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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물위를 떠다니는 빈집 (단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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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물위를 떠다니는 빈집 (단편소설 )
2011-08-28 조회 6180    프린트스크랩



백억 달러 수출달성으로 신문과 텔레비전에 난리가 났다.
상구 씨는 달러를 벌어오는 산업역군이다. 남들은 육지에서 돈을 벌지만 상구 씨는 바다에서 돈을 번다. 4월에 결혼을 하고 한 달 만에 남편은 사백 톤 참치 잡이 원양어선을 타고 남태평양으로 날아갔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은 외항선을 타는데 남편은 고집스레 참치선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갔다. 아버지의 바다로 가봐야 된다고 했다.

 젊은 시절에 홀로 된 시어머니 같은 일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불안하다 . 22살 홀로된 과부. 후후. 미대입시에 떨어지고 전문대 도안과를 나와 중매로 남편을 만난 지 석 달 만에 결혼을 하였다.

 공무원인 아버지가 현직에 계실 때 결혼할 것을 종용하셨고, 무엇보다 신랑은 미남이었다. 176cm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결혼 전에 여자깨나 울렸음 직했다. 또 마음에 드는 것은 성격이 날리지 않고 기술자 체질로 직장생활을 잘 할 것 같았다.
 
 대학 다닐 때 보니 예술이니 문학이니, 이런 것을 하는 친구들은 연애상대로는 재미가 있었으나, 신랑감으로는 영 젬병이었다. 도대체 현실을 인식하는 감각이 무뎠고, 언제든지 가정을 버리고 철새처럼 떠나가 버릴 사람들 같았다. 상구 씨는 결혼 전에 가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난희 씨? 내가 배를 타다가 지겨워 지든지, 난희 씨가 그만두라고 하면 언제든지 배를 안타고 육지에서 직장을 다닐게요. 물론 돈은 좀 적게 받게 되겠지만. …그라고 밥은 절대 굶기지 않을게요.”
 
 후후. 잘생긴 외모에 육지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면 마음고생이 심할 건데, 바다에서 젊은 시절 잠시 돈을 벌어 집사고 한 삼십대 후반에 육지에서 생활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시어머니는 아들인 신랑이 없어서 애처러운지 내 방으로 건너와서 함께 잠을 잤다. 그래도 신랑의 어머니라서 그런지 포근하다. 꿈속에서 당신을 만났으면 좋겠다. 내 사랑 안녕.

  
 
 아내여! 신혼의 단 꿈이 깨기도 전에 나는 바다로 갔다. 직책은 실항사였으나 손이 모자라는 통에 온갖 궂은일은 도맡아 하였다. 어차피 선장이 목표이고 보면 모든 걸 다 겪어야 되겠지. 이천 오백 개의 낚싯바늘에 미끼로 오징어나 고등어를 일일이 손으로 꿰어야했다. 그 때 질려버려서 좋아하던 오징어와 고등어를 요즘은 잘 먹지 않는다.

 첫 일이다 보니 일도 서툰데다가 밤낮없이 거의 스물 시간가까이 준비를 하여 낚싯바늘을 일렬로 가지런히 풀어서 바다로 내렸다. 배가 가는 속력과 파도의 압력에 의해 낚싯줄은 팽팽히 당겨졌다. 낚싯줄은 칼날처럼 장갑 속을 파고들었다. 장갑은 피로 벌겋게 물들곤 했다. 코팅장갑을 두 켤레나 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쓰라림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내가 줄에서 손을 놓아 버리면 줄이 꼬이게 되고, 그러면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줄을 내리고 참치가 낚이기를 기다리는 네 시간 정도가 우리가 교대로 잠을 잘 수 있는 시간 이었다.

 흘러가는 물결은 남태평양을 거쳐 당신이 살고 있는 부산 바다로 내 마음을 싣고 가고 있었다. 이윽고 네 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선장의 신호에 의해 선원들은 낚싯줄을 걷어 올렸다. 제법 묵직한 감각이 손을 타고 느낌이 올 때는 기분이 좋았다. 
 
  2천500여개의 낚싯바늘을 걷으면 70~90㎏의 눈다랑어 참치가 대략 열서너 마리 정도 걸렸다. 그런데 내가 이제껏 본 새 중에 가장 큰 새가 오징어 달린 낚시에 대롱대롱 매달려 죽어있었다. 3m폭의 우람한 날개를 퍼덕이며 화려한 비상으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던 알바트로스 새였다.

