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바둑의 하나 둘 - 힘바둑이 필요하다 - 앞선 수읽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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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8월 29일) - 접바둑의 하나 둘 - 힘바둑이 필요하다 - 앞선 수읽기로
아침 7시 48분.
안개 서린 아침이다.
프로의 바둑이든 아마의 바둑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안개가 서려있는 법.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헤쳐나가는가?
힘껏 자신감을 갖고 배를 저어가야 할 것이다.
내 프로생활 때 제일 먼저 절감한 것은 자신의 手에 대한 자부심. 믿음. 그런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 없으면 승부는 꿈도 못꾼다.
접바둑에 대해서 내가 권하는 것은,
두점 석점 하수와 많이 두라는 것이었다.
넉점도 좋다.
다섯점은 좀 따분하다.
그러나 다섯점도 좋다. 왜냐?
힘을 기르는데는 下手와 두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 바둑을 보면 힘바둑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건 짧아지는 시간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말한 바와 같이, 덤이 큰 바둑에서는 - 접바둑에서와 마찬가지로 - 대형정석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뿐이랴. 정석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보 하나 보자.
을조 우승자와 3점
1930년 가을 승단대회 을조 우승자와 명인 임시국.
白: 名人 本因坊 秀哉
黑(3점): 二段 伊藤きよ子
백117과 같은 수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하면 던져야 하리.
과연 석점은 접기 힘들다.
슈사이 명인은 대단한 힘바둑인데, 이 분 바둑 하나 더 봐야만 하겠다.
슈사이 명인이 명국이라고 자부한 두점 바둑이다.
古代로부터 두점 바둑을 명국이라고 자부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그건 왜 그럴까. 다음에 얘기하자.
슈사이 명인의 자부
1913년 7월
白: 名人 本因坊 秀哉
黑(2점): 四段 野澤竹朝
대단한 바둑이다.
한 수 한 수 黑白 간에 최선을 다했다.
실수와 호수를 그래도 몇 개 골라보자.
우변 흑16 흑18: 뒷맛을 남긴 것인데, 어떨까. 백도 두텁다.
백25: 흑24 맥점에 결단을 내린 것인데 과감했다.
백29 백37: 적절한 감각.
흑54: 큰 실수. 공배를 스스로 한 수 메웠기 때문에 백61 맥점이 성립되었다.
백73 이하: 대단한 힘바둑. 깊고 넓은 수읽기에 자신있는 명인의 도전.
백73이 왜 강렬한가
백73이 왜 강렬한가?
백73은 A와 백75를 엿본 것.
흑76이면 백77이 선수가 된다. 이건 또 다른 바둑.
백87이하도 대단하다
백87 이하도 대단하다. 여기서 흑98이 문제인데 -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 실전처럼 젖히지 않고 만약 다음 기보처럼 잇는다면?
중앙이 하얗다. 백은 충분히 둘 만하다. 백101이 급소다. A B C D 모두가 선수로 흑에게 들으니 백이 대단히 두텁다. 좌변 백의 할일을 다한 것이다.
힘바둑을 둘 줄 알아야 한다. 백을 잡고 두는 上手는 물러서서는 아니 된다. 기책 奇策을 다해야 한다.
권한다. 두점 석점 넉점 접바둑과는 자주 두시라. 힘이 붙을 것이다. 싸우는 힘. 물러서지 말고 싸우시라. 上手와 둘 때 보이지 않던 맥점도 보이고, 수읽기 힘도 양성될 것이다.
아 참, 왜 슈사이 명인이 자부했는가?
몇몇 일화가 있다.
도샤쿠가 야스이 춘찌와 두점 접바둑에서 1집을 지고 난 다음, 생애 최고의 바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죠와 명인이 야스이 준데쓰에게 한 집 이기고 자랑했다.
두점 바둑을 이긴다는 것은 그 만큼 힘이 드는 것이겠다.
역사적인 일화에 한몫 낀다는 것은, 바둑 그 자체가 아니라, 명인의 반열에 드는 것을 은근히 밝히는 것이라 하겠다.
힘바둑을 두지 않고, 접바둑을 이기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아침 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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