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의 산책 - 기타니의 변신 - 실리는 발전성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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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6월 21일)
포석의 산책 - 기타니의 변신 - 실리는 발전성의 다른 이름
아침 9시 03분.
역시 술을 마시면 다음 날이 힘들다.
이보다 더한 진실이 어디에 있을까. 나이 들수록 찾아드는 진실. 술과 다음날의 하루.
잠을 깬 것은 5시 남짓이었는데 다시 눕고, 이 생각 저 생각에 몸을 제치기도 했다.
누워서 잠시 구상도 했었다.
어떤 구상?
신포석 이후에 대한 구상.
만약 이 글이 논문이었다면, 또는 책이었다면 훨씬 쓰기가 쉽고 조리도 있었을 것이다. 일기가 되니까, 생각이 끊기는 흠이 있는 것이다. 그 점 나에게도 독자에게도 아쉽게 여긴다.
생각을 마음대로 잡아맬 수 없는 것을 보면, 바둑도 직관이 중요한가. 바둑에 대한 지식은 순수직관이 기초로 작용하는가. 글쎄다. 좀 과한 판단이리. 그 동안 글 써오면서 바둑의 수법에 미친 사회적 영향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신포석 시대는 짧았다. 약 5년 지속되었을까.
왜 그리 짧았을까.
그건 신 新포석의 발상이 구 舊 포석과 곧 융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포석이 구포석보다 더 낫다, 못하다, 그런 것이 아니라 구포석도 신포석도 서로가 다 약점과 장점을 갖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로 융합해 간 것이다.
경쟁의 시대에서는
새로운 질서에 대한 집중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많은 실전을 통한 실험도 충분히 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재해석도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기타니의 실리는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3연성을 주창해서 세력을 강조했던 기타니.
1940년 경에는 이미 다시 실리로 돌아섰다. 그것도 철저한 실리.
오청원과 기타니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반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무엇보다 다르다.
제7국
그것을 바둑에서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으니, 다음 가마꾸라 鎌倉十番碁 제7국을 통해서 느껴보자. 1940년 12월이니, 신포석 탄생 불과 6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변화이다.
흑이 기타니, 백이 오청원.
이 바둑은 기타니가 오청원에게 1승 5패로 치수가 선상선으로 바뀐 다음의 첫국이다. 흑173 끝, 흑 불계승.
왜 기타니는 세력에서 실리로 돌아섰을까? 그것도 철저한 실리로.
그 답을 기타니 개인에게서 찾을 수 없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신포석의 시대에서 발전성이라는 개념은 대단히 유용했다. 그것은 착점 하나하나의 가치를 고정된 실리보다 발전성, 즉 잠재적 실리의 측면에서 평가하자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이다.
잠재적 실리를 발전성의 다른 이름이라고 본다면,
실리는 잠재적 발전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리라는 것이, 그 가치가 잠재적 발전성보다 같은 가치를 가지거나 더 큰 가치를 지닐 경우에는 실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리와 세력은 같은 가치를 지닌, 그러나 이름이 다른 것일 뿐이다. 활용하는 과정을 거치면 같은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렇다.
화점은 세력만을 대표하지 않지만, 그래도 세력의 범주로 집어넣는다면 소목과 화점은 서로 다른 이름인 것이다.
1960년대 이후의 자료지만, 화점과 소목에 대한 프로들의 이해를 알아보자.
일본 1960년부터 1995년까지 36년간의 통계다. 첫 수를 어디에 두었는지에 대해서.
아침 9시 53분.
p.s.
이쯤에서 앞으로의 일기 전개를 미리 약간 제시하겠다. 나도 약간 순서를 잡아두어야 생각도 할 터이고, 읽는 분의 이해에도 도움 되지 않을까 싶다.
내일부터는,
혁명정석과 2연성
사까다의 3三
후지사와의 흉내바둑(백의 흉내)
중국식포석
다께미야의 우주류
싸움을 즐기지 않는다면(이창호의 흑백)
중국식포석의 새로운 전개
…
오청원의 21세기 포석
耳赤의 手
…
산책길을 돌아보면서(1,2)
…
모르겠다. 이런 순서가 제대로 된 것인지.
기억도 바랜 오래 전 산책길에서 스쳐지나간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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