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晉書)》 사안전(謝安傳)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안은 하남성 진군(陳郡) 양하(陽夏) 태생으로 동진(東晉) 최대의 명문 출신이다. 젊었을 때부터 재능과 식견이 뛰어나 조정에서 불렀으나 매번 사양하고 초야에 묻혀 살았다. 당시의 정치 상황이 출사(出仕)하기에 알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회계군의 동산(東山)에 집을 짓고, 아름다운 그 곳의 산수에 묻혀 왕휘지(王羲之)·지둔(支遁) 등과 어울리며 시를 짓고 술을 마시는 등 풍류를 즐겼다. 양주자사(揚州刺史) 유영(庾永)이 그의 평판을 듣고 몇 번이고 출사를 청하자 마지못해 한 달 남짓 관직에 있었지만 곧 사임하고 돌아와 버렸다. 주위 사람들이 서운하게 여기자 사안은 “지금의 상황으로는 관직에 그대로 머무는 것이 신상에 해로울 것 같다.”고 답하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이 40에 이르러, 문벌 세력을 제압한 정서대장군(征西大將軍) 환온(桓溫)이 청하자, 마침내 그의 휘하에 들어가 이부상서(吏部尙書)의 요직에까지 진급하였다. 그러나 환온이 제위를 넘보려 하자 이를 저지하고, 그 공으로 효무제(孝武帝)가 즉위한 후에는 재상이 되었다. 당시 북쪽에서는 전진 왕 부견(苻堅)이 산서, 사천, 호북 일대를 장악하고 세력을 뽐내고 있었다. 환온이 죽자, 부견은 100만 대군을 이끌고 동진을 향해 남하하기 시작하였다. 이 때 사안석이 부견의 전진군을 크게 무찔렀던 것이다.

동산재기(東山再起)란 이와 같이 사안이 동산(東山)에 은거하다가 관계에 나가 크게 성공한 것을 가리키던 말로, 오늘날에는 한번 실패했던 사람이 재기에 성공한 경우에까지 이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보정환뇌(保精還腦)

이 茶雲은 사안석과는 다르게 40대 후반부터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白手가 되었다. 나의 앎과 재주가 이 세상에 다시 쓰여질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건 저러건 어제 오랫만에 외출을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보정환뇌(保精還腦)가 화두인 모양이다. 지난 번에 이 茶雲이 내지른 말 때문이리라.

요즈음 참살이(Well-being)이가 유행인가 본데. 웰빙하는 것은 좋지만 온통 육체적 건강에만 관심이 치우치는 듯하여 나로서는 불쾌하기가 그지 없었다.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다보면 마지막에는 늘 물건이 잘 서느냐 아니냐에 대한 화두로 치닫는 것이다.

얼마 전에 벗들이 모였을 때 이 茶雲이 일갈을 했다. "야! 이 미친 놈들아! 이제 우리 나이에 그 물건 잘 서서 어디에 써먹게 그런 흰소리를 하고 자빠진거냐?"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살짝 부은 육봉(肉俸)을 어디 넣을(揷)데 없는지 눈이 벌개 찾고, 다행이 찾아서 거기에 꽂아 물(液)을 버린들(射精) 무엇에 쓸 것인가? 영화배우 '안소니 퀸'의 소망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을 임신시키고 싶다'였다고 한다. 대체 네놈들은 종족보존과 번성의 욕구도 아닌 바에야 이 나이에 물을 뿌려본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내지른 말이 '보정환뇌(保精還腦)'였다. 우리 나이에 물건이 서지 않을까 염려할 일이 아니라 '정신이 흐려질까'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러니 정기를 아껴 그것을 뇌로 돌리고, 그 덕에 맑은 정신으로 살아보자...뭐 이런 류의 흰소리를 한 것이다.

목은의 일생을 보건대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이라는 혼란기에 살아가면서, 본인의 의지는 사안석과 같이 정국을 바로잡고 싶었던 듯 싶다. 이성계가 위화도회군(威化島回軍)을 감행하고 우왕을 강화로 유배시키자 조민수(曺敏修) 등과 함께 창(昌)을 즉위시켜 이성계(李成桂)의 세력을 억제하려 하였지만, 이성계가 득세하자 장단(長湍) ·함창(咸昌) 등지에 유배되었던 삶을 보건대는 말년에는 자신의 뜻대로만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상을 살펴보건대 4세기 인물 안석 사안이나 14세기 인물 목은 이색 모두 바둑을 즐긴 듯 하다. 이들에게 바둑이란 세상의 시름을 잊는 하나의 도구였던가! 이 茶雲도 세상에 대한 시름을 잊고, 머리를 맑게하는 도구로서 바둑을 대하고자 다짐해본다.

이제 이 詩가 실린 목은시고(牧隱詩藁) 제22권에 실려있는 시3首의 전문(全文)을 감상해보자.

동년(同年) 이몽유(李夢游)가 내방하여 담화하던 중에 낙성군(洛城君) 김공 선치(金公先致)의 정원에 모란꽃은 이미 졌고 작약꽃은 한창이더라는 것을 언급하고, 또 날마다 김공을 모시고 바둑을 두었다고 스스로 말하므로, 나는 자신도 모르게 흥취가 발동하여 세 수를 읊어서 기록하여 바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