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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형제(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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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형제(동화)
2014-08-27 조회 8117    프린트스크랩

솔방울 형제

                                                              김 이 식



  어느 야트막한 산골에 오백년 묵은 할미소나무가 살고 있었어요.

피부가 터서 갈라진 틈 사이로 찬바람이 매섭게 들락거렸어요.

'힘이 없어 더 이상.'

할미소나무는 있는 힘을 다 쏟아서 여름내 솔방울들을 많이 만들어 내었어요.

“후손을 많이 남겨 줘요.”

작년에 하늘나라로 간 이웃소나무의 간절한 소망이었어요.

할미소나무도 작년 태풍 때 폭우에 휩쓸리느라 몸이 쇠약해졌어요.

할미소나무의 몸피는 거칠게 주름이 가고 피부가 벗겨져있어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솔방울을 몸에 주렁주렁 매단 할미 소나무는 가지를 들고 있느라 힘에 겨운가 봐요.

나날이 가지는 밑으로 축 처지고 있어요.

힘에 겨워.

솔방울들을 키우느라 할미소나무는 날로 여위어 갔어요.

몸에 비축한 영양도 바닥이 났나 봐요.

‘씨앗들을 다 날려 보내야 하는데’

나무에 매달린 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솔방울들은 입을 벌리고 씨앗들을 바람에 실려 보내지요. 씨앗을 다 내보낸 솔방울들은 갈색이 되어 땅에 떨어집니다.

할미 소나무는 정신을 차리느라 안간힘을 씁니다.

어제도 힘센 바람이 다가와서 씨앗들을 멀리 보내주었어요.

강한 바람을 정면에서 맞으면 할미소나무는 힘에 겨워 휘청거립니다.

금방 쓰러질 듯 쓰러질듯 용케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씨앗들을 다 떠나보내고 나면, 내년 봄이 올 때 까지 긴 휴식을 취할 수 있겠지요.

‘씨앗들이 내가 더 약해지기 전에 전부 땅속에 묻혀야하는데’.



 겨울이 오나 봐요.

함박눈이 내리면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해버립니다.

할미소나무는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막내로 태어난 솔방울 형제가 아직 덜 여물어 씨앗이 되어 세상으로 나가려면 몇 달은 걸릴 것 같군요. 솔방울 색깔이 싱싱한 녹색이거든요.

어미는 이제 기력이 쇠잔한데 과연 두 녀석을 마저 세상에 떠나보낼 수 있을 런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형 우리는 언제쯤 세상으로 내려가.”

“글쎄 봄이 오는 내년 쯤. 우리도 씨앗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갈색으로 변하여 땅에 떨어지겠지.”

“갈색이 되면 우리는 죽는 거야?”

“음, 죽기는 죽어, 그렇지만 우리 곁을 떠난 씨앗들이 다시 세상에 태어나니까...변신이라고 해야 되나.”

“그리고 갈색이 된 우리 몸은 썩어서 씨앗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거름 역할을 해주거든.”

이렇게 말한 형 솔방울이 씩 웃고 있어요.

“나중에 새싹이 돋아나면 누구를 닮을까.”

동생은 씨앗들이 누구를 닮을지 궁금한가 봐요.

“그야 엄마를 닮겠지.”

형은 엄마소나무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겨울이 깊어가고 세상은 깜깜하게 변합니다.

두 형제는 별 들을 바라보다가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맙니다.



 “얘들아 일어나. 시커먼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엄마소나무가 솔방울 형제들을 깨웁니다.

“태풍이 온다.”

산에 있는 나무들이 비명을 지릅니다.

“휘이잉 휘이잉.”

세찬바람이 비를 몰고 와서 나무들을 뚜드려댑니다.

“후두둑 후두둑.”

어린 나무들이 비바람에 심하게 흔들립니다.

노루와 토끼들이 이리저리 도망을 갑니다.

형제 솔방울이 그만 엄마로부터 떨어져 나갑니다.

“뿌지직.”

“엄마!”

“얘들아!”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있는 엄마라 뛰어 와서 구해줄 수가 없어요.

순식간에 불어난 물이 냇물이 되어 솔방울 형제를 휑하니 데리고 가버립니다.

엄마소나무의 외침소리가 메아리가 됩니다.

