많은 전파를 외부에 날릴 것이다. 그 동안 지구에서 우리를 알리는 수많은 신호들은 그들이 접한 것도 있을 것이고 먼 거리를 아직 날아가고 있는 중일지도 몰랐다.

 우리 손을 떠난 신호들은 총이 발사되는 순간 탄피를 벗고 날아가는 총알과 다름이 없었다. 외계인들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생물의 모습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지구의 사람 같은 모습일수도 있고 전혀 다른 생물일수도 있었다.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별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물이 다른 생물들을 억압하고 자기들 구미에 맞게 길들이고 있을 것이다.

 생명체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에 대해서는 가혹한 짓들을 전혀 양심의 거리낌 없이 해왔다. 비근한 예로 지구인들이 매일 식탁에서 먹는 고기는 한 때 지구의 구성원이었고 아픔을 느끼는 살아있었던 생명체였다. 특히 사람이란 존재는 전쟁과 살육을 즐기는 잔인한 존재였다.

 대부분 평화를 사랑하며 선량한 성심을 가진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 중 돌연변이처럼 세상에 태어난 역사에 남은 악인들이 간혹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자라는 과정에서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히든도 자기 아들이 4살 때 암으로 죽자 오염된 환경 탓으로 돌리고 타인에 대한 적의의 감정을 품기 시작했다. 히든의 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태는 지구인들의 앞날에 심각한 파멸을 초래할 것 같았다.

 블랙야크 자신도 히든의 충복(忠伏)으로 오직 히든의 수족과 다름없이 그가 명령하는 데로 움직여왔다. 한 개인의 사상에 따라서 일의 선악이 갈렸다. 어제 밤에 인터넷화면에 떴 던 그림은 과연 누가 보낸 것일까. 그 그림은 어떤 뜻을 함유하고 있을까.

 정말 외계인들이 지구인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보낸 건지, 아니면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별이 외부의 공격이나 떠돌이 행성에 의해 파괴되어 새로운 별을 찾고 있다면 그들이 지구를 발견하는 날 지구는 온전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선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치는 영향력보다 소수의 악인들이 훨씬 더 지구에 위해를 가한다고 생각하면 외계인들 중에도 선한 생물과 악한 생물이 있을 것이다.

 항상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서로 공존하며 생존해왔다. 원자들은 낱개로 존재할 때는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적당한 환경이 주어지면 되살아난다. 이들에게 애초에 죽음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전자에 물을 붓고 끊이면 물 분자들은 뜨거운 열에 의해 활발하게 움직인다. 죽음이란 외부의 적당한 환경이 주어졌는데 불구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완전한 죽음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먼지와 재로 바뀔 것이다. 즉 원자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원자 상태로 되면서 비로소 물질은 자유를 얻고 세상을 훨훨 날아서 끝없는 유영을 할 것이다.  원자 상태에서 너와 나의 구분은 없다. 모두 섞이어 하나의 생명을 이루고 있으니까.

 외계인들의 메시지 하나로 블랙야크의 마음은 약간 흔들렸다. 일단 그들이 보낸 메시지에 답은 못할망정 작은 것 하나라도 모아서 퍼즐을 조립 해보면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해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소년들 세 명과 로봇 1명, 외계인들의 메시지, 히든 아들에 의한 압박감, 이런 모든 것들이 블랙야크의 가슴을 옥죄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외계인들이 히든의 왕국을 발견한다면 또한 히든의 각종 개발품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그들이 가만있지를 않을 것 같았다.

 결국 히든의 욕망은 타 생명체에 대한 도전이므로 지구인뿐만 아니고 우주에 존재하는 뛰어난 지능을 가진 모든 생명체와는 적대관계였다.

 블랙야크는 히든의 왕국이 결국 외부에 알려지겠지만, 지금 당장 알려지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았다. 히든은 4명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납치하여 자신의 야망을 이루려고 하였지만 어쩌면 바둑에서 종종 범해지는 악수를 범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오늘 본 소년들 중에 키 작은 남자 소년은 비상한 재주가 있는 소년 같았다. 아직 누구도 어떠한 무력으로도 히든왕국의 일차 저지선인 에어커텐을 뚫지 못했는데 소년들은 보란 듯이 그 장막을 뚫고 달아나 버렸다. 그 소년이 원자들을 움직이는 신비한 재주가 있다면 그 소년 마음먹기에 따라서 히든의 왕국도 온전히 지켜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소년들은 애시 당초 히든왕국에 대한 어떠한 적의도 없었고 단지 네 명의 과학자들을 구하는 게 그들의 목표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의외로 해법은 쉬울 수도 있었다. 신소재과학자M과 우주과학자Q가 합류하면서 자신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에 납치한 과학자들을 돌려준다면 모든 고민이 한꺼번에 풀릴 것 같기도 했다. 어떠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처리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