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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신혼 변주곡(變奏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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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신혼 변주곡(變奏曲)
2003-03-15     프린트스크랩
왼쪽 볼때기가 다시 욱신거리기 시작하자 성희룡은 잔뜩 얼굴을 찡그렸다. 손거울 속에 드러난 자신의 몰골은 커다란 파스를 붙였음에도 주변에 퍼런 멍 자국이 선명하다. 광대뼈 모서리 찢긴 부분은 암만해도 흉터자국을 남길 것 같다. 그나마 장가를 든 뒤니 망정이지, 결혼도 하기 전 얼굴 한복판에 조폭(組暴)처럼 상처가 자리잡았더라면 어쩔 뻔했는가.

사건이 터진 것은 이틀 전 저녁 무렵이었다. 그날도 성희룡은 퇴근 후 술과 바둑의 유혹을 감연히 뿌리치고 집으로 직행했었다. 신혼살림을 차린지 두 달밖에 안된 성희룡이 귀가를 서둘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희죽희죽 웃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아내를 빨리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내가 무서워서 총알 처럼 귀가한다는 사실을. 성희룡이 퇴근길에 시장을 봐다 저녁을 지은 뒤 설거지와 빨래, 청소까지 해치우지 않으면 불벼락이 떨어지곤 했다. 오나랑 그녀는 정말로 무서운 여자였다.

여왕 폐하의 손짓에 따라 몸종 성희룡이 커피 포트에 물을 붓던 순간이었으니까 둘이 밥숫갈을 막 놓은 직후였다. 화장대 위에 놓아두었던 성희룡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여왕은 흔들의자에 앉아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던 중이었다. 젖은 손을 앞치마에 대충 훔친 성희룡은 냉큼 달려가 전화기를 열었다. 전혀 짐작이 안가는 발신 번호가 떠 있었다.

여자였다. 그녀는 대뜸 성희룡 씨 핸드폰이 맞느냐고 묻는다. 처음 듣는 목소리다.
“네, 제가 성희룡입니다.”
“어머, 오빠 나야. 나 안보고 싶었어? 호호호.”
“누구…신지요?”
“아이 오빠, 벌써 내 목소리를 잊어버렸단 말이야? 나 칼마시 클럽 진아에요. 오빠 참 밉다. 전화 번호 직접 적어주면서 꼭 전화하라고 신신당부해 놓고선.”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칼마시클럽인지 칼맞은클럽인지, 성희룡은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진아란 이름도 생전 처음 듣는다. 도대체가 퇴근 후 득달같이 퇴근하는 판에, 술집이란 곳 자체를 가본 기억이 까마득한 성희룡이다.
어느새 여왕폐하, 아니 오나랑 양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팔을 걷어부친 후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상대방 여자를 향해 악을 썼다. 처녀 시절엔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그녀에겐 장모 생불여사 못지 않게 앙칼지고 저돌적인 구석이 있었다. 성희룡은 마침내 진땀나는 단계를 지나 의식 마저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천재지변보다 더 한 끔찍한 변고였다.

바둑용품 제조업자들이 바둑돌 통을 쇠붙이 아닌 나무로 만들어 왔다는 건 얼마나 축복할 일인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날 성희룡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나랑은 손에 잡히는대로 바둑통 뚜껑을 집어 남편 성희룡의 귀싸대기를 냅다 후려갈겼다. 흉악범에게도 자기 변론의 기회는 준다던데 뭐 그런 절차도 없었다. 눈 앞에 별이 번쩍 하더니 격심한 통증이 한 쪽 뺨을 엄습해왔다. 성희룡은 정신이 아득해 오는 가운데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자신이 이 땅의 여남평등을 위해 한 목숨 제단에 바쳐도 좋다고 각오를 다졌다.

성희룡이 결혼 단 2개월만에 이렇게까지 된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첫째는 두 사람의 성격이다. 성희룡은 7형제 틈에서 엄격하게 자라 복종적 태도가 몸에 밴 반면, 무남독녀 외동딸인 나랑은 뭐든 제 마음대로 하며 성장했다. 게다가 어머니의 피를 받아서 천성이 앙칼진 데가 있었다. 또 하나는 결혼까지 이르게 된 과정이다. 성희룡이 오나랑에게 목을 매다시피 해서 결혼에 골인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충성과 복종을 서약할 당시엔 목적달성 외엔 보이는 게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몰릴 줄은 정녕 몰랐던 것이다.

