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보는 시의 공자요. 백가의 으뜸이다. 두보의 시에는 고사의 흔적이 없는 듯하나 자세히 보면 한결같이 출전이 있다. 하여 두보를 시성이라 하는 것이다. 

(詩律當以杜工部爲孔子蓋其詩之所以冠冕百家者以得三百篇遺意也. 杜詩用事跡看來如自作 細察皆有本所以爲聖)

'안등' '임유' 등이 두보의 시에서 채록하여 자신들의 저술 속에 소개한 작품이 바로 강촌(江村)이다. 칠팔십년대 우리의 교과서에 실려 더욱 유명해진 시다.

청나라 화가 '전혜안'의 작품, 강촌



맑은강 동리를 감싸 흐르고

긴여름 강마을 한가롭구나

처마밑의 제비는 스스로 가고 오고

물가의 갈매기 서로 가깝고 친하다.

늙은 아내 종이 위에 바둑판을 그리고

어린자식 바늘 구부려 낚시바늘 만든다.

잦은 병에 필요한 것은 약이겠지만

가난한 이 몸 더이상 무엇을 바라랴.

(淸江一曲抱村流 /長夏江村事事幽 /自去自來堂上燕/相親相近水中鷗
老妻畵紙爲碁局/稚子敲針作釣鉤 /多病所須唯藥物/徵軀此外更何求 )

760년 두보가 나이 49세 때 '성도'의 한 시골에서 살던 시절 쓴 시로 한촌필부의 은둔(隱遁)이 살아 있다. 늙은 아내 종이 위에 바둑판을 그리고 어린자식은 바늘을 구부려 낚시바늘을 만드는 장면이 은근하고 따뜻하다. 행복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고 고단한 시간이 더 많은 듯한 것이 사람의 인생이다. 두보의 삶도 그랬다. 풍운의 시대를 글쓰는 재주 하나로 버텨낸 삶이 오죽하랴. 그러나 두보는 그 고단한 삶 속에서 이렇듯 행복의 한 순간을 포착해내고 즐긴다.

좋은 시간은 더디 와 빨리 간다고 했다. 현명한 사람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했다(辰乎辰 曷來之遲去之速也 君子不競諸). 두보의 '강촌'은 '양웅'의 이 말에 딱 부합한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그것에 감사하는 삶이 바로 이런 경우겠다. 

지남규는 한강가의 한 읍에서 장사치로 살면서  나름 인생을 즐기면서 산다. 어떻게 보면 은둔자가 따로 없다. 필자는 그가 행복했던 사람으로 보인다. 꼭 높은 곳에 올라야 먼곳을 보랴. 낮은 곳에는 높은 곳에서는 결코 조망못하는 것들이 있다. 외벽진 강마을이 있다. 어린아들과 낚시대를 들고 강으로 가 고기 몇 마리 잡아오면 종이 위에 바둑판을 그리던 처가 고기를 받아 매운탕을 끓여 밥을 내오고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두보는 이 삶이 행복하다 했고 지남규는 그 말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리고 필자 스스로 묻는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