 바다에 갇힌 자신을 대신하여 하늘을 마음껏 날았던 새가 부럽기까지 하여 새로 태어나지 못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적도 있었다.
 
“알바트로스가 낚시에 걸렸네. 허 허 세 마리나 걸렸어.  한 마리 무게가 10킬로그램은 나가겠다. 이군아! 떼어서 바다에 버려라 재수 없다.”
 
 일항사가 상구에게 지시를 하였다.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하기 위해 북 대서양에 널려 있는 오징어를 잡으러 가던 새들은, 남태평양에서 참치 잡이를 하는 어선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배위를 맴돌다 배위에 흩어진 오징어를 물어 가곤했었다. 하늘을 유유히 비행하며 선원들의 미끼 작업을 구경하던, 우아한 비행솜씨를 뽐냈던 새가 낚싯바늘에 꿰어져 시체로 나타난 것을 본 상구는 섬찟한 기분을 느꼈다.
 
“저것들이 부부의 금실은 좋은 기라. 갓 태어난 놈은 80그램밖에 안되는데, 십 개월 후면 팔 킬로그램이나 자라지. 부부 중 한 놈이 먹이를 구하러 가는 동안 한 놈은 새끼와 둥지를 지키고 있어. 먹이를 구하러 구십일 동안 약 이만 사천마일을 날아간다구. 허 허 우리나 저 놈들이나 가족 먹여 살리느라 먼 거리를 여행하는 것은 똑 같구먼.”
 
 선장의 얘기를 들은 상구는 자신과 저 알바트로스의 운명이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들레르-  알바트로스 (악의 꽃 중에서)
    
    '뱃사람들은 가끔 재미삼아 바다의 거대한 새, 알바트로스를 잡는다.
배는 비통한 구덩이 위로 미끌어져 가고 쓸모없는 항해의 길동무도 배와 함께 간다.
 
      뱃사람들이 새들을 판자 위에 올려놓으니, 창공의 왕들은 서툴고 수치스럽게 거대한 흰 날개를 애처롭게 질질 끈다.
     날개 달린 여행자, 못나고 약해졌구나! 한때 아름답던 그, 이제는 우스꽝스럽고 추하다! 누군가 곰방대로 그 부리 위를 두드리고, 다른 누군가, 한때 날아다녔던 절름발이를 흉내 낸다!

     시인은 구름들 사이의 군주와도 같아 폭풍 속에 도사리고, 활잡이들을 비웃는다. 조롱의 한 가운데, 이 땅으로 추방되었으니, 거인의 날개 때문에 걷지를 못한다. '
                 
  낚싯줄은 부산에서 대구 가는 거리만큼 길었다(125km). 오십 미터 간격으로 묶인 날카로운 낚싯바늘에 오징어를 끼워서 내리고 네 시간을 기다린 후 잡힌 참치는 영하60도C의 초저온냉장고에 즉시 보관하였다. 신선도를 유지하고 색깔을 나타내는 근육색소의 산화를 막아 고기의 색깔을 선명하게 보존하기위한 것이었다. 낚싯줄을 걷어 올려 18시간 이상 정비한 다음 다시 내리고 기다리는 지루한 반복행위를 귀항하는 날까지 계속하였다. 
 
  집만 한 채 마련하면 배타는 것을 그만두려고 했으나, 육지에선 월급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낡은 판자 집을 이층집으로 덩그마니 지어주고 싶었고, 아버지가 하지 못한 어머니의 남편구실을 아들인 내가 해야 될 것 같았다.

  
 올해 베트남이 유엔에 가입하였다. 월남전 발발 후 십 삼년 째다. 상구 씨는 그래도 재수가 좋은 편이다. 당신이 군대 갈 때는 이미 월남전이 일 년 전에 끝났으니까. 상구 씨가 이년 만 세상에 일찍 태어났더라면 당신은 월남전에 지원했겠지.

 너도나도 돈 벌러 전쟁터에 삼십 이만명이나 지원했었다. 당신의 성격상 지원했더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생각일랑 버리고 커피를 한 잔 타먹어야겠다. 속이 미식거리고 신물이 자꾸 올라와서 병원에 갔다.

