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바둑의 하나 둘 - 조건에 적응할 뿐 - 정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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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8월 3일) - 접바둑의 하나 둘 - 조건에 적응할 뿐 - 정석은 없다
오전 6시 25분.
어제 일기는 좀 아쉬웠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써내려가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위축된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그저 아는 만큼 내 판단할 수 있는 만큼만 쓰도록 하자.
어제 얘기한 말,
窮卽變 變卽通
과연 그 말대로 할밖에 없다. 인생인들 벗어날 수 있으랴.
반상에도 정석은 없다.
다만 조건에 맞춘 적절한 임기응변만이 있을 뿐이다.
길은 언제나 열려있는 듯도 하지만 닫혀있는 듯도 하다.
찾으면 있는 것이요, 못 찾으면 없는 것이다.
진실과 증거.
진실로써 증거를 주장하는 걸까.
증거로써 진실임을 밝히는 걸까.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그 출발을 삼는 것이리.
9점 바둑 하나 보자. 1932년.
白 七段 瀨越憲作
黑 6살 소년 藤澤保
뒷날의 후지사와 슈코 바로 그의 어린 시절 바둑이다.
후지사와의 어린 시절
주목할 것은 - 白을 위주로 볼 때 - 백7까지 흑을 갈라두는 것이다. 소위 연결을 방해해두는 것인데, 그래야 바둑이 넓어진다. 변화의 여지가 많아진다.
다른 하나는 백13 이하의 수법. 백13은 14 빈삼각으로 두면 달아날 수 있다. 그렇게 두라고 보통 가르친다. 그러나 접바둑에서 흑14 끊기는 것은 백으로서 바람직한 일. 백15 급소로 좌우를 노릴 수 있다. 백15가 2선의 급소로 변화의 여지를 풍부하게 만든다.
백57은 이렇게 둘러싸고 볼 일. 백은 연결하고 좌하귀 흑은 변방에 갇힌다. 좌변 흑 한 점도 공격권에 들어간다.
백77은 82에 두고 싶은 곳. 그랬으면 흑이 쉽게 탈출하지 못했으리.
승부는 시간이 부족해서 흑108까지만 두어졌다. 누가 유리할까. 물론 흑이 유리하다. 그러나 후지사와 본인의 이야기와는 달리 흑이 이기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다. 하변 백은 패가 아니다. 살아있다.
黑도 시원하게 잘 둔 바둑이다. 하물며 6살 꼬마랴. 아쉬운 건 흑56. A에 이었으면 흑B 이하로 백을 잡는 수단이 남았었다.
9점 바둑에서 특히 요점은 흑을 갈라놓는 것이다. 갈라두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중앙을 장악하는 것. 흑이 중앙에서 연결되면 그건 백에게 만만찮은 바둑이 된다. 물론 중앙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백이 굳이 무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9점 접바둑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흑백간의 돌의 비율이 백에게 점차 유리한 쪽으로 변하게 된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가볍게 끊고 막는 것을 백은 최우선으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왜냐? 그것이 9점 접바둑에서의 정석이다.
전체 바둑을 하나의 정석 진행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수순에 꼭 두어야 할 필연적인, 서로가 합의하는 그런 행마법이 있는가. 없다. 전체 국면의 조건에 따라 발맞추어 둘 수밖에 黑白 간에 다른 길은 없다.
9점 접바둑이라면 특히 그러하다.
8점 접바둑이라면 약간 덜 그러할 것이고.
왜냐?
9점이면 조건이 최대한 꽉 짜여진 것이다.
백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마찬가지로 흑에게도 우리가 보통 아는 그런 정석을 쓸 여지는 거의 없는 것.
3점이라면 달라도 한참 다르다. 백에게 선택의 여지가 넓은 만큼 - 물론 흑의 실력도 높아지지만 - 변화를 급히 추구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9점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좁은 만큼, 변화를 많이 추구해야만 한다.
접바둑이 9점에 가까워질수록 백은 변화를 꾀해야 한다. 정석은 없다. 전체 국면이 정석에 가깝다.
사실, 그 점은 2점에서도 마찬가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석은 없다는 바로 그 이해.
아침 7시 08분.
비 개인 날이다. 맑은 하루 하시라.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이 이슬마냥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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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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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접바둑엔 꽁수가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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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힌 입장에서는 단순명료하게 두는게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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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師範
유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