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세(勢)란 말이 있다. 고대 바둑의 유력자들의 말이다. '유중보' 범서병' 등 중국인들만이 아니라 '정원용' '최한기' 같은 조선의 사류들도 한입을 모아 말한다. 바둑의 속성은 세란 것이다. 세라는 말은 기세(氣勢)를 말하는 것이겠다. 바둑이 '조화'다 말한 '오청원'의 생각과는 다르지만, 옛날 사람들은 바둑은 세(勢)고 음악은 화(和)다'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갖고 있었던 듯하다.

8월24일. 맑음.
30냥 이문을 보았다. 술 담배 땔감으로 8냥을 썼다. 사람은 늙기 쉽고 백년도 잠깐이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지나간 일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이 그렇듯 사람 또한 늙으면 죽는다. 이미 벌어진 일 재론하면 뭐하랴. 바둑이라면 다시 한판 더 할 수 있겠으나 삶은 그렇지 않다. 상가를 다녀와 쉬었다. 고인은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았던 성품의 사람이었다. (晴 三十兩利益  酒草柴 八兩  人生易老 百年似一旬 逝而不可反者 歲也 去而不可再者 事也 歲不可反而然 老將死至也  行事 不可再而 難也 圍碁之 再生可能而 生不可也 喪家問安後休息 古人 局於勢而不隨不仰 性然也)

8월25일. 맑음.
20냥 이익을 보았다. 늦게 주막에서  술을 마셨다.

이날은 계유월 무진일(癸酉月 戊辰日)로 날씨는 맑았다. 지남규는 초상 소식을 듣는다. 지남규는 고인을 기리며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 인생이 공허하다는 것,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세상의 일도 그렇다며 심각한 감회에 젖는다. 인생이 바둑이라면 다시 한판(?)을 두듯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생이 바둑일 수는 없으니 안탑깝다는 뭐 그런 복잡한 감정이다.

지남규는 고인을 세상일에 부화뇌동하지 않은 좋은 성품의 소유자였다 기록한다. 국어세(局於勢)라 했다. 바둑판의 일, 바둑판의 역사를 세상의 여론으로 본 모습이 흥미롭다. 논지에서 벗어난 말이지만 얼마전 신문 칼럼에서 수담(手談)이 일본의 바둑용어라 쓴 것을 보았다.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나 수담은 중국은 말할 것 없고 우리나라의 고려시대 기록에도 보이는 말이다. 이숭인(李崇仁, 1347-1392)의 문집에 '작은 창 앞에서 바둑 한판 둔다네(手談相對小窓閑)'라 하고 있을 정도다. 누군가 한번 잘못 써놓은 기록이 이런 오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 개편한 한국기원의 홈페이지에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 채극문의 '기보'와 최남선 '기보'가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기보'며 '바둑책'이란 기록이 시정되지 않는 것을 보면 딱하다. 오류가 있을 때 고치지 않는 것은 성의 부족이 아니라 나태(?)다. 책임 있는 조직의 공공게시판의 기록을 보고 오류를 반복할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