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의 산책 - 산책을 마치면서 - 어둔 밤 거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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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7월 18일) - 포석의 산책 - 산책을 마치면서 - 어둔 밤 거닐 듯
저녁 8시 15분.
무덥다. 무덥다.
저녁 따뜻한 밤이 기다린다는 그 희망으로 글을 써본다.
이번이 47번째 산책길이다.
더위를 벗 삼아 돌이켜보련다.
어둠 속, 여기 화면 벗 삼아 돌아보련다.
글 제목이 다소 오만한 듯도 하다.
어둔 밤 거닌 듯, 그것이 아니라 어둔 밤 거닐 듯.
내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꿈 속 거닌 것이 아니다.
예날 얘기부터 하고 싶다.
바둑에 길이 있음을 생각한 것은 20년 가까이 되었다.
그러나 난 그 길 있음을 바둑에서 알지 못했다. 다른 영역에서 알았다.
내 98년 발견 책에서, 패러다임 개념 쓴 까닭은 바로 배운 것이 그거뿐이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개념으로 하나는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젖혀두었다. 패러다임 하나로, 그 책 하나로 바둑에 진 빚 갚았다고 생각도 했었다. 다른 길 있음을 몰랐다.
그 후, 그러니까 약 2년 전.
바둑을 전혀 모르는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왜 네가 배운 다른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지? 다른 거 배운 거 있잖아?
행태주의 심리학.
그러나 아쉽게도 난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겉도 몰랐다. 물론 지금도 모른다.
무덥다. 잠시
씻고 다시 쓰겠다.
다시 왔다.
공부란 건 더울 때 하는 맛도 있다. 물론 난 지금 공부하는 건 아니다.
심리학에 대한 논문 하나 강의 받은 덕분에
패러다임 뒤에 숨은 길을 하나 볼 수 있었다.
약간 더 깊이 숨은 길이었다.
그 후 다시 올 봄이다.
Mary Douglas. 그 분의 책을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 다른 책을 찾아 읽었다.
purity and danger.
크게 감동 받았다. 영감까지 받았다고 해도 절대 과언 아니다.
왜 내 일찍 읽지 못했던가.
그래서 쓰기 시작한 것이 포석의 산책.
오늘 여기 마무리 하기로 맘 먹은 그 길이다.
나는 그 길을 어떻게 걸었던가. 어디로 걸어갔던가. 여기가 어디인가.
산책이었으니, 무심한 마음 반이었으리.
요약할 생각은 없다.
그럴 이유도 그럴 능력도 없다.
산책길이었으니, 그냥 산책길이었으니.
앞산인지 산맥인지도 내 모른다.
그냥 걸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다른 길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훨씬 경치 밝고 넓고
또는 거칠고 좁은 길로
길은 언제나 열려있다.
나는 그것이 길이라고 본다.
믿음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나는 너무 모른다.
밤 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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