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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관리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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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관리의 즐거움
2011-01-12 조회 8658    프린트스크랩

신년 벽두(劈頭)부터 뉴스창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고위직 내정자의 자질과 도덕성 공방이 이어지더니 결국 자진 사퇴했다. 또 건설현장 식당 운영과 관련하여 이미 퇴직한 고위공직자 출신 두 분이 검찰에 출두하여 조사받으며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현직도 몇 되는 모양이다.

웬만하면 세상사는 칼럼에서 다루지 않으려고 했는데, 입맛이 영 개운치 않다. 자리를 제의받으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자신이 그 자리에 적임자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본다. 제의받은 자리가 본인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일없는 한사가 볼 때는 글쎄하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사퇴의 변에서 <두루미>운운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속칭 함바집 로비사건과 관련하여서는 기가 막힌다. 받아먹을 돈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건설현장의 인부 소위 노가다들이 주린 배를 채우는 것에서 돈을 받아먹으면, 그 손해가 누구에게 가겠는가? 결국은 식사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등을 쳐먹어도 사람 보아가며 쳐야지 그래 노가다 등을 쳐야 한단 말인가! 고위직에 계신 분이 그 정도의 분별심이 없어서야...한숨이 절로 나온다.

두 분은 감옥살이를 좀 하셔야 할 것 같고, 자진사퇴하신 분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자연인으로 사시겠단다. 어떻게 소일하실지 자못 궁금하다.


서거정의 시를 하나 감상한다. 벼슬길에서 물러난 심경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誰信休官樂 수신휴관락
居閑地轉幽 거한지전유
風塵相隔絶 풍진상격절
山水可優遊 산수가우유
一局棋消日 일국기소일
三杯酒洗愁 삼배주세수
衣冠已隨意 의관이수의
簪紱復何求 잠불부하구 


벼슬을 내놓으니 자신의 거처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져 외진 데로 되어간다(轉幽)고 했다. 당연히 세상사(風塵)와는 멀어지지만 산수(山水)가 좋아 놀만하단다. 산책을 주로 하였을 것이다. 옛날 양반이 설마하니 숨을 헐떡이며 등산했을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된다. 하긴 모를 일이다. 등산이 건강에 좋다고 열심히 오르내렸을지도.

바둑두며 하루하루 소일한다. 홀로 적적하게 지내다보면 울적해질 때도 있다.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으면 술을 마셔 우울한 심사를 떨쳐낸다. 
 

 簪(잠)은 비녀, 紱(불)은 인끈, 제복을 뜻하니 잠불(簪紱)은 벼슬을 은유한다. 벼슬살이 살만큼 살아봤는데 뭘 새삼 다시 구할 일이 있겠느냐고 읊는다.

은인자중의 탈속미를 다음과 같이 새겨본다.


퇴직한 관리의 즐거움을 그 누가 믿을까?
한가롭게 사는 곳이 외진 데로 되어가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산천경개는 넉넉히 즐길만하네.
바둑 한 판으로 하루를 보내고
술 석 잔으로 근심을 씻나니
의관을 이미 마음대로 하는데
어찌 다시 벼슬을 구하


은퇴의 삶을 이와같이 누릴려면 자리에 있을 때 스스로 처신을 삼가할 일이다. 속칭 <있을 때 잘해!>가 되겠다. 어느 분같이 느닷없이 검찰에서 불러대면 황당하지 않겠는가!

웬만큼 명예도 누리고 부도 축적했으면 적당하게 사양할 줄도 알아야할 일이다. 벼슬자리가 탐이 나 해보겠다고 덤볐다가 갖은 망신을 다 당하고 보면, 그 인생 끝자락이 너무 초라해지지 않는가!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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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谷川 |  2011-01-13 오전 12:35: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고맙데이.. 낙동강 강가에서 짱어구어하고 소주한잔 할날을 기대한다  
진흙 |  2011-01-13 오전 7:45: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 내용이 너무 훌륭하십니다... 감동적이고... 여하튼 멋지십니다..  
AKARI |  2011-01-13 오전 9:04: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지십니다요~ㅎ  
네점일합手 |  2011-01-13 오전 11:44: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여현님의 모든 글에 대한 열렬한 팬입니다.
단, 이번 경우 두루미운운은....그 당사자의 눈 높이에 맞추어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닌 걸로 보이는군요.  
꿈속의사랑 |  2011-01-13 오후 8:49: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번에 함바집로비사건과 관련됐던 사람중에 한사람은 몇달전에 티브이에 출연하여 봉사활동도 하고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 가식이었나요. 씁쓸합니다...
님의 말씀대로 사양할 줄도 알아야하고 욕심을 줄여야 하는데.....  
풍운아1 |  2011-01-16 오전 9:20: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빼먹을게 있고 안해야 할 것이 있는데 이친구들은 노가다의 고픈배에 밥한술 주기는 커녕 먹는밥에 숱갈 넣어 꺼내 먹는 파렴치를 높고 막강한 자리에서 근엄한 얼굴을 하고 치사하게 범한 쪼잘한 쓰레기인간이로세.에이 더럽고 치졸한 인간 배터지게 많이 먹고 잘 살아라.여다운선생 잠불은 정말 모르는 글이었습니다.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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