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의 산책 - 신포석 - 통일된 세계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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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6월 14일) - 포석의 산책 - 신포석 - 통일된 세계를 향해
아침 7시 39분
바둑의 역사에 있어서
1930년대 신포석 시대만큼이나 모호한 개념이 명확하게 표현된 적은 없었을 것이다.
발전성.
돌이 고정적인 집만을 바라봐서는 발전성이 없다.
편재 偏在되어서는 아니 된다.
발전하는 과정에서 세력을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반상은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균형은 평균과는 다르다.
착점이 이뤄질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반상이고, 균형점 또한 불안정하다.
불안정한 반상.
불안정한 균형점.
1934년 출간된 신포석법에서 불안정이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뒷날 오청원이 설파하는 조화 調和라는 개념도 없었지만, 이미 그 때 씨앗이 뿌려져 있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발전성 개념 하나만으로도 많은 착점과 지향들이 재해석되고 통일된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3三은 발전성은 낮다. 그러나 한 수로 귀를 점한다.
화점은 발전성이 좋다. 그러나 실리에 약점이 있다.
발전하려면 돌이 뭉쳐있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속도 있게 반상을 운영해야 한다.
속도란 무엇인가.
포석에서, 요처를 선점해가는 것을 두터움보다 앞세우는 것을 말한다.
발전성을 중시한다면, 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세력은 발전의 바람직한 조건이다.
발전성을 고려한다면, 4선 이상에 두는 것이 3선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이다.
발전성을 흑백이 추구한다면, 중앙의 중시를 펼칠 수밖에 없다.
중앙을 중시한다면, 전국적인 안목으로 중앙의 요처를 점해야 한다.
…
그런 것들이었다.
신포석법의 아이디어들은.
과연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느냐?
우리가 두는 바둑에 그러한 관념이 들어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그 영향을?
3연성과 2연성이 창조되었다.
세력바둑이 긍정되었다.
포석에서의 4선 착점을 해방시켰다.
다양한 정석의 창조를 가져왔다.
이리 말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특정한 개념을 착상하니까 - 예컨대 발전성 - 다른 많은 의문들이, 지향들이, 그 아래로 모여들었다고.
관념과 잡다한 이론들을 통일시키는, 고급의 관념과 이론이 바로 신포석법이었던 것이다.
당시의 실험정신을 몇 국 살펴보는 것도 좋으리.
1934-1
1934-1(1934년)은 오청원(백)과 기다니의 작품으로, 나흘 동안에 겨우 64수까지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보면 약간 엉성한 느낌도 온다. 그러나 나흘의 시간을 걸려서 이뤄낸 작품임을 상기하면, 그 얼마나 새로운 세계를 찾는 것이 힘든 일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당시 이들의 실력은 첫째 둘째를 다투고 있을 때였다. 지금과 비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1934-2
1934-2는 기다니(백)와 마에다(뒷날의 묘수풀이 귀신)의 작품인데, 흑이 중앙에서 다소 둔탁한 비효율적인 착점을 몇 수 두었다. 초반 감각이 아주 볼 만하다.
1934-3
1934-3은 고노다(백)와 구보마쯔의 대국이다.
화점을 중심으로 포석을 짜고 싶으나, 그 길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에 대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신포석의 모색기, 그 때의 고통을 잘 드러내고 있다.
1935
하나만 더 보자.
1935는 고노다(백)와 하시모또의 대국보. 세력만 쫓는 것이 아니라, 균형이란 무엇인가, 바로 그런 고뇌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신포석의 여명 黎明은 벌써 움튼지 오래지만
신포석의 와중에서는 전체적 윤곽이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신포석의 세계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험과 세련된 이론이 요구되었다.
아침 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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