형제들은 정신을 차리려고 무척 애를 씁니다.

엄마가 있는 산과들을 기억하려고 두 눈을 크게 뜹니다.

돌부리에 차이고 부딪친 형제들은 순간 정신이 까무룩 나가버립니다.



 따뜻한 봄날 양지바른 마당에 병아리들이 엄마 닭과 놀고 있어요.

“삐이약 삐이약.”

노랑병아리 여덟 마리가 엄마 닭을 가운데 술래 세우고, 숨바꼭질을 하며 맴을 돌고 있어요.

몸에 까만 줄무늬가 난 막내가 흙무더기 그루터기에서 혼자서 흙 목욕을 하고 있어요.

엄마 닭이 주의를 줍니다.

“얘야 멀리 가지마라. 뱀이 나올지 몰라.”

“알았어요. 엄마. 근데 이게 뭐예요. 큰 고동같이 생긴 것이 두 개 있어요.”

엄마 닭이 쪼르르 달려갑니다.

“솔방울이구나. 음 작년 겨울에 비바람이 몹시 치던 날 물에 떠밀려온 녹색 솔방울이었는데... ”

“갈색으로 변한 것을 보니 이내 터지겠네.”

꼬마들이 신기한지 모두 모여 듭니다.

노랑병아리들이 입으로 콕콕 쪼아댑니다.

“아파요.”

씨앗들이 비명을 지릅니다.

“살 살 꺼내 주세요.”

씨앗들이 합창을 합니다.

“너희들도 말을 하는구나.”

노랑병아리들은 씨앗들이 신기한지 한 참 들여다봅니다.

“녀석들은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살아있는 녀석이란다.”

엄마 닭이 주의를 줍니다.

“부리로 쪼면 안 될까요?”

“그럼 안 되고말고.”

“지금 땅속에 들어가서 잠깐 휴식을 취하면 금방 새 싹이 올라오지.”

“처음에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몇 백 년이 지나면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된단다.”

“소나무?”

병아리들은 합창을 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방긋 웃음을 지웁니다.

흙 목욕을 하고 있는 줄무늬 병아리가 재미있어 보이는지 병아리들이 흙 목욕을 따라합니다.

하늘에 날리는 흙들이 씨앗들을 덮어줍니다.

씨앗들은 땅속에 묻혀서 휴식을 취합니다. 씨앗들을 다 뱉어낸 갈색 솔방울 두 개가 입을 전부다 벌리고 웃고 있습니다.

씨앗들이 일주일 정도 지나자 하나 둘 땅위로 기어 올라옵니다.

“야 내가 일등이다. 나는 이등 나는 삼등.”

씨앗들은 바늘보다 얇습니다. 머리에 성냥 알 같이 동그란 모자를 하나씩 쓰고 있어요. 실처럼 얇은 손가락 여럿이 씨앗 모자하나를 받들고 있어요.

며칠 지나자 모자가 벗겨지며 얇은 손들이 활짝 벌어집니다. 미래의 솔잎과 가지가 될 녀석들입니다.

“얘들아 다 모였니.”

제일 먼저 태어난 녀석이 형처럼 의젓하게 말합니다.

“한 녀석이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씨앗모자가 무거운지 영 못 일어납니다.

“병아리 친구들아 여기 와서 우리 형제가 깨어나도록 좀 도와줘.”

“응, 알았어.”

병아리 한 마리가 주둥이로 무거운 모자를 벗겨주자 기지개를 활짝 펴며 막내가 겨우 일어납니다.

“고마워.”

“뭐 이까짓 것 쯤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워.”

병아리와 소나무 새싹들은 즐거운 시간을 함께해요.



 여름이 오고 있어요.

병아리들은 제법 몸집이 커져서 의젓해지네요.

수평아리가 어른 흉내를 내느라 꼬끼오 하고 울어봅니다.

그러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무척 민망한지 멀리 도망을 쳐버리네요.

어린 새싹들은 병아리들이 부럽습니다.

병아리들은 중닭이 되어 가는데 소나무 새싹들은 아직 볼품없이 땅에 찰싹 들어붙어 있어요.

“부러워!”

“나도 병아리로 태어났음 얼마나 좋을까.”

“마음껏 돌아다니며 물도 마시고, 마을에 놀러 갈 수도 있는데...”

