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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흉내바둑 - 백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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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6월27일)
포석의 산책 - 흉내바둑 - 백의 입장
아침 8시 17분.
굵은 빗줄기.
바둑에도 선이 굵은 바둑이 있다.
스케일 큰 바둑. 그런 바둑이 있다.
스케일이 크지 않더라도 분명한 자신의 색깔을 지닌 그런 바둑이 있다. 어떤 게 그런 것인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자신이 납득하는 바둑. 그런 바둑이다. 실력이 정상급에 다다르면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아니다. 정상급에 다다르기 전에 안목을 높여놓아야 하는 것이 바른 순서.
고만고만한 유행을 따르는 바둑은 별로 발전성이 없다.
후지사와 호사이 藤澤朋齊(藤澤庫之助).
승단대회를 통한 일본 최초의 九段.
전후 戰後 오청원과의 3회에 걸친 10번기.
무엇보다 그의 이름이 남는 것은 - 적어도 포석의 산책길에서는 - 그가 흉내바둑을 바둑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백의 흉내바둑.
오청원이 흑의 흉내바둑을 처음 시도했다면, 후지사와는 흉내바둑을 백으로 처음 시도했다.
언제인지는 불분명하다. 첫 시도한 때가.
하나는 분명하다. 덤이 도입된 이후라는 것.
왜냐?
흉내가 끝까지 계속된다면 - 물론 어디쯤에선가 백이 흉내를 포기하는 때가 오겠지만 - 반상은 좁아진다. 좁아지는 반상에서 흑이 4집반, 또는 5집반의 덤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흑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흉내를 중단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유력한 것은 바로 천원의 가치를 크게 하는 것이다. 흉내를 계속할 때, 흑은 언제나 천원에 착수함으로써 백의 흉내를 중단시킬 수 있다.
문제는 천원 착수의 가치가 덤의 크기보다 커야만 한다는 것이다.
백도 흉내를 중단할 권리가 있다. 흑의 뒤를 따라 - 마치 마라톤 경기를 할 때와 비슷한 상황인 듯도 하다 - 걸어가다가, 흉내를 중단하는 것이 형세에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때는 바로 흉내를 중단할 수 있다.
흉내바둑의 논리를 생각해보자.
1) 흑도 흉내를 중단할 수 있다
2) 백도 흉내를 중단할 수 있다
a) 흑이 흉내를 중단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과 때는, 천원의 가치가 최고로 되었을 때다
b) 백이 흉내를 중단하고 싶은 때는, 중단할 당시의 형세가 충분하다고 여길 때다
실전의 사례는 어떠한가.
1) 백이 흉내를 중단할 때
a) 후지사와의 경우 싸움에 능한 기사. 흉내바둑은 일반적으로 큰 모양바둑이 되기 쉽다. 그 때 적당한 때 흉내를 중단하고 상대 진영에 뛰어들어가 결판을 낸다.
b) 한국에서 서봉수가 백을 잡고 조훈현과의 왕위전 도전기에서 흉내바둑을 둔 적이 있다. 왜냐? 조훈현은 포석에서 발이 빠른 기사. 흉내를 시도하면 아무리 발이 빠른 기사라도 바로 앞에서만 달린다. 서봉수는 싸움에 자신 있는 기사. 5국 중에서 3국을 백을 잡고 흉내를 시도했으며, 모두 이겼다.
2) 흑이 흉내를 중단할 때
a) 사까다가 특히 흉내바둑의 타파에 능했다. 큰 모양으로 형세를 결정한 후 천원에 선착함으로써 흉내를 중단시켰다.
b) 운명의 대국도 있었다.
1965년 7월 제4기 일본 명인전 본선리그, 임해봉(흑)과 후지사와의 흉내바둑.
진행이 흑73까지 되었을 때까지의 대국은, 그 몇 해전 후지사와와 임해봉의 스승인 오청원과의 대국과 한 치도 틀리지 않았었다.
기보를 잠시 감상하자.
기보-1
(기보-1) 1947년 4월 藤澤庫之助(백) 長谷川章
기보-1: 우상귀 흑41에 응수하지 않고 백42로 중앙을 넓힌 것. 적절한 변신이다. 싸움의 폭이 넓어졌다.
기보-2
(기보-2) 1965년 7월 藤澤朋齋(백) 林海峰
기보-2: 백74 이하 큰 모양에 뛰어들어간 백이 수습에 성공한 국면. 아쉽게도 승부는 졌다.
기보-3
(기보-3) 1963년 11월 藤澤朋齋(백) 坂田榮男
기보-3: 흑43이 빛나는 요처. 이 수를 당해서는 백의 흉내가 실패다.
흉내를 타파하는 방법으로 하나 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축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전에서는 약간 어려운 방법에 속한다.
대형 정석을 사용하는 것도 유력한데, 그 역시 쉽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흉내를 시도하는 쪽이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글을 명인전 관전기에서 읽은 적 있는데,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내 확인 못했다. 후지사와의 경우는 본래 시간을 많이 쓰는 장고파이다.
좌우간 백의 흉내바둑은 덤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발 빠른 흑에 대항하는 유력한 수법이다.
그러나 덤이 커진 오늘날에 백의 흉내바둑은 의외로 드문데, 그건 흉내의 과정이 사실 어려운데 그 가장 큰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단조롭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연구를 많이 하면 시도할 수 있는 유력한 포석법으로 본다.
自由, 그 이름이 빛나는 포석이다. 흉내바둑은.
아침 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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