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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바둑의 하나 둘 - 젖혀라 - 2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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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8월 12일) - 접바둑의 하나 둘 - 젖혀라 - 2점이라면
오후 1시 35분.
비온 뒤 안개 짙게 서려있다.
중국 항주
서호 西湖의 새벽 안개.
내 돈 많으면 그 곳에 별장 하나 사고 싶었다. 서호의 4면 중에서 이미 한 방면은 도시의 아파트 군락이 배경을 형성하고 있으니, 친구가 가보려면 빨리 가보라고 해서 갔었다. 3년 전이든가.
당연히 술집에도 들렀다. 이름도 좋은 누외루 樓外樓도 들렀다. 150년 전 모습이라든가.
그런데 빼갈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아시는지?
허름한 술집에 갔더니 큰 항아리 6개가 구석에 있었는데, 뚜껑을 이렇게 만들어 두었다.
옷감을 끊어 빨간 주머니를 만든다. 그 속에 쌀과 같은 곡식을 넣어 봉한다. 그 자루를 뚜껑으로 사용한다. 빼갈은 알코올 도수가 높아 빨리 기화하기에 항아리 밀봉이 중요하다.
이것 저것 한 잔씩에 1원이었다.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 杭州 西湖
붙이고 끊어서 응수를 보고, 뒷맛을 남겨두는 것이 프로들의 上手로써의 일반적 태도라고.
두 번 강조했었다. 그러나 약간 과한 판단이었던 거 같다. 좀더 좋은 기준이 주어져 있다.
도샤쿠의 기가 棋歌 17首(일본 고유의 정형시로 나타낸)에 보니…,
2점이면 상대의 세 勢를 갈라서 두어라.
4점이면 중앙의 세 勢를 고려해서, 앞뒤와 수순을 살피면서 두어라.
세 勢를 중앙으로 향해서 발전시켜라.
젖혀나갈 시기를 놓치지 말라. 길게 뻗어나가도록 하라.
훌륭한 기준이 되겠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기준을 제시한 도샤쿠 자신이 바로 그 점에서 실수한 기보가 눈에 뜨이니, 이거 후인 後人으로써 선인 先人의 흠을 잡는 것만 같다.
도샤쿠의 2점-1
1697년 6월 6일
白: 본인방 도샤쿠
黑: 오구라 小倉 (2점)
흑2 흑6 눈목자는 1930년대 초 오청원이 날일자를 두기 전까지 변함없이 두어지던 지킴수.
좌상귀는 당시 유행하던 정석.
문제는 우상귀 백35. 흑36과 교환해서 좋을 것이 없다. 단순히 37에 막을 곳. 그래야 42에 끊는 수를 남긴다.
실전에서 백41 맥점이지만, 흑48까지 버린 것은 흑이 현명했다.
매서운 맥점
매서운 맥점 하나 즐겁게 감상하자. 지나는 길에. 흑76을 달리 A에 받으면 어떤가 그것.
백9가 매섭다. A와 B를 맞보는 예리한 맥점.
아, 이 바둑 아니었다. 하하. 다른 바둑 감상하자.
2점이면 상대의 세 勢를 갈라서 두어라. 바로 그 점을 잘 드러내는 바둑.
역시 도샤쿠의 바둑이다. 대국자는 같고. 날자는 1697년 6월 10일. 참 기록 잘 남아있다.
사실 대부분 현대바둑으로 다루면 어떨까도 했는데, 자료의 문제가 적지 않다. 조훈현 9단과 이용호 아마 7단과의 1970년대 말 2점 바둑도 다루고 싶었는데 그만 그 자료가 어디에 숨었는지…. 당시 첫국은 이용호 아마 7단이 이겼고, 두 번째 대국은 조훈현 9단이 이겼다. 신랄했던 그 바둑.
프로와 프로의 접바둑.
프로와 아마의 접바둑.
흥미 있는 차이를 주는데 아쉽다. 내, 충분히 차이를 다룰 수 있는지.
그러나 기본은 같지 않나 싶다. 그렇게 본다. 모르지. 글을 쓰다가 또 맘이 변할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이 이토록이나 불안정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려면 대단히 깊게 연구해야 하리. 그 연구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겪고 싶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도 사실이다. 깨끗하고 간결하게 보이는 이론과 결론 뒤에는 대부분 힘든 노력이 숨어있다. 어수선한 논리의 혼란이 숨어 있다. 듣기로 천재들의 작업 뒤에도 그런 것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도샤쿠의 2점-2
우하귀 흑20 걸침은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걸침. 날일자걸침이 보통이다.
앞서의 기보와 백19까지 수순이 같은 것을 보면 약간의 오기, 또는 기백이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하하. 그런 게 비일비재한 법이다. 인지상정이리.
백47을 달리 두어야
오청원 선생에 의하면 두 가지 점이 지적된다.
첫째는 백47.
다음과 같이 두었어야 했다 한다.
선생의 표현으로는, 이랬다.
백47은 무난한 수이긴 하나, 이래서는 여간해서 백이 찬스를 잡기 힘들다.
백89를 달리 두어야
두 번째는 백89.
도샤쿠 선생의 실착이다. 흑90을 허용해서는 흑이 이기는 바둑이다.
어떻게 두어야 했는가? 다음 기보 백1 백3이 바른 수순.
백A 흑B 백C가 a와 b를 엿보아 남는 수단.
백D 흑E 백F도 남는 수단.
백89를 달리 두어야 할 했다는 그 기보를 다시 보면,
백1은 빈젖힘이라고 할 만한 급소.
세 勢를 향해서 나아간다는 바로 그런 자리.
과연 2점 접바둑은 두렵다. 아차, 하는 순간에 승부는 백에게서 날아간다.
오후 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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