이 집 주인아저씨는 닭들에게 매일 맛있는 모이도 주네요.

쌀겨, 배추 잎 , 고기 대가리 고운 것.

“우리 새싹들은 거들 떠 보지도 않네요.”

“한 번도 우리 새싹들에게 물 한 번 주지를 않아요.”

“그러게 말이야. 밟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우리는 모두 천덕꾸러기 신세야.”

어느 날 주인아저씨가 닭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오네요.

아저씨 손에는 평소에 보이던 닭 모이는 안 보이고, 빈 자루만 들려있어요.

새싹들과 중병아리들이 숨을 죽이며 아저씨를 바라봅니다.

“음 살이 좀 붙었나. 장에 내다 팔아야지 내일이 복날이거든.”

아저씨는 닭들 중에서 제일 큰 닭 두 마리를 자루에 담고 있네요.

“숨이 막혀요. 아저씨 왜 이러는거에요.”

닭들이 고함을 치지만 아저씨 귀에는 들리지 않나 봐요.

닭들이 자루 안에서 파닥거리자 아저씨는 닭들을 꺼내어 다리와 날개를 묶어서 자루에 담습니다. 자루안의 닭들이 가쁜 숨만 내어 쉬네요.



 그 날 저녁 무렵에 아저씨가 사과처럼 빨간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오고 있네요.

아침에 가져간 자루에 사과를 한 아름 담아오네요.

향기로운 사과 냄새가 마당 안에 가득 찹니다.

닭들이 아저씨가 나타나자 놀라서 화다닥 좁은 닭장 안에서 천장으로 튀어 오릅니다.

“이젠 닭 신세가 부럽지 않아.”

새싹들이 아저씨가 들을세라 소곤거리네요.

새싹들은 손발을 움직여서 뛰어 놀던 닭이 부럽지 않게 되었어요.

새싹들은 이제 형제와 자신들의 몸이 변해가는 모습에 관심들을 더 가지게 되었어요.

형제들 가운데서 제일 먼저 태어난 큰형 소나무가 몸도 커고 단연 멋지게 생긴 것 같아요.

“우리 엄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어디서 살았을까.”

새싹들은 자신들의 엄마얼굴과 엄마가 살고 있는 곳이 궁금했어요.

“그곳에 가보고 싶어.”

새싹들의 소원이 이루어질까요?.



 어느 날 소나무골에 사는 목수 아저씨가 친구 집에 놀러 왔어요.

“햐 적송 묘종이 제법 있네.”

목수 아저씨는 새싹들이 오종오종 모여서 살고 있는 그루터기에 와서 목을 빼고 한참 바라보고 있어요.

방안에서 주인집 아저씨가 친구와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옵니다.

“이번에 숭례문 화재로 기둥이 소실되어 오백년 이상 된 적송 소나무를 찾고 있는데,

다행히 내가 사는 소나무골에 쓸 만한 나무가 한 그루 있네.”

“캐 갈려고.”

“응 그래야 될 것 같으이. 오늘 장비를 한 번 알아보아야 겠네”

“적어도 20톤 트럭으로 서울까지 실어 나를 생각이네.”

“그리고 자네 집에 싹수가 보이는 적송 한 그루가 자라고 있구먼.”

“자네가 필요하면 가져가서 키우게.”

“허허 한 오백년 자라면 또 궁궐 대목으로 쓰일지 누가 알겠나.”

“그러게 말일세. 나무들이 사람보다 나아요. 수명만 해도 훨씬 길잖나.”

“오래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네.”

오늘은 오백년 묵은 적송소나무를 서울 숭례문 기둥용으로 모셔가는 날이에요.

목수아저씨와 동네 사람들이 나무 앞에 고기와 과일을 차려놓고, 그동안 마을을 지켜준 나무에게 감사의 제사를 모시고 있어요. 적송은 귀하신 몸답게 하얀 천으로 몸을 두르고 있어요.

제사가 끝나자 적송은 장비로 조심히 파내어 서울로 운반되고 있어요.

오백년 동안 할미소나무가 살았던 언덕바지에, 목수아저씨가 친구 집에서 가져온 큰 형 새싹 소나무가 오늘부터 살게 되었어요.

2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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