그나 저나 무슨 변괴였을까. 성희룡은 이번 사건의 배경이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진아인가 쥐나인가 하는 아가씨는 도대체 일면식도 없는 여자다. 그런데도 내 휴대폰 번호와, 휴대폰 임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일치시킨 걸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튿날에 가서야 단서의 한 가닥이 잡혔다. 주말을 맞아 모처럼 만방기원에 들렀을 때, 사흘 뒤면 결혼식을 가질 변덕수가 빙글거리며 말을 붙여왔다.

“신혼 재미가 어지간한 모양이군. 그런데 자네 웬 얼굴이 그렇게 푸르딩딩한가?”
필생의 라이벌로 부대껴 온 둘은 얼마 전부터 서로 말을 놓는다. 친구가 되기로 한 것이다. 결혼 선배임을 늘상 강조하던 성희룡은 우물쭈물할 수 밖에 없었다.
“음. 집에서 가구를 옮기다가 좀 넘어졌어.”
“저런. 하필 왼쪽 볼때기로 옮겼나보이. 두 팔은 마누라 허리를 안고 있었나보지? 하긴 몸뚱아리에서 제일 한가한 데가 그 곳 밖에 없었겠군. 킥킥.”

옳다. 이 놈이다. 성희룡은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평소의 장난기로 보아 능히 그럴만 한 녀석이다. 희룡이 즉각 탐문 수사에 들어간 결과 모든 것이 밝혀졌다. 함이 들어가던 날 덕수의 친구들은 함값을 군자금삼아 칼마시 살롱에 쳐들어갔었던 모양이었다. 악동들은 신랑 옆에 가장 예쁘고 활발한 아가씨를 앉혔다. 거기까지야 뭐라고 하겠는가.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녀가 이름을 물었을 때 잠시 망설이던 덕수는 성희룡의 이름과 전화 번호까지 메모해 주더라며, 결혼식 사회를 맡기로 한 덕수의 친구는 전화 속에서 킬킬거렸다. 도대체 얼마나 질펀하게 놀았길래 그녀가 며칠 뒤 코먹은 소리로 전화까지 해 왔겠는가.

희룡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이렇게 당하고 그냥 물러난다면 성희룡이 아니다. 왕년엔 그도 학창시절 이름깨나 날리던 개구쟁이 출신이다. 교장 선생과 담임을 한 세트로 골탕먹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교장 선생님이 찾으신다”고 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뭔 죄를 진게 그리 많은지, 얼굴이 허얘져서 교장실로 뛰어들곤 했다. 담임에겐 “옆반 선생님이었는데 제가 착각했나봐요”하면 되고, 교장 선생님이 다그치면 “아, 교감 선생님이었던가요?”하고 둘러댄다. 선생님들은 몽둥이들고 운동장 끝까지 쫓아오다 웃음과 함께 포기하곤 했다.

마침내 웨딩 마치가 플로어에 울려퍼졌다. 변덕수의 결혼식이 시작된 것이다. 순백의 웨딩 드레스에 휩싸인 서봉숙 양은 아름다왔다. 깔끔한 턱시도 차림의 변덕수도 이렇게 차려입혀 놓으니 손색없는 새 신랑이다. 이 친구는 아예 대놓고 입이 쭉 째졌다. 흥. 막상 가봐라. 고생문이 훤 할테니. 성희룡은 세상 물정 모르는 새 신랑에게 증오와 연민의 감정을 함께 느꼈다. 사회가 결혼식이 시작됐음을 알리고, 신부 입장 행진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할 무렵 희룡은 슬그머니 식장을 빠져나왔다. 작전 개시 타이밍이다. 신부 대기실은 예식홀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신부의 친척인 듯한 아주머니가 홀로 대기실을 지키고 있었다. 희룡은 고개를 꾸벅한 뒤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신랑 친구인데, 신부가 약간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한다. 신랑의 부탁으로 약을 지어왔으니 신부 짐 속에 좀 넣어주시겠느냐. 아주머니는 사람좋은 미소를 띠며 약 봉지를 건네받더니 신부의 핸드백에 곧장 쑤셔 넣었다. 다시 고개를 꾸벅하고 대기실을 벗어나오는 즉시 희룡은 터지는 웃음을 마음껏 토해냈다.