 의사는 임신 사 개월이라고 했다. 이 사실을 남편이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편은 내년 사월 달에나 집에 올 것이다. 한 편 기쁘면서도 슬픈 생각이 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럴 때 남편의 축복을 받고 부드러운 손길로 내 배를 만져주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남편을 많이 보고 싶다. 도착하는 날짜를 하루하루 지워가고 있지만, 그이가 오려면 아직 까마득하다. 남들은 부부가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는 시간에 나는 일기를 쓰고 있어야한다. 어쩌면 나는 평생 일기를 써야할지도 모른다. 고독한 신세를 일기로 메우는 심사다. 부부는 돈 없이 살아도 한 지붕 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살아야 제격인 것 같다. 그래도 슬픈 생각일랑 사치다. 남편은 이 시간에도 거친 파도와 싸우며 참치를 잡느라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 나도 오늘 밤에는 잘 생긴 남편 얼굴을 떠올리며 병풍을 놓아야겠다. 아가야 잘 자거라. 너는 나의 품속에 들어온 작은 남편이다.
 
  
 그날은 참치 조업하기에 적당한 날이 아니었다. 바닷물의 온도가 너무 차가워서 날씨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치조업하기에 적당한 수온은 12도에서 15도 사이였다.
  잠깐 휴식시간을 맞은 선원들은 오징어와 고등어를 구워 안주를 삼아 소주를 병째로 나발을 불었다.

  “와따메 좋은 거 이 맛에 산당께.”

갑판원 홍 씨가 오만상을 찌 뿌리며 목구멍 속으로 넘어가는 소주 맛을 음미하고 있다.

“와이 구 베트콩 성님 이 맛만 맛입니껴. 피지에 기항하면 백말도 한 번 타야지요.”
 갑판원 후배 최 군이 슬슬 분위기를 잡아간다.

“엣끼 놈 여자 얘기는 하지도 마라 참치 다 도망갈라.”

“형님 오늘 같은 날은 베트콩 잡는 얘기 한 번 들어 보입시더.”

“얌마 내가 베트콩인데 누구를 잡냐.” 

  선상은 사람들이 웃는 함성으로 가득하다. 월남전 참전용사 홍 씨는 얼굴이 새카맣고 깡말라서 별명이 베트콩이었다. 베트콩 홍 씨는 월남전에서 진짜 베트콩을 세 명이나 잡고, 무공훈장을 받은 용사였다.

“일개 분대가 정찰을 나가는데 갑자기 미루나무 위에서 따발총소리가 나더라. 잠시 후에 옆에 있던 조 일병의 배에 축구공만한 구멍이 뻥 뚫렸어. 순식간이더라. 내 눈에 불이 붙었어.  쓰발 캐리마 오공으로 죽어라고 나무위로 갈겨버렸더니 팔 다리 목이 순식간에 날아간 시체가 세 명이나 땅에 떨어져 뒹굴더만. 훗 그게 사람이 할 짓인지.” 

 홍 씨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회한의 빛이 서리다 지나갔다.

“임마가 괜한 소리를 씨 부려 갖고 술맛 다 떨어졌네.”
 
홍 씨는 먹장구름에 가린 시커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술에 취해서 모두 잠에 골아 떨어진 그 날 밤에, 갑판원 최 군과 마군이 카드를 치다 서로 싸움이 붙어, 최 군이 회칼을 휘두르자 이에 맞선 마군이 쇠파이프를 휘둘러 최 군이 즉사하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두 개골 사이로 고래 등의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메리야스를  짤라서 응급조치를 하고 피지로 기항을 서둘렀지만, 변변한 치료한 번 못 받고 최 군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아가미를 떼어내고 창자를 들어낸 참치처럼 최군의 몸뚱이는 이미 축 늘어져 있었다. 낚싯바늘에 걸린 알바트로스 처럼 최 군은 고기의 밥으로 바다에 수장되었다.

 “저놈을 묶어서, 지하 창고에 가둬라.” 
 
선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오랏줄에 묶인 마군은 갑판원 서넛에게 붙잡히어 지하창고에 감금되었다. 죽은 최 군만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가족에게는 작업 중 사고사로 적당히 무마 될 것이었다. 한 명의 일손이 귀한 배안에서 오직 살아남은 자의 편의에 의해 모든 말들은 조작되고 질서가 유지되었다. 평화 시에도 살아 남기위한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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