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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석법 - 300년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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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8월 3일) - 신포석법 - 300년의 붕괴
오후 6시 8분.
정말 덥구나 더워.
잠 설친 핑계를 얻어 오늘 하루 종일 놀고 놀았다.
그래, 너무 놀았다. 몸이 피곤하다는 것과 나태는 매우 가까운 거리.
프로들은 사실 약간 게으른 편이다. 물론 요즘 후배들은 내 모르겠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프로에 입문한 후배들을 제외하곤 프로들은 좀 낙천적인 그래서 자유로운 그런 성격을 대체로 지니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선배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프로를 지망하고 바둑 공부를 한다는 것은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그저 좋아서 바둑을 배웠고, 바둑을 두다보니 그저 다른 거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미래가 모호한 바둑의 길? 약간은 세상에 굼뜬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나도 그런 사람 아닐까.
일본에서는 어땠을까. 일본의 막부(幕府)가 무너진 19세기 중엽. 바둑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바둑의 4대 종가(宗家)가 무너진 그 때 대부분의 기사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기보다 바둑을 계속 두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수효는 그리 많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러나 그들은 노력했다. 그리고 바둑을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했다. 아마도 그 성공은 바둑계 자체의 힘만은 아니었으리. 일본 사회 전체의 성장이 없었다면 바둑도 자신의 길을 열어가지 못했으리.
바둑이 성장했다…. 무엇을 가져왔을까.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는가에 대한 자세한 과정은 내 모른다.
바둑의 성장은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의미한다. 바둑계의 질서. 그리고 반상의 질서.
바둑계의 질서와 반상의 질서는 서로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질서라는 말을 쓰지 말까. 그러면 좀더 분명하다. 바둑계와 반상은 서로가 그리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그랬다. 그러했다.
바둑의 4대 종가 중 본인방 가문이 살아남았다. 다시 일어섰다. 사실 다른 가문은 이미 막부의 말기에 그 맥이 거의 끊겨있었다. 본인방 가문만이 겨우 후계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슈사이(秀哉) 명인은 바로 그 최후의 세습 본인방. 제21세(世).
바둑이 다시 융성하는 와중에 여러 기사들이 갈등하고 타협하고 했다. 갈등과 타협.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일본 바둑계의 권위를 누가 갖느냐? 그게 문제가 된다.
막부시대의 권위는 가문과 기소(碁所-막부가 허가한 바둑계의 실권자. 당대의 제1인자가 일반적으로 그 자리를 얻는데, 기사 免狀 등 여러 가지 특권을 가지고 있어 기사들간의 쟁탈의 대상이었다)에 의해서 부여되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권위는 사회적으로 부여된 것이었다.
막부가 사라진 일본에서 바둑의 권위를 누가 갖느냐? 본인방 슈사이 명인을 중심으로 하는 계열이 있었지만, 과거와 같은 그런 힘은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슈사이가 본인방을 세습한 것이 1908년이고, 1926년 기정사(棋正社)를 대표한 가리가네(雁金 準一) 7단과 일본기원을 대표한 슈사이 명인이 요미우리 신문 지상(紙上)에서 실력 대결을 벌였으니 말이다.
물론 두 기사는 뿌리가 다르지 않다.
대마 사활의 명국
1926년 두어진 그 유명한 대국을 감상하고 넘어가자. 백이 슈사이, 흑은 가리가네. 두 기사 모두 힘바둑으로 유명했다. 백이 6집 이긴 바둑.
16세기 말에 일본 바둑의 체계와 권위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19세기 중엽에 그 체계와 권위가 몰락했으며
19세기 말 새로운 권위와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이 역사적 사실이 중요하다.
1930년대 신포석의 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실.
새로운 세상은 기존 세계의 몰락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법이다.
신포석법. 그 책이 그 사상이 그 질서가 나오기 위해서는 - 진부한 첨언을 한다면 - 구름 속에 오래 머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토록 오래 머물렀느냐?
7시 5분.
저녁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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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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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peux |
｜ 2004-08-05 오후 4:4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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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슈사이명인과 가리가네의 대국의 결과는 아마도 흑을 잡은 가리가네의 시간패로 알고 있습니다. 다 두었다면 백의 6집승이었을 것이라는 슈사이명인의 감상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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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악! 고스트 바둑왕에서 가가와 히카루가 처음 대국할때 사용된 기보가 아닌가!!!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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