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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디오스! 만방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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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디오스! 만방기원
2003-05-20     프린트스크랩
얼마 전 세계적 바둑 귀신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각국을 대표하는 천하의 고수들은 바둑을 떠나 모처럼 자유롭게 담소했다. 창궐하는 SARS(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중국 기사들이 조금 경원당했지만, 오랜 세월 함께 부대껴 온 옛 정을 봐 마스크 쓴 채 조금 떨어져 말하는 조건으로 자리에 끼워주었다는 후문이다. 막 현역서 은퇴한 세기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이 그날의 화제였다.

(조훈현) "조던이란 녀석 이제 겨우 나이 40에 벌써 은퇴했다며? 사람이 그렇게 일찍 시들어서야 어디 대 선수라고 할 수 있겠나."
(가토) "맞아. 환갑이 4년밖에 안 남은 나도 아직 본인방을 갖고 있는데. 내가 그 나이 때는 판 위에 상대방 살아있는 돌이 씨가 말랐었어요, 씨가…."
(마샤오춘) "그 친구 우승 횟수가 6번이나 되더군요. 나도 96년 한 해 두 번 우승했을 때는 '에어(air) 샤오춘'이라고 불렸었는데. 히히."
(요다) "공중에 붕 떠서 덩크를 꽂아넣을 때마다 조던이 바둑을 배웠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그 힘 갖고 내려치면 판 위에 성한 돌이 남아있겠습니까. 저야 뭐, 아무리 힘을 줘도 깨지는 돌은 몇개 없걸랑요."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제법 화기애애했다. 마샤오춘은 간간이 마스크를 벗어제친 채 침을 튀기다가 혼이 나면서도 신나게 지껄여댔다. 사스(SARS)는 공기보다는 침을 통해 전염된다는 게 정설이다. 생애 통산 3만 2천점, 게임 당 평균 30점을 상회한 '농구 귀신' 조던은 '바둑 귀신'들에게도 경이적인 존재였던 모양이다. 그 화기롭던 분위기가 돌연 깨진 것은 난데없는 종씨(宗氏) 논쟁이었다.

(마샤오춘) "그러고 보면 우리 마씨 가문은 참 못하는 게 없어. 농구에 마이클 조던이 있는가하면 축구엔 마라도나가 있어요. 수영엔 마크 스피츠, 테니스 쪽으론 마가레트 코트가 매년 우리 마씨 종친회에 나타나거든요."
(조훈현) "뭐야? 이 친구 큰일 날 소리 하는구만. 조던이 조씨지 어떻게 마씨야? 우리 조씨 문중은 농구 뿐 아니라 복싱도 꽉 잡고 있어요. 왕년의 주먹 조 루이스, 조 프레이저, 조지 포먼이 모두 나한테 6촌 형님 뻘이 되니까. 11대조 할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그 나라 초대 대통령을 지냈지. 뭘 좀 알고 떠들게."
(마샤오춘) "형님, 시방 복싱이라고 했소? 흐흐. 얘기 잘 못 꺼내셨수. 마이크 타이슨, 마빈 해글러, 마이클 스핑크스가 모두 마씨 문중에서 배출된 돌 주먹들 아니오. 할아버지 제사 때 와서 절 할때 봤는데 주먹이 내 머리통만 합디다. 허어, 참."

이 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젊은 기사들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이창호) "선생님, 우리 종씨도 좀 있어라우. 이브 몽탕이라고 들어보셨어라? 리차드 기어, 리즈 테일러, 리 마빈 등 우리 집안은 주로 연예 문화 쪽에 강하지라우."
(이세돌) "창호 성님 말이 맞는당게요. 지도 세계를 호령하는 이씨 몇 명 생각해 냈어라. 프랑스 출신의 이다도시도 있고, 필리핀에 가면 세계적 구두 수집가인 이멜다 여사도 우리 종씨란게. 히히."
(고바야시) "자네들 그림에 대해선 좀 아나? 고호 고갱 등 세계적 거장들이 모두 우리 집안이라구. 한 때 고씨 종친회 러시아 지부를 맡아 운영했던 고르바초프 아저씨도 잘 계시다네.”

