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의 왕국 연병장에 무장한 로봇 병사들 수 만 명과 무인전투기 편대7개 사단과 각종  무기들이 모두 집결되었다. 병사들과 무기들 앞에는 사람 지휘관들이 부동자세로 서있었다. 한 낮의 태양이 내리 쪼이는 데도 불구하고 사람은 물론 로봇 중 누구하나 숨도 크게 내쉬지 않았다. 숨 막힐듯 한 침묵이 공간을 점령했다.

“다 모였나?”

“네 히든님.”

총 사령관 블랙야크가 다소 상기된 얼굴을 하며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들 7명을 대동하고 대열을 바라보는 히든의 시선에 독기가 철철 넘쳤다.

“믿을 건 로봇뿐인가. 이번에 조그만 녀석들 네 명에게 히든의 왕국이 뚫렸고 그것도 모자라 다잡은 고기까지 놓쳤으니.”
“.......”

“면목 없습니다. 히든님!”
블랙야크는 죽을죄를 지은 듯 목소리가 떨렸고 오금이 저려왔다.

“병사들아! 너희들의 임무를 아는가?”

연단에 선 히든이 우레 같은 고함을 질렀다.

“네 히든님! 언제든지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고, 히든님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겠습니다.”

마치 한 사람이 말하듯 산천이 떠나갈 듯 기계음이 천지를 울렸다.
블랙야크와 지휘관들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고 히든의 눈은 광기어린 빛을 내품었다.

“녀석들이 내 허락 없이 들락거리면 로봇병사를 출동시켜 일망타진해요.”
블랙야크를 향해 으르렁거리듯 강한 어조로 히든이 말했다.

“네 히든님 다음에는 반드시 생채로 붙잡아서 올리겠습니다.”
블랙야크는 히든의 비위를 맞추어주려고  무척 애를 썼다.

히든은 연병장에 도열해있는 로봇병사와 각종 무인무기들을 보면서 입가에 야릇하고 잔인한 미소를 머금었다.

블랙야크는 자신의 설자리가 점점 약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로봇병사들은 오직 명령만 떨어지면 세상의 어떠한 악조건도 뚫고 단숨에 전쟁터에 나갈 것이다.

전쟁터에서도 사람들이 설 자리는 별로 많지 않았다. 무인무기들은 날로 그 위력을 더해갔고 상대방의 화력보다 성능이 떨어지면 그 날로 폐기처분되어 고철로 변하곤 했다.

사람도 로봇이나 무인무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절대 권력자의 마음먹기에 따라서 천수를 누리기도 하고 이용가치가 끝나면 폐기처분되는 신세는 로봇병사와 다름없었다. 

블랙야크는 부자(父子)가 저 멀리 사라질 때 까지 그대로 멍하니 서있었다.

서산에 해가 기울고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로봇병사와 무인 무기들을 연병장에 그대로 둔 채 블랙야크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