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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십면매복(十面埋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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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십면매복(十面埋伏)
2010-03-26 조회 10176    프린트스크랩

 

지남규는 기보를 들고 앉았다 섯다 했다고 했다. 을동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며 실전 대국과 문제풀이라는 지도방식도 보여준다. 지남규가 말한 '기보'와 '십면매복'을 단서로 우리는 잃어버렸던 구한말 이전의 바둑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문헌에서 '기보'의 기록은 허다하다. 조희룡(趙熙龍,1789-1886)은 당시대에 '대소철망' '권렴번' 등 수많은 기보들이 유행한다 했고, 유본학(柳本學, 1770-?)은 바둑두지 못하는 사람은 행세하기 힘들다 했다. '혁기론'을 써 바둑을 공박했던 이덕무(李德懋, 1741-1793)도  친구에게 편지를 쓰며 '기보' 한권을 선물하는 이유를 남기기도 한다.

 

- 내가 보던 기보를 그대에게 줍니다. 1년 360일로 바둑판을 삼고 재업과 연기(年紀)로 상대를 삼아 살아간다면 재업도 힘을 얻고 만사(萬事)도 돌보아져 능히 삶의 바둑에서도 이기는 사람이 될 겁니다.

 

이덕무는 19로 바둑을 삶에 비교하며 곤궁한 생활에 고통스러워 하는 친구에게 충고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도 기보를 말한다. '죽난시사(竹欄詩社)'란 모임을 함께하던 '한혜보'에게 시(詩)  한편을 보내며 이렇게 말한다.

 

- 장마가 열흘 동안 계속되니 그대는(君)는 건(巾)도 쓰지 않고 맨버선 맨발로 의자에 앉아 '기보'를 보며 펼쳤다 접었다 하며 늙는 것도 잊겠구료.

 

조희룡, 이덕무, 정약용이 말한 기보는 지남규가 말한 기보와 시간적으로 50년 정도의 간극을 보이는 것이다. 지남규의 기록 외 위의 기록들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이미 만인들이 알고 접하는 공개된 자료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자료들을 보고도 바둑이라는 좁혀진 공간 안에서는, 기록도 기보 한점 없다며 그저 자료타령만 했었다.

사실 국내에도 많은 옛 '기보'가 남아 있다. 1629년 중국에서 발간된 선기무고(仙機武庫)는 충청도 논산의 '윤증'가문에 전해온다. 또 한권은 고서 경매에 나온적도 있을 정도다. 선기무고외에도 여러종의 중국 출간기보가 있다. 조선시대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바둑의 '기보'도 수입되어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은 중국에서 기보를 수입해오는 한편 자체적으로 기보를 작성하고 필사 또는 출간을 하며 기력연마에 힘을 썼다. 조선시대 중국이나 일본과는 담을 쌓고 그들과 전혀 다른 바둑을 두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말자.  선기무고는 일본 해석판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책이다. 이 대목에서 지남규가 말하는 십면매복이 주목된다.

필자는 수년전에 장서각에 보관되어 있는 '기보' 5종을 발견하고 공개한 바 있다(월간바둑, 바둑백서, 중앙일보 등에 소개). 기보는 '혁가십결' '기보작성법' '바둑용어 32가지 해석', 그리고 수십 점의 실전대국보와 '현현기경' 한권이었다. 이 기보들은 18세기말에서 19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 장서각본. 기보 작성법을 반상설명으로 부터 말하고 있다.)

 

위의 자료는 기보작성법이다. 기보작성법은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위의 기보 속에 보이는 십일면매복(十一面埋伏)을 주목하자. 십면매복은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이 발간한 기보(1912년 조선광문회 발행)에 보이는 용어로 십일면매복과 비슷한 말이다. 이 두가지 용어는 '열국지'나 '삼국지' 등을 출처로 겹겹히 포위되었다는 의미의 역사적 고사(古事)다.

(2. 장서각본 현현기경 기보. 좌하 십일면매복을 말한다.)

 

십면매복은 바둑은 물론 장기에도 묘술풀이의 한 형식으로 이용된다. 장서각본 '기보'에 보이는 십일면매복과 최남선 발행본의 십면매복은 조금 다르다. 십면매복이 한가지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문제의 제목으로 쓰였던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위의 기보는 작성법을 이해하고 나면 쉽게 풀 수 있다. 기보 사방에 보이는 한자와 숫자는 바둑판과 착점할 자리를 말하는 약속이다. 요즘의 바둑알 자리에 숫자를 써넣는 대신 기보의 빈 공간을 이용했다 보면 될 것이다. 물론 바둑알이 놓인 자리에 숫자를 써놓은 기보도 있다. 기보를 작성하며 편리함을 따랐다 하겠다.

최남선은 기보를 발간하며 서문을 쓰고 있는데 현현기경이 후대로 내려오면서 서로 수정하고 고쳐 종내는 원본의 그것을 알 수 없는 지경이다 토로한다. 이 말은 한중일 삼국에 보급되어 있던 현현기경의 원내용을 의심하는 최남선의 학자로서의 고민이며 동시에 바둑사(史)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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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pan |  2010-03-26 오전 1:24: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기보라..흥미는 생깁니다..  
棧途 |  2010-03-26 오전 7:02:1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북방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네~ 세상과 인연 끊고 혼자서 서있네(혼자서 살아간다네)
한번 돌아보면 성이 기울고, 또 한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우네
어찌 성이 기울고 나라가 기우는것을 모르겠는가
다만 아름다운 여인은 다시 얻기 어렵다네
 
棧途 영화 연인에 나온 십면매복이란 노래가 생각 나네요. 중국말 억양 별로라도 노래는 절절합니다.
부다페스트 |  2010-03-26 오후 12:43: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gma..흠..  
yeonmun |  2010-03-29 오후 1:31: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안녕하세요. www.woorinews.co.kr에 그 아이가 다시 바다로 갈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아이의 바다라고 나와 있어요.) 한 번 와서 봐 주세요. 바둑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네요. 저도 지금 하나 구상하고 있는데요. 바둑을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바둑 이야기라고 하면 저도 모르게 흥분이 되다가도 좋은 향기가 나는 거처럼 다시 머리가 맑아져요. 저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둑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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