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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로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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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로에서 길을 잃다]
2010-03-13 조회 10754    프린트스크랩

 

이청 씨는 소설가다. 소설로 등단한 작가다. 그러함에도 어느 순간 그의 관심은 온통 바둑사에 쏠려 있다. 시쳇말로 돈도 되지 않는 일에 골수를 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돈을 생각했다면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 좋아서...그저 바둑이 좋아서 '피끌림'마냥, 운명처럼 발품 팔며 고서를 뒤지고 여러날 밤을 하얗게 태우며 번역하고 퍼즐 맞추듯 시대를 추적하고 있다. 

그래서 종종 나는 그를 말할 때 "하늘이 바둑계에 보내준 귀인"이라고 한다. 잃어버린 우리의 바둑사, 화석조차도 구경할 수 없었던 우리의 옛 바둑문화를 순전히 한 사람의 노력 덕분으로 다시 보는 행운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연초면 바둑대상이라는 잔치를 성대히 여는데, 줄줄이 주는 공로상에 이런 사람 이름 하나쯤 끼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유폐되었던 우리 바둑시대, 바둑사를 이만큼 복원한 사람이라면 그 신명장단에 멍석 정도는 깔아줄 때도 된 것이다. 세계 일등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바둑계라면 말이다.

한동안 잠적했던 이청 씨가 언제나 그러하듯 불쑥 도깨비처럼 연락해 왔다. 새로운 자료를 발굴했다며 얼른 코너 하나 만들어달라 이르는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그가 또다시 선보이는 [조선의 노래 바둑의 노래]는 조선시대 바둑을 좋아했던 한 사람의 일기-<갑오음청록(甲午陰晴錄)>을 번역한 글이다.

한학에 해박하지 않으면 번역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단순 번역이 아니라 이를 현대인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맛깔스럽게 풀어써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소설가의 필치와 바둑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엄두도 못낼 작업이다. 

코너를 칼럼난에 배치하긴 하였지만, 칼럼이라 해야할지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굳이 성격을 규정한다면 '논픽션칼럼'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칼럼으로 받아들여도 좋고 소설로 읽어도 좋다. 무엇이건, 이러한 글쓰기 또한 우리 바둑계에 처음 선보이는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처음 접하는 바둑사료라는 것이다. 일주일에 2~3회, 당분간 나는 조선시대 한 바둑마니아가 부른 '바둑의 노래'를 듣는 재미에 빠질 터이다.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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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우는 짐승

 

밥들고 찾아갔다가 돌아와서는

슬프디 슬프게 혼자 운다네.

(獨婦餉糧還哀哀舍南哭)

고대에  한 여자가 있었다. 광산 부역에 끌고가 진종일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식은 밥 한덩이 주지 않던 관아의 처사는 국가의 횡포다. 부역자들은 옥을 캐는 광산에서 진종일 일하고 지붕도 없는 더불 속에서 잠을 잔 모양이다. 부역자들을 면회하고 온 가족은 절망한다. 주먹밥 한덩이를 만들어 면회를 다녀온 여자의 슬피우는 소리가 천지를 울렸던 모양이다.

위응물(韋應物)이 목도한 이 시(詩)는 천지를 미친 듯 주유하며 돌아갈 귀로마저 잊었다던 대복고(戴復古)의 차디찬 냉기와, 면도칼로 자신의 목을 그어 자결했던 이탁오(李倬悟)의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기상 속을 맴돈다. 독한 언어만이 메시지가 되지는 않는다.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너도 나도 따라 짖어댔다. 누군가가 왜 짖냐고 물어오면 그냥 중의 주문마냥 웃었다.-이탁오.

 

인간은 누구나 세계 속에 놓여진 자신과 자신 속에서 분열하는 정신세계의 굴절과 대면한다. 세계는 마주치는 자기자신의 자아로 파악되기 마련이다. 개인의 파악은 이미 굴절을 담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의 색안경 말이다. 이탁오가 말한 오십 이전의 개였다는 의미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맹목으로 무장했던 자신의 반성문으로 읽힌다.

위응물, 대복고, 이탁오 등은 모두 왜(?)를 묻던 사람들이다. 그림자를 보고 맹목을 외치지 않겠다던 사람들인 것이다. 그만큼 맹목을 벗어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필자도 그 맹목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바둑사가 궁금 하다는 가장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한 행보가 이제는 너무 멀리(?) 왔다. 산책이 일이 되었다는 것 그것도 부담이다.
 

