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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바둑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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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바둑과 도박
2010-03-20 조회 10524    프린트스크랩

 

조선의 내기 바둑은 전통(?)이 있다. 국왕이 궁인들의 바둑을 구경하며 옷감을 걸게 하고 대신이 남원산 상화지(종이) 수천 장을 상품으로 내놓고 바둑고수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장면 등은 기록 속에 흔하다. 김려(鑢,1766-1822)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한집만 이기던(與第一手對只赢一子與最下者對着亦只赢一子) 고수를 주목하고 삭낭자(索襄子)의 전(傳)을 남긴다.

삭랑자는 홍씨 성을 가진 포천(일설은 전주) 사람으로 당대의 바둑 고수로 전국을 떠돌며 내기바둑으로 호구책을 삼았던 은자(隱者)다. 삭낭자는 누구를 만나도 딱 한집만 이겼다고 한다. 세상은 그의 바둑을 일컬어 삭낭자의 수(故當是時碁局赢一子名爲索襄子碁法)라 한다고 한다.
상대의 기력과 관계 없이 딱 한집만 이긴다는 것, 이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내기바둑에서 조금씩만 이겨야 손님(?)이 끊기지 않는 이치를 잘 알던 사람이라 할까. 은자 삭랑자가 단순한 내기바둑의 달인이었다면 김려가 전을 지어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1930년 동아일보는 조선총독부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조선인들과 어울려 '위기교습소'를 들락거리며 근무태만하는 사실을 보도한다. 경성에 서너 곳의 위기교습소가 있고 그곳을 도박 바둑의 온상으로 지목한다. 30년 도박 바둑의 만연상을 필자도 [월간바둑](2008년 9월호)에 소개한 바 있다.

승부는 승패의 예측에 동반하는 긴장감이 덕목이다. 이 긴장감에 무엇인가 자신의 것이 추가된다면 재미는 한껏 배가될 것이다. 바둑이 역사를 흘러오면서 내기와 결합되어 있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한양으로 바둑원정을 갔던 김이 돌아온다. 3박 4일 정도의 여정이다.
 


4월20일. 비 조금 그리고 맑음.(雨弱晩晴)

아들 '면'의 생일이다. 담배 한냥어치를 구하고 '서상기'가 재미있다고 하기에 한권 샀다. 김이 와 늦은 밤까지 바둑을 두었다. 70냥을 잃었다. 이겼다 졌다를 반복했는데 몇 판을 크게 져 그리 되었다. 술값 밥값은 김이 내고 갔다.

4월21일. 맑음.

점심 후 김을 찾아갔다. 어디로 마실을 갔는지 없었다. 그릇과 무쇠솥을 들여 놓았다. 장사가 잘 되었다. 70냥 남짓 이문을 보았다. 처가 아파 윤약국에서 약을 처방해 와 먹였다. 약값이 5냥이다.

4월22일. 흐림 비 조금.(陰雨弱)

땔감을 10냥어치 사고 고기 5냥을 샀다. 종일 한가하기에 시를 한수 지었다. 무제(無題)라고 했다.

버드나무 숲으로 바람이 부니

봄기운 가지마다 푸르도다.

혼자 앉아 시 한수 지으려다

아름다운 버들잎만 뜯고 있구나.

(風轉楊柳林. 春氣綠千枝. 獨坐詩一作. 美葉可摧時)

 

지남규는 지독한 골초다. 담배는 바둑과 잘 맞는 궁합이기는 하다. 그것을 기록으로 말한 사람이 있다. 이옥(李玉 1591-1822 )이다. 이옥은 담배 피우기 좋은 시간을 말하며 책 읽을 때와 바둑 둘 때, 그리고 화장실과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宜看書.宜圍碁.宜厠上.宜枕上)를 추천한 바 있다.

지남규는 학자나 선비 부류는 아니다. 경서(經書)를 보며 고민한 흔적은 없다. 그러나 서상기 등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구입해서 읽는 독서인이기는 하다. 서상기는 중국에서 유행한 연예소설로 조선후기 베스트셀러다. 서상기를 응용하여 동상기니 뭐니 하는 아류작도 나왔을 정도다.

김이 집으로 찾아와 대국이 벌어졌고 밤을 새워 그들의 승부는 시작된다. 엎치락뒤치락하다 지남규가 70냥을 잃고 끝난다. 지남규는 열(?)을 받는다. 다음날 곧바로 김의 집을 찾아갈 정도로 잃은 돈에 집착한다. 돈보다는 승부에 대한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그날 장사는 잘되어 70냥 남짓 이익을 남겼다고 한다. 장사가 잘 된 날의 하루 수입을 김에게 상납한 셈이다.

필자는 지남규의 기록에 등장하는 물가의 변동 중 쌀값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다. 1885년에 쓰여진 '알랜일기' 제중원 운영규칙에 특실 입원료가 1000전(10냥), 하급실 300전(3냥)으로 되어 있는데 알랜은 당시 쌀 한말 값을 80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점을 잘 고려해서 읽어야겠다.

지남규는 김을 찾아다니다 포기하고 시를 한수 짓는다. 상인으로 사농공상의 신분제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삶을 살면서도 시를 짓고 바둑을 두고 활을 쏘며 양반층의 그것에 못지 않은 그의 생활 면모는 장사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 경제력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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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pan |  2010-03-20 오전 12:24: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경제력이라..
예나 지금이나 경제는 영향력이 막강하죠..
그러나..?!  
靈山靈 담배는 몸에 왜 해로운가요?
테크노홍 |  2010-03-20 오전 10:52: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읍니다 지남규의 시가운데 버드나무의 잎이 아름답다 표현한것은 지남규의 마음인가요? 강령하십시요.
 
靈山靈 |  2010-03-20 오전 11:09: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담배는 경험으로 볼때 식후불연초 ^^;;  
亂花散手 |  2010-03-20 오후 3:48: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요새 어린 프로들이야 전혀 도박 안하지만.. 80년대 중반 후반만 해도 왜 그리 바둑 프로들이 두라는바둑은 안두고 '바둑이'를 많이 하던지.... 누구라는는 말 못하는데...남영동 기원에서 핸디 기다리다가 시간이 남아 한수 지도 받는데... 전국구급 강1급한테 4점에 버티는데,그 양반한테 6점 놓고 깨지고 나니 바둑둘 맛도 안나더이다  
도살자 |  2010-03-21 오전 8:11: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읽었수다.계속수고허슈.  
도살자 삭낭자전도부탁헙시다. 하하. 쌩유.
알프스소년 |  2010-03-22 오후 5:36: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  
cont9 |  2010-03-22 오후 7:10:5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참 재밌네요...시적운치까정 있고 옛날 선조들의 낭만적 생활상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요즘은 젊은 세대들이 바둑보단 스타크레프트 등 게임에 더 매력을 느끼네요..바둑이 인기가 급격히 쇄퇘해가는 걸 느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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