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것이 밝아지고 드러날까
- 6월 3일 여현님의 글을 읽은 다음에

 
I. 감사!

웬만하면 적당한 수준에서 글을 마치고 싶은데, 여현님이 말씀하셨다.
이거 자칫하면 피곤해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하하.
“감사!”

II. 여현님께 의견 드립니다.

1) “선형적 vs. 공간적”으로 개념을 나누는 문제.
“선분”보다는 “선형적” 개념이 더욱 좋습니다. “공간적,” 그것이 뚜렷해지고 있으니까요.

2) 가상적(virtual), 잠재적(potential)
앞으로 자연스럽게 반상에서 쓰일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반상 이해를 넓히는데 요긴한 개념으로 봅니다.

3) abstract point를 어떻게 번역할까요.
“감지된 급소”라는 표현이 잠깐 떠올랐습니다만, 만족스럽진 못합니다.
프로의 수준에서 웬만한 수단은 그 답을 볼 수 있겠지만, 역시 정답이냐, 하는 것에는 의문이 많습니다. 서로 치고받는 그 과정, 헤아립니다만, 분명한 답이 아닌 경우엔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수읽기를 스톱할 겁니다. 명확하다면 “abstract” 그 단어를 쓸 필요도 없겠지요.

4) 확장된(되는) 공간을 다룰 개념이 필요한데...
동감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장문(掌門)을 다루면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세모, 네모”가 중요한 모델이 될지라도 공격과 관련된 조건은 잘 다루지 못하고, 또 세력이 등장하면서 반상을 어떻게 공간적으로 구획(구도 잡느냐, 자르느냐)하고 있었느냐, 하는 문제도 따로 다루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너무 딱딱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후지사와의 술도 곁들일 생각입니다. 사실 이는 중요한 문제인데 - 공간 문제와 관련해서 - 그래도 가벼운 에세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이번에 쓰고 있는 글의 주제에 대한 엄밀한 검토의 희망은 다른 분들께 미룹니다.

 
III.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늘 여현님의 말씀만 그림 그리면서 설명을 해도 이미 유용한 언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프로가 아니어도, 다양한 안목이 바둑의 이해와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점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수 년 전 풍진객님이 주신 아이디어, 즉 “바둑은 물처럼 흐르고 나무처럼 자라난다.”는 그 안목. 그것이 바둑을 이해하는데 큰 힘이 되었음을 밝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