약 봉지 겉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증세; 중증 성병(性病)
환자 이름; 변덕수
복용법; 매회 1봉씩. 식후 30분마다 복용할 것.
성희룡은 아침 출근 때 회사 근처 약국에 들러 이걸 마련했다. 간장(肝腸) 영양제와 비타민 아홉알 씩을 구입한 뒤 겉 봉지 하나를 부탁하니까, 약사는 친절한 미소와 함께 ‘제중약국’이라고 찍힌 봉투 한 장을 건네 주었다. 아홉 봉으로 나누어 포장해 넣고 겉봉 빈 칸을 채워넣으니 이건 누가봐도 어엿한 조제(調劑) 성병 약이었다.

주례를 맡은 구경만 선생이 비장한 목소리로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을 외치고 있다. 결혼식도 막바지에 왔다는 신호다. 제갈길, 김대박, 강수만, 허기진, 노상술 등이 함께 모여 담소 중인 틈 사이로 오만방 원장과 생불여사도 보인다. 자기 친자식 장가라도 보내는 듯 뿌듯한 표정들이다. 음모를 완성한 성희룡은 시침을 뚝 뗀 채 신랑 변덕수 옆에 서서 사진까지 찍었다.

그날 밤 8시쯤 됐을까. 제주로 신혼 여행을 떠난 덕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성희룡은 이 녀석이 어떻게 나올까 조금은 긴장하며 센드(send) 키를 눌렀다. 방방 뜰 경우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오리발 내밀 참이었다. 뜻 밖에도 녀석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리곤 느닷없이 통신대국을 신청해 왔다. 호텔 방에 인터넷이 설치돼 있는데, 갑자기 자네 생각이 나서 한 판 두려고 전화했다는 거였다.

이 놈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일까. 각본대로라면 이미 사단이 나도 크게 나야 옳을 일이었다. 신혼 여행지에 도착한 뒤, 신랑이 성병 약이나 먹고다니는 사실을 알게되고도 멀쩡하게 넘어갈 천사급 신부가 도대체 이 세상에 존재하겠는가. 하지만 이 쪽에서 먼저 궁금증을 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거지도 마쳤고, 아직 빨래 걷기엔 이른 시간이니 한 판 상대해 주는 건 어렵지 않다. 여왕 마마는 시종(侍從)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저 쪽에서 TV 드라마에 빠져 혼자 낄낄거리고 있었다. 희룡은 인터넷을 켜 변덕수와 접속했다.

바둑은 성희룡의 흑번. 덕수란 놈은 오늘따라 바둑이 시원시원하다. 탁트인 바닷가를 바라보며 꿀맛같은 신혼여행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가. [장면도]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초점은 흑△석점. 잡힌 듯 보이지만 ◎석점과 연관돼 아직 뒷 맛이 있다. 흑△이 생환하는 날엔 윗쪽 백 포위망이 오히려 잡히게된다. 희룡은 마침내 [1도] 흑 1을 선수한 후 3으로 움직여나갔다. 백의 응수는 4. 성희룡은 계속해서 [2도] 1 이하 4까지 된 뒤 5로 단수쳤다. “짜식, 혼 좀 나봐라”하는 기분으로.




하지만 백이 6으로 1선에 빠지자 아찔해졌다. 백 7을 허용해선 못견디므로 일단 7에 때렸는데, 10까지 순식간에 촉촉수에 걸려버린 게 아닌가. 그걸로 바둑은 끝이었다. 어쩔 수없이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변덕수가 기어이 골을 질러왔다. 참고도 기능을 가동해 [3도]를 띄우더니 문자로 이렇게 말해온 것이다. “애당초 흑 1로 먹여쳐 5까지 선수했으면 백이 망할 뻔 했어. 13으로 건너가게 되잖아? 크크크^_^”

성희룡으로선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었다. 당하는 김에 연속으로 당하는군. 평소엔 내 승률이 더 좋았었는데, 이 자식이 장가를 들더니 그 즉시 개안(開眼)을 했나…. 하지만 그까짓 것 바둑이야 뭐 한 판 질 수도 있는 일이다. 저 녀석은 조금 있으면 ‘성병 약’ 때문에 한바탕 치도곤을 치를 운명이다. 사태는 어디쯤 진행돼가고 있을까. 희룡은 아예 휴대폰을 켜 변덕수와 연결했다. 본격 탐색에 나선 것이다.

