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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장편영화 '정애'를 보고 쓴 낭송용 짧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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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장편영화 '정애'를 보고 쓴 낭송용 짧은 소설)
2014-09-01 조회 7594    프린트스크랩

  영화 ‘정애’를 보고 쓴 짧은 소설(20분 낭송용 소설)


 소설가 지망생은 오지 않았다.

정애는 정성껏 차린 반찬의 뚜껑을 하나씩 열어 놓는다.

“조기 메운탕 맛이 어때요. 짜지는 않나요.”

연극배우처럼 혼자서 중얼거린다.

고양이가 놀란 눈으로 정애를 바라본다.

정애는 찌개를 다시 데운다.

재작년에 약혼자가 방문한 이래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던, 아파트 철대문의 고리는 견고하다.

그녀는 싱긋이 웃는다.

“고양이 보러 오세요.”

정애가 그에게 저녁식사 초대를 하면서 하였던 말이다.

“신춘 마감일이 오늘이라 사흘 밤을 꼬박 세웠어요.”

그의 눈은 고양이 눈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미 어둑 사리가 지고 거리는 가로등 불빛으로 명멸하고 있었다.

정애는 아파트 베란다를 통하여 까마득히 멀게 보이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유리창에 실망어린 여인이 서있다.

“아직 날이 새려면 긴 시간이 남아있어. 그래도 기다려 보아야지.”

정애의 독백이 처연하게 밖으로 새어 나온다.

 

정애는 침대위로 무너지듯이 들어 눕는다.

고양이가 정애의 발가락을 빨고 있다.

녀석도 엄마 젖이 먹고 싶은거라 정애는 생각한다.

간지럼을 더 이상 못 참은 정애가 고양이를 가슴에 올려놓는다.

봉긋이 솟은 가슴 옆에 둥지를 튼 고양이가 이내 스르르 눈을 감는다.

 

“안돼요.”

고모부가 정애의 입을 틀어막고 정애를 강제로 범했다.

 

선잠이 들었던 정애가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킨다.

정애는 부엌 선반 깊숙이 숨겨둔 재크나이프를 바라본다.

어둠속에서 재크나이프의 예리한 칼날이 번쩍 빛난다.

손수건을 꺼내어 정성껏 재크나이프를 싸서 핸드빽에 집어넣는다.

예리한 재크나이프가 고모부의 심장을 관통할 것이다.

정애는 자신의 상상력에 섬찟 놀란다.

 

“어땟어 첫 경험.”

첫 날밤을 치룬 신랑이 정애를 빈정 그리듯 정애의 대답을 강요하였다.

“아팠어요... 많이.”

 

정애는 빈손으로 재크나이프를 잡고 휘두르듯 공간을 갈랐다.

고양이가 주인의 행동에 놀라서 울음소리를 낸다.

“냐옹. 왜 그러세요.”

잠시 나쁜 상상에 빠졌던 정애가 식탁 위를 바라보곤 싱긋이 웃는다.

정애는 오지 않는 손님을 위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의 뚜껑을 차례로 닫는다.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식탁위로 톡 떨어진다.

 

“아 글쎄 첫 날밤을 치룬 신부가 신랑을 홀로 남겨두고 도망을 쳤다지 뭐예요.”

신랑 이모가 하소연하였다며 고모가 정애에게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좋지 않은 기억이 정애를 괴롭힌다.

정애는 유리컵에 물을 한 잔 가득 부어 단숨에 마셔버린다.

소설가 지망생을 위해 마련한 포도주가 정애를 바라본다.

정애의 가슴이 탄 듯 포도주의 색깔이 시커멓게 보인다.

어제 오후 세시에 우체국을 조퇴하여 장을 볼 때는 희망으로 가슴이 벅찼었다. 바구니에 메운 탕 재료가 가득 찰수록 정애의 가슴도 희망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하얗게 날이 밝아 오고 있다.

어제 마련한 반찬으로 한동안은 반찬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제 두 시간 후면 아침을 먹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들어 가야한다. 부스스한 얼굴에 크린징 크림으로 화장을 닦아 낸다.

“띵 동.”

 

방안의 정적을 깨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벽에 붙은 화면을 본다.

그녀는 잠시 멍한 상태에 빠져버린다.

소설가 지망생이 와있지 않은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지 뭐예요. 삼일을 못 잤더니...”

 

그는 장미꽃 다발을 그녀에게 건네며 겸연쩍은지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있다. 집나온 고양이와 그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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