종씨 논쟁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단연 마샤오춘이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마돈나, 마이클 잭슨, 마리아 칼라스, 마리린 몬로, 마론 브란도, 마틴 루터 킹에다 심지어 마피아, 마징가 제트까지 갖다붙이자 모두가 입을 봉해버린 것이다. 침묵을 지키던 조훈현이 마샤오춘을 잠시 째려보더니, 진짜 마피아처럼 목소리 깔고 이렇게 내뱉았다. "짜식이 정말…. 그럼 조던 성씨(姓氏) 걸고 한 판 붙자!" 마샤오춘은 꼼짝 못하고 끌려갔다. 그리곤 그날 이후, 마샤오춘은 조던 이야기만 나오면 잠시 풀었던 마스크를 다시 땡겨 걸치며 입을 다물곤 했다. 그날 두 사람이 겨룬 한 판 승부는, 바둑도 오목도 아닌 알까기였다고 한다.

변덕수의 재담이 끝났다. 평소 같았으면 모두 박장대소하며 낄낄거렸을 텐데 오늘은 꽤 썰렁하다. 구경만 선생만이 "원, 싱거운 사람 같으니"하면서 빙긋 한 차례 웃은 정도였다. 창 밖을 바라보던 오만방 원장은 갑자기 안경을 벗어 닦았고, 김대박은 애꿎은 담배만 뻑뻑 빨고있다. 제갈길과 성희룡의 시선은 TV를 향했지만 딴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오나랑과 서봉숙은 목소리를 낮춰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강수만은 푹 숙인 고개가 아예 땅 바닥에 닿을 듯 했다.

오만방 원장의 어제 밤 폭탄 선언이 주범이다. 만방기원 간판을 내리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유 따위를 설명하지 않았고, 사람들 역시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따져 묻지 않았다. 보면 모르는가. 전기다, 수도요금이다 해서 각종 공과금에다 집세까지 갈 수록 인상되고 있었다. 지출은 늘어가는데 손님은 거꾸로 줄어드는 게 그들 눈에도 뻔히 보였다. 고정 멤버를 제외하면 뜨내기 손님 한 둘에 그치는 날도 많았다.

오만방 씨는 그 책임을 오로지 통신 바둑에 돌려왔다. 불과 10년 전 무렵만 해도 만방기원은 주말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붐볐었다. 컴퓨터라는 괴물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그 많던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확신이었다.
“그 눔의 사이비 기원 땀시….”
성희룡이 참지 못하고 되물었더랬다.
“장인 어른, 사이버기원 말씀하시는 거죠?”
“그 인터넷인가 뭔가 이용해서 하는 통신 대국 말이야. 그 천하의 사이비 기원들이 웬수라니까.”
“그건 사이버(cyber)입니다만….”
“아, 이 사람아. 기원도 아닌데 기원 흉내를 내면서 진짜 기원들을 몰아내고 있으니 그게 바로 사이비(似而非) 아닌가.”
만방 씨는 그 때마다 눈치없는 사위 성희룡을 향해 불같이 역정을 내곤 했었다.

오만방 씨는 기원을 정리하는 대로 선산(先山)이 있는 충청남도 어느 농촌 마을로 낙향할 계획이다. 그 일대 땅값은 불과 몇 달 새 2배 가까이 올랐다. 수도(首都) 이전 계획과 맞물려 불어닥친 때 아닌 투기 바람 덕분이다. 하지만 만방 씨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평생 천직으로 알고 몸 바쳐 일궈온 기원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문을 닫아야만 한다는 아쉬움, 그리고 그 곳에서 함께 정붙이며 지내 온 멤버들과 헤어지게 됐다는 서운함 때문이었다. 만방기원 출입객들의 심정도 똑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무슨 징조였는지, 최근 한달 여 간 ‘만방 패밀리’들 사이엔 꽤 굵직한 사건들이 잇달았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나쁜 일도 많았다. 조물주는 인간들의 삶에 경사와 흉사가 반복되도록 미리 치밀한 극본을 장치해놓는 모양이다. 허기진 집안의 우환과 성희룡의 실직 등이 대표적인 ‘나쁜 뉴스’였다. 허기진의 아내 노상자가 병상에서 신음한지 한 달이 가까워 온다. 타고난 건강 체질인 그녀가 용변 시 통증이 느껴진다고 했을 때만 해도 허기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노상자) “여보, 종합 진단으로 몸 안 모든 장기(臟器)들의 상태를 샅샅이 알 수 있어요?”
(허기진) “물론이지. 몸 전체 방방곡곡 안나오는 데가 없어.”
(노상자) “당신 보기엔 내 몸에서 가장 기능이 떨어지는 데가 어디 같아요?”
(허기진) “그야 물론 뇌(腦)겠지. 우하하.”
그런 농담과 함께 종합진단을 받게 했더랬는데, 결과는 방광암(膀胱癌)이었다. 바로 허기진의 전공 분야다.