“제수씨는 뭐하고 계시나?”
“아, 자네 형수? 내 심부름 갔어. 담배가 떨어졌다니까 벌떡 일어나 나가더라구.”
“헉!”
“왜 그래, 자네 속이 안좋은가?”
“아니야. 근데 아직 짐은 안 클렀나보지?”
“웬걸. 워낙 깔끔떠는 성격이어서 겉옷은 도착하자마자 몽창 꺼내 옷 걸이에 걸더라구. 핸드백까지 샅샅이 정리하던걸. 하하.”
“흠. 그랬구만. 자네 오늘 피로하겠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찍 쉬게.”
“피로는 무슨…. 저녁 먹은 직후에 봉숙이 고것이 무슨 약을 꺼내더니 먹으라고 주더라구. 간장 영양제하고 비타민이라나? 그거 사흘만 먹으면 기운이 펄펄 난다면서. 딱 한번 먹었을 뿐인데 정말 그런 것 같아. 우하하….”

희룡은 일단 전화를 끊었다.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인가. 덕수 그 놈이 내가 장난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침떼는 것일까. 그러나 목소리 톤으로 봐선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핸드백을 정리하다 약봉지를 발견한 서봉숙이 빙긋이 웃고는 저 혼자 처리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약사인 언니를 도와 한 때 약국 일을 본 적이 있다는 얘기를 그녀로부터 들은 기억이 났다. 약에 대해선 반 전문가란 얘기다. 희룡은 낭패감을 못이겨 제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그 순간 오나랑의 앙칼진 목소리가 거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당신 머리털이 안빠져 몸살이 났군요. 설거지 그릇은 잔뜩 쌓아놓고…. 결혼 각서 썼던 거 벌써 잊었어요? 약속을 안지켰으니 각서 벌칙 규정에 따라 다림질도 오늘 당신이 해요.” 다림질은 유일하게 그녀의 몫이다. 그것까지 희룡이 떠맡으면 오늘 일은 새벽 2시까지 해도 다 못할 판이다. 짜증이 난 성희룡은 항의의 뜻으로 싱크대 밑에 기어들어갔다.

“나와요. 얼른 못 나와요?”
“싫어.”
“아 빨리 나와서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해야 다림질도 할 거 아니에요.”
“안나가.”
“정말 못 나오겠어요?”
“물론이지. 사내 대장부가 한 번 안나간다고 했으면 안나가는 거야.” 좁디좁은 싱크대 속에 웅크린 성희룡은 사나이답게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눈을 부릅떴다.

같은 시간 제주도의 어느 호텔 방. 담배와 함께 포도주와 마른 안주 등속을 한 아름 안고 봉숙이 들어선다. 그리곤 덕수 앞에 와 앉더니 잔잔한 어조로 입을 뗐다.
“오빠, 이건 그냥 물어보는 거니까 기분나쁘게 생각하지 마. 알았죠?”
이크. 덕수는 긴장했다. 혹시 결혼식 며칠 전 칼마시클럽 사건을 알고있는 것일까. 하지만 후속된 질문은 뜻 밖이었다.
“오빠 혹시 지금 성병 걸려있는 상태 아니죠?”
“뭣? 그게 무슨 벼락맞을 소리야?”
“한번 물어보는 거라고 했잖아. 과거에도 그런 일 없었죠?”
“무,물론이지. 그걸 말이라고 해?”

그걸로 끝났다. 봉숙은 창너머 바다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어느 새 쾌활함을 되찾은 표정으로 또다시 물어왔다.
“자기, 나 없는 동안 뭐했어?”
“음. 성희룡이 하고 통신 바둑뒀지.”
“이번에도 내기로 둔 거야?”
“응.”
“뭘 걸었는데?”
“각자 마누라 내기.”
“어머나.”
“내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아서 걸었지. 하하.”

봉숙은 생각이 깊은 타입이면서도 유머 감각 또한 남다른 여자다. 그는 남편의 기습 도발에 즉각 반격을 가해왔다.
“마누라 내기, 그거 앞으로도 하겠으면 해.”
“맙소사. 정말이야?”
“그런데 조건이 있어. 성희룡 따위론 안되고 장동건이나 원빈, 아니 참 그 사람들은 아직 총각이지. 박상원이나 차인표 정도면 언제든지 날 걸고 내기 해도 좋아. 그 이하론 금지다.”

졌다. 변덕수는 두 손을 번쩍 쳐들고 항복을 선언했다. 봉숙은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남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리곤 모기만한 소리로 속삭였다. “목욕물 받아 놓았어. 오빠 먼저 빨리 씻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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