갑오음청록(甲午陰晴錄)의 발굴

'음청록'은 일기라는 뜻이다. 이 일기는 지남규(池南奎)가 1894년 갑오년에 쓴 일기로 동년 4월13일부터 다음해 2얼1일까지 대략 10개월 분량으로 앞뒤가 망실된 상태로 필자의 눈에 띄었다. 소장자의 허락을 받아 복사를 하고 해제를 하는 과정에 일기의 주인공이 바둑마니아였음을 알고 일기 전체를 번역했다.

지남규는 한강 동쪽에 살던 상인으로 잡품(雜品)을 취급하며 생업을 유지하는 한편 취미로 삼은 바둑이 부업(?)일 정도로 빠져 있던 사람이다. 10개월여의 일기 곳곳에 바둑에 대한 기록이 있어 바둑마니아를 자처하는 필자를 감동시켰다.

일기는 초서로 되어 있고 지명, 호, 전거 등이 난분분하여 내용파악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수십년 한문에 빠져 살았았으면서도 한문은 언제나 함들다. 중언부언 원고 4백자 분량의 일기를 번역하면서 필자는 많은 공부를 했다. 특히 1894을 앞뒤로 수십년간을 살았던 지남규의 증언으로 그 시대의 정보에 도움을 얻었고 근대와 현대 사이에 장막으로 가려진 바둑사를 엿본 것은 큰 수확이었다.

필자는 지남규의 일기를 공개하면서 필자가 찾아낸 수십 점의 조선의 바둑기보를 함께 소개하면서 미욱한 칼럼난을 채워갈까 한다. -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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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RI |  2010-03-14 오전 7:32: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의 노래..19로에서 길을 읽다..

이청작가님..넘 반갑습니다..


긴호흡으로 따라가겠습니다.

이청작가님 화이팅~  
AKARI |  2010-03-14 오전 7:38: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학에 해박하지 않으면 번역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단순 번역이 아니라 이를 현대인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맛깔스럽게 풀어써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소설가의
필치와 바둑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엄두도 못낼 작업이다.

진짜 동감입니다...
또한 그 시대를 관통하는 해박한 지식이 없다면..감히
엄두도 못낼일이기에....  
바둑동호회 |  2010-03-14 오후 12:00: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반갑습니다.
바둑을 사랑하는 마음..
진정한 마니아의 깊이 있는 정성과 손길이 경외스럽습니다.
건강도 챙기세요~~

 
youngpan |  2010-03-14 오후 1:38: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귀한 자료군요..
청한 바람..을 몰고올..
기대합니다..  
hn조자룡 |  2010-03-14 오후 2:42: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돈을 생각했다면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그저 바둑이 좋아서 '피끌림'마냥, 운명처럼 발품 팔며 고서를 뒤지고 여러날 밤을 하얗게 태우며 번역하고 .....그를 말할 때 "하늘이 바둑계에 보내준 귀인"이라고 한다.

한국바둑사를 챙기는 아주 보배입니다.  
알프스소년 |  2010-03-14 오후 7:25: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가까운 역사적 사료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는 우리 바둑계에 님이 계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바둑 좋아하는 사람의 일기가 어떤 내용일지, 상인으로서 바둑인으로서 당시의 시대상을 어떻게 보았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 기대합니다.  
법공 |  2010-03-14 오후 7:58:12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귀한자료 감사한 맘으로 기대합니다.  
紫雲 |  2010-03-15 오후 2:19: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렵고 힘들고 또한 귀하고 소중한 일을 하시는 군요. 염치 없지만 기대 하겠습니다.  
장한나 |  2010-03-18 오후 1:55: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중국 대학교수로 9년째 살고 있는 사람으로써 이청작가님의 한문실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바둑을 아주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작가님의 노력과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건필하십시요~!  
팔공선달 |  2010-03-26 오후 12:23: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문하면 달아나는 선달이도 이청선생과의 몇날밤을 잊지 못하고 있읍니다.
마눌이 이쁘면 처가집 석가래보고도 절한다고 했나요?
언제일지 몰라도 아마도 한문을 사랑하게 되고 말년엔 어쩌면 다시 천자문을 읽고 있을 겁니다. 천천히 따라가 볼랍니다. 건필하시고 건강 하시길...굽벅 ^^=  
유마행열차 |  2010-04-03 오전 6:00: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  
rich21 |  2010-07-07 오전 11:3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참 귀한자료를 발굴하여 올리셨네요 잘 감상하겠습니다.  
굴신제천하 |  2012-07-24 오전 8:34: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참 오랜만이군요 국보급 자료 잘견감하엿습니다...  
동묘땅꼬마 |  2016-05-27 오후 7:59: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청작가님 오로 바둑사이트의 보배 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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