방사선 및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결과 병세가 제법 진척된 상태였다. 아직 다른 장기로의 전이(轉移) 증상은 없는 게 천행이었다. 소위 표재성(表在性) 방광암이어서 내시경을 통해 암 덩어리를 제거해야 한다.
허기진은 가슴이 찌르르해 왔다. 배운 건 부족하지만 순수하고 정직한 여자, 남편과 딸을 위해 평생 헌신해 온 아내를 자신은 평생 멸시하고 놀려대기만 해왔다. 바람피우다 들킨 뒤, 한 때 이혼까지 제안했던 아내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그녀와는 유명(幽明)을 달리하는 것으로 갈라설 뻔했다. 허기진은 다음 주 아내의 수술을 직접 집도하기로 하고 모든 일정을 조정했다.

성희룡도 마침내 ‘주 7일 휴무제’에 동참하는 신세가 됐다. 다니던 벤처 회사가 보름 전 문을 닫은 탓이다. 거듭되는 자금난과 실적 부진, 거래선 이탈 등이 겹치면서 마침내 도산한 것이다. 한 때 테헤란 밸리에 여봐란 듯 번듯하게 자리했던 그 회사 건물엔 즉시 일본계 대금(貸金)회사 간판이 새로 내 걸렸다.
풀먹여 다려입은 와이셔츠 깃을 빳빳이 세운 채 근무하던 총각 시절의 엘리트 의식도 함께 스러졌다. 지금은 장인이 된 오만방 원장의 농담대로 ‘벤처’아닌 ‘변쳐’가 돼 버린 셈이었다. 희룡은 대신 집 안에서는 더욱 바빠졌다. 아내 오나랑의 유일한 ‘보직’이었던 다림질까지 떠맡으며 가정의 대들보로 떠오른 것이었다.

김대박은 경마장에서 시비가 붙는 바람에 폭행 사건으로 몇 주간이나 곤욕을 치렀다. 교장 선생과 마음이 맞지않아 고심했던 중학교 체육교사 제갈길은 수도권 인근 학교로 전근가는 걸로 마무리됐다. 노상술? 그는 아예 술 독에 빠진 채 나올 생각을 않는다. ‘벼락부자’와 ‘은하수류’ 두 미모의 여성들 때문이다. 둘 모두 이미 등기된 임자가 있었다. 두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놈씨들과 이미 약혼식 날짜까지 받아놓은 단계였으니, 노상술의 상심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나 좋은 일도 잇달았다. 우선 변덕수가 7개월 뒤면 아빠가 된다. 그의 아내 서봉숙은 장하게도 결혼한지 두 달이 채 못돼 임신 3개월 진단을 받는 ‘초과 달성’을 이룩해 냈다.
감격한 변덕수는 자신이 ‘최고 경영자’에 오르는 것으로 아내의 노고에 보답했다. 일꺼리를 찾다가, 까짓 것 아예 기업체를 설립한 뒤 CEO로 취임한 것이다. 집 근처 초등학교 입구에 위치한 다섯 평 남짓한 떡볶이 가게다. 규모가 무슨 상관이랴. 3년 여의 기업자(棄業者) 생활을 끝낸 보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유일한 종업원이자 부사장인 서봉숙은 변덕수 사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소매를 걷어부친 채 장사 재미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그 밖에도 뉴스는 꼬리를 물었다. 구경만 선생은 모 출판사로부터 저술을 제의받고 원고 집필에 돌입했다. 그가 인도 철학의 숨은 석학이었음을 아무도 몰랐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만방 어린이 교실의 강수만 사범은 우리나라 굴지의 바둑교실인 하정회 도장 사범으로 초빙됐다. 성실 과묵한 강사범은 그 동안 여기저기서 끈덕진 러브 콜을 받아왔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만방기원에는 진짜 깜짝 놀랄 만 한 경사(慶事)가 마지막 이벤트로 준비돼 있었다. 그리고 그 화룡점정(畵龍點睛)을 맡아 해 낸 주인공은 기원 안에서 가장 나이어린 이쇠돌 군이었다. 철부지 때 남해안 어느 섬을 떠나 상경한 뒤 어린이 교실 사환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 해왔던 이쇠돌. 그 17세 소년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격 시험이라는 프로 입단대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 깜짝 쇼의 과정이 또한 운명적이었다. 본인을 포함한 만방기원의 그 누구도 쇠돌이의 프로 입단을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쇠돌이가 송회장 댁 손녀 딸(그녀의 이름은 은별이었다)을 가르치러 나바론 요새같은 대저택을 드나든지 두 달이 막 넘은 어느날이었다. 송회장이 어느날 쇠돌이를 불러 앉혔다. 그리곤 아랫 사람을 시켜 일반인 입단 대회 출전 신청서를 접수시켰노라고 선언했다. 그 집에 드나들기 시작한 두 달 사이 송회장은 프로나 아마 최강자들을 연짱 초청해 댔고, 쇠돌이는 그들과 숱한 대결을 펼쳐야 했더랬다. 입단 대회는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예선은 가볍게 통과했지만, 본선 무대는 제 아무리 쇠돌이라한 들 간단한 전장이 아니었다. 모두들 각 도장에서 위명을 떨치는 기라성 같은 강자들의 각축장이었다. 관측통들은 무명 소년 이쇠돌의 등장에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그를 입단 후보로 까지 꼽아주지는 않았다. 그만큼 경쟁자들은 널리 알려진 강호들이었다. 본선에선 총 12명이 풀 리그를 펼쳐 1, 2위 2명만이 입단 관문을 돌파하게 돼있다.

