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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耳赤의 手 - 포석의 미래 또는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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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7월 18일) - 포석의 산책 - 耳赤의 手 - 포석의 미래 또는 과거
아침 7시 09분.
근 1주일 만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
바람이 자고 있으니, 무더운 날이 되겠다.
정신이 그리 맑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 인생에 맑은 정신 그 몇 번이나 될까 하는 마음에 태연히도 앉아본다. 아직 50 넘지 않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나이가 들수록 정신이 맑지 못하는 거 아닐까, 그것이 보편적인 현상 아닐까. 맑다는 게 무엇일까. 하긴 그렇다.
이적의 수
1846년 11세 이노우에 인세끼 幻菴는 여행 중이었다. 만 48세. 오오사까에 머물 때였는데, 마침 지나가던 18살의 슈사쿠와 바둑을 두었다. 두 점으로 두 판인가 두다가 인세끼는 상대의 실력을 인정해 곧 멈추고, 다른 날 슈사쿠 先으로 한 판.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두 번 封手. 세 번에 걸쳐 후세에 이름을 남긴 대국을 완성했다.
그것이 다음 대국.
이적의 수-흑의 가착
약간 복잡하니까 다음 기보로 뚜렷이 들여다보자.
백1은 실수다. 흑2가 바로 耳赤의 手라고 불리운 묘착.
왜 흑2가 뛰어난가?
백A는 흑B로 연결한다. 좌상 C를 두어서 상변을 넓힐 요처를 흑2가 점하고 있다. 흑D 백E도 흑의 권리이니 흑2는 보기보다 두텁다.
인세끼는 백1을 a에 두었어야 했다. 적어도 그 근방.
여하튼 흑2를 본 인세끼는 귀가 붉어졌다 한다. 예상을 벗어난 흑2. 한 눈에 아차! 했으리. 국면은 이로부터 기울어져 흑 3집 승리.
이 바둑은 초반 흑25가 실수였다. 당연히 29에 두어야 했다. 그 이후는 흑이 어려운 국면. 우상귀의 백76도 멋진 감각. 백90 이하의 타개도 인세끼가 자랑할 만했다.
슈사쿠의 명성을 드높인 1국.
그러나 인세끼도 아쉬워하지 않은 1국.
耳赤의 一手.
왜 그리도 유명했을까?
시대적 이유가 있었다.
반상의 근거가 있었다.
인세끼는 죠와 명인과 명인 자리를 놓고 다툰 거물. 자세한 것은 내 모르지만, 하시모토 우따로 선생의 평에 의하면 인간적으로도 대단한 걸물이었다고 한다. 바둑의 수준이야 말할 것도 없으며.
슈사쿠는 뒤에 기성으로 불린 인물. 그런 슈사쿠가 처음으로 명성을 휘날린 대국이 바로 이 1국이었다.
시대는 도쿠가와 바쿠후 시대, 그 몰락해가는 시기에, 문화적으로 滿開를 지나 모란 牧丹이 흐트러지는 시간. 어지러운 풍류가 내면을 채워주던 시기. 바둑은 최절정기. 몰락을 내다보는 최절정기의 시대에 인생의 목적에 실패한 최고의 기사가 흘린 逸話.
반상에서의 근거란 무엇인가.
현대 기사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수가 바로 저 耳赤의 手다.
당시로서는 어땠을까. 당시도 주의만 했으면 인세끼는 찾았을 것이다.
인세끼가 한 눈에 자신의 실착을 알아차린 것이니, 그래서 귀가 빨갛게 물들여졌을 것이니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저 手는 분명 모호한 중앙의 급소이다.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슈사쿠가 찾지 못했다면 누군가 그 후에 바로 찾아낼 수 있었을까?
모호한 반상, 짙은 안개로 가리운 중앙. 그 중앙에서 반상의 해결점이 되는 수를 발견한다면, 그것을 耳赤의 手라고 부르자.
바로 그것이다.
耳赤의 手는 印象派적인 안목을 부여잡은 것이다. 시대로, 반상으로, 희망으로.
그것을 일컫는다.
우린 언제나 그런 안목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런 희망이 보일 때, 반상에 놓인 수를 耳赤의 手라고 부른다.
耳赤의 手인지 여부는 알 수가 없으니, 인세끼도 가고 슈사쿠도 갔으니, 耳赤의 手일까 自問할 뿐이다.
이적의 수로 나오시는군
1987년 1월 14일 제7기 棋聖戰 도전 제1국. 후지사와(흑)와 조치훈.
37분 장고 끝에 백1이 두어지자, 秀行시는 “耳赤의 手로 나오시는군,”하고 혼자 뇌었다.
당시의 관전기 내용이다.
당시 다까가와 9단은 백1을 3에 두었으면 백이 여간해서 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답이 없는 상황에서의 手. 있어도 이겨야만 답이 되는 手. 그런 手. 그렇게 그런 手.
耳赤의 手.
우리는 그 표현을 쓰는가?
아니 쓴다.
문화가 다른 것이다.
반상 이해의 길목에는 문화의 차이가 존재한다.
아침 8시 06분.
어디선가 찌르는 소리가 들린다. 매미는 아닌데. 시각 외에 청각이 있다는 것. 감사드릴 일이겠다. 계산되지 않는 반상에 저마다의 안목이 가져다주는 그 어떤 교차점이 있다. 우연 이상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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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할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