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바둑의 하나 둘 - 끊어두어야 - 조건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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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8월 10일) - 접바둑의 하나 둘 - 끊어두어야 - 조건의 변화
오후 3시 57분.
소나기.
소나기.
여름의 맛 중의 하나가 소나기 아닌가 한다.
우뢰 지나가는 맛도 빠뜨릴 수 없는 자연의 선물.
시원한 기분에 앉아본다.
프로들의 접바둑과 아마추어의 접바둑이 다르며,
프로끼리의 접바둑은 더더욱 다르다.
2점 3점은 넉점과 매우 다르며,
넉점, 다섯점과 그 이후가 또 다르다.
전혀 다른 세계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몇몇 살펴본 바에 의하면 프로들의 경우에도 접바둑의 개성이 다들 다르다.
차분히 지켜가면서 두는 바둑도 있고,
처음부터 격렬하게 무리하는 바둑도 있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한 것이 있다.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 있다.
붙이고 끊어서 응수를 본다.
붙이고 끊어서 뒷맛을 남겨둔다.
모두가 즐겨두는 방식이다.
왜 그럴까.
접바둑은 上手에게 불리한 조건이 처음부터 중반, 종반까지 주어진다. 여간해서 그 차이를 역전시키기란 쉽지가 않다. 약간 형세를 만회한 듯해서 마음 한 번 늦추면 당장 형세가 흑 유리로 굳어지는 것이 접바둑.
천하의 명인, 국수라 해도 접은 바둑 이기기란 쉽지가 않다. 만약 치수가 맞다면.
도샤쿠 3점 바둑
얼마나 어려운가. 다음 기보 하나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1678년 경 두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도샤쿠의 3점 접바둑. 흑을 잡은 이는 福尾玄故인데 구체적인 인물됨은 모르겠다.
우리의 눈에도 쉽게 비춰지듯이, 흑의 행마에는 아쉬운 것이 아주 많다. 초반 흑14와 흑20 흑30은 아주 이상하다. 효율 낮은 수법인 것이다. 특히 흑30은 백31을 당해서 매우 나쁘다. 하물며 백43으로 젖힘을 당해서야 말이다.
도샤쿠 두었어야
그러나 승부는 일순이다. 도샤쿠의 패착이라고 오청원 선생이 지적한 장면이 있다.
실전 흑78이 급소로, 그것으로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하셨다.
백2가 절대였다고 한다. A가 아니라 백2. 앞서 보았듯이 실전엔 A였다.
과연 그렇다.
얼마나 3점을 접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겠다. 흑이 계속해서 위축된 행마를 한 듯한데도 불구하고 그 얼마나 3점의 잇점이 잠재되어 있는가!
과연 그렇다.
그러나 앞선 실전 기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백81과 흑82의 교환이다. 집의 크기만으로 본다면 백81과 흑82 교환은 백에게 손해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백81 이었을까?
앞서 3점 기보를 다시 보자.
백81 이은 까닭은 A 단수해서 B 단점을 노리고 있는 까닭이다.
작은 끝내기 단계가 아니면 백은 저 태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앞서 말했었다.
붙이고 끊어서 응수를 보고, 뒷맛을 남겨두는 것이 프로들의 上手로써의 일반적 태도라고.
그 이면을 달리 표현할 수 있다.
단점은 최대한 남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활용의 기회를 엿봐야 한다.
오청원의 3점
아까 좋은 예가 될 만한 기보를 찾아두었는데, 막상 쓰려니 아무리 찾아도 없다. 부족하지만 (오청원의 3점)으로 넘기자. 아마추어와의 대국인데, 주목할 점은 초반 백21 젖힘이다. 좌하귀 흑24를 흑에게 넘기더라도 중앙의 주도궈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다.
다음 주목할 점은 우변에서의 타개. 백41 이하가 바로 그것인데, 백43이 예리한 맥점이다. 백43을 45에 먼저 붙이면 흑46 백48 흑44 백47 흑A 백49 흑50까지 묘미가 사라진다.
실전에서는 백53 이하 돌을 버려두는 방식을 유의하자.
백69를 놓치지 않고, 좌하귀 백79 이하 먼저 끊어두는 점.
백141도 예리한 맥점.
아마추어의 실력이 낮지 않는가고 의심해도 할 수 없다. 백이 대국을 전개하는 방식에 주의를 쏟자.
上手는 외롭다.
어찌할 수 없다. 끊고 변화를 구해야만 한다. 집으로 차분히 두어가서 이긴다는 생각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오후 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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