3연승의 호조로 출발했던 쇠돌이는 4국 째 1패를, 다시 9국째에 패점을 추가해 최종국을 앞두곤 8승 2패를 기록 중이었다. 마지막 상대는 연구생 입단 대회서 2회 연속 3위로 낙방한 뒤, 연령 초과로 퇴출돼 일반인 대회로 출전한 소문난 맹장이다. 이쇠돌의 백번. 거의 매일 대국장까지 나와 응원해주고 있는 대국실 밖의 송회장과 만방기원 어른들을 떠 올리며 쇠돌이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장면도]를 보면 실리는 그런대로 괜찮으나 중앙 백이 매우 엷다. 이 일대를 안정권으로 이끌어놓지 않으면 끝까지 시달릴 것이다. 어떻게 두어야 할까. 고심하던 쇠돌은 [1도] 1로 단수를 쳤다. 그리곤 5까지 2단 젖혀갔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상대는 [2도] 흑 1로 단수쳐왔다. 하지만 4에 이르자 고개를 푹 떨궜다. 비로소 눈치를 챈 것이다. 그는 [3도] 1, 3만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이 진행은 우변을 깼다지만 상하의 흑이 두터워 중앙의 백이 여전히 엷다. 6까지 중앙 요석이 떨어져선 흑은 힘을 쓸 수가 없어졌다. 순식간에 발생한 변화였다.




그 뒤에도 70여수를 악전고투하던 상대는 좌변서 마저 출혈이 커지자 마침내 돌을 거두었다. 9승 2패. 쇠돌이는 지난 기 시드에 남았던 한 살 아래의 소년과 동률을 이루며 함께 입단했다. 바둑 돌을 처음 만진 때부터 따지자면 10년이 조금 넘는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지만, 뿌듯한 성취감을 느낀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 쇠돌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콧날이 시큰해왔다.

대국장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무언가가 쇠돌이를 향해 돌진해왔다. 휠체어였다. 은별이는 민첩하게 방향을 틀더니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쇠돌의 가슴에 꽃다발을 안겼다. 만방기원 식구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잠시 후엔 허영심 양도 도착했다. 엄마 노상자 여사를 간호하다 달려온 모양이었다. 송회장은 쇠돌이에게 두툼한 격려금 봉투를 전달하더니 급한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한국기원 근처 삼겹살 집이 축승회 겸 만방기원 해체식 자리가 됐다. 모두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쇠돌이의 등을 대견한 듯 토닥이던 생불여사가 갑자기 손수건을 꺼내더니 팽하고 코를 풀었다. 여성의 눈물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오나랑과 서봉숙, 그리고 허영심의 눈 자위가 갑자기 벌개졌다. 남자들은 말 없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오만방 원장이 변덕수에게 잔을 건네며 말했다.
“그래, 마이클 조던은 마씨와 조씨 어느 쪽으로 낙착을 봤능가?”
어리둥절하던 변덕수가 머리를 긁적이자 오원장이 다시 말했다.
“우리 오씨 가문도 만만치 않다구. 우선 오청원 선생이 계시지않나? 게다가 오마 샤리프, 오드리 햅번, 오프라윈프리, 오헨리, 오노….”
“원장님 그만 하세요. 제가 첨 그 얘기 꺼냈을 때보다 더 썰렁해요.”
“허허, 왜 그러지? 난 참 재미있던데….”

그 때 은별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쇠돌 오빠가 보고싶은 분은 언제건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바둑도 배우고… 하지만 오빠, 이젠 프로니까 공짜로 가르쳐주면 안되는 거 알지?” 그 한 마디에 비로소 웃음이 터졌다. 만방기원이 문을 닫으면 쇠돌이는 아예 송회장의 철제 요새 안으로 들어가 살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사람 살아가는 게 흰 말이 달려 가는 것을 문 틈으로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라더니….” 구석에 자리한 성희룡이 낮게 탄식하자 변덕수가 받았다. “그래. 생겨나고 헤어지는 게 자연의 섭리지. 아우성들 쳐 봤자 모든 것이 부처님 손바닥 위라니깐.” “그래도 덕수 자네는 만방기원에서 나같은 훌륭한 형님을 얻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뭐, 형님이라고? 바둑 은사한테 버르장머리가 말이 아니군.”

옆에 자리한 구경만 선생이 빙긋이 미소를 머금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철학자는 잽싼 동작으로 삼겹살 한 점을 집어다 입에 털어넣더니, 지금 이 동작말고 더 시급한 용무는 아무 것도 없다는 듯 으적으적 맛나게 씹어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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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아 |  2003-07-22 오후 6:2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 재미있게 잘읽었어여..1편부터 하나도 안빼고 다 읽었는데 넘 잼나네여..이게 정녕 끝인가여..아시버  
뜨락7 |  2003-08-17 오전 1:3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랫만에 부담업이 웃엇읍니다 감사합니다  
등용문9 |  2003-11-15 오전 2:4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참 대단하신분이시네여 이런 글이 잇는지도 몰랏습니다 글 내용이 담백하니 좋앗습니다^^  
짜베 |  2003-11-28 오후 4:3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글은 박치문씨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참 넓군요.정말 재미있습니다.  
짜베 |  2003-11-28 오후 4:37:0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글은 박치문씨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참 넓군요.정말 재미있습니다.  
짜베 |  2003-11-28 오후 4:37:0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글은 박치문씨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참 넓군요.정말 재미있습니다.  
금문교 |  2003-12-11 오전 7: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만방기원의 모습이 눈에 서~언합니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참 재미있게 붙였구요.서로 부딪혀 가며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다양한 모습들.  
hl3qna |  2004-04-15 오후 5:2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지막 편이 코 끝을 찡하게 하네요.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계속 좋은 글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무리일까요?  
바둑정신 |  2004-05-31 오후 9: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 마지막 편인가요?기원이 문 다으면 안되는데, 누구누구가 산다고 설정해봐요  
바둑정신 |  2004-05-31 오후 9:1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시설비1천만원에 권리금 1천만원으로라도 넘기게 해봐요  
허무기객 |  2004-06-19 오후 5: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느분이 작가신지 참으로 잼있게 보았습니다. 혼자서 웃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josi |  2004-07-13 오전 11:4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쓰시느라 수고 많았소이다.자주자주 글을써 올려주소 꾸우뻑 ◐┓  
thxzerg |  2005-01-07 오전 3:0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았습니다. 후속편 기대하겠습니다.  
bfsa |  2005-04-10 오후 8:5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잘읽었습니다하지만좀이쇠돌이라는게읏  
한솔몽스 |  2007-05-17 오후 6:2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에고...1편읽고..오줌도 못싸고..20편까지...삼실에서 눈치봐가며 읽느라 무쟈게 힘들어써욤..ㅠㅠ...넘 넘 넘 재미땁...  
프리v |  2007-07-30 오후 10:1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쉬워요 ㅠ  
아르니람 |  2007-08-21 오후 1:55: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3번째 읽었는데두 눈에 선한 만방기원의 모습... 읽을때마다 정말 재미나게 봅니다.
다시한번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바께미아 |  2007-09-07 오후 10:3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초가집 굴뚝위로 연기가 오르고....추억은 스멀스멀 내 머리를 적시고...  
영기사 |  2007-09-09 오후 4:4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동안 잘보았습니다~ 재미있는글 감사드리고요...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돌부처쌘돌 |  2008-01-04 오후 2:53: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배님께 수줍은 마음으로 나도작가 신고식 올립니다.
많은 가르침 주십시오.
-박민식 배상-  
탕탕평평 |  2011-09-20 오후 5:40: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람의 능력이 정말 무궁무진하다는게 실감나는군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계속 뵐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선생의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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