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오늘 컨닥숑이 좋습니다요. 당구 올려야 되는 거 아닙니까요, 형님.”

“경고!”

코반의 은근한 구찌에 쿠션이 가차 없이 주의를 가한다.

“형님, 이게 무슨 경고입니까요.”

“코반이, 한번만 더 따지면 퇴장이야.”

쿠션의 강력한 제재에 코반은 입을 다문다. 그렇게 쿠션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심판이 된다.

초구 7개, 보리밭의 신들린 샷은 7개에서 멈췄다. 그것도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을 보리밭이 뒷공을 주지 않으려는 저으기 디펜스적인 샷이라 빠진 공이었다.

보리밭의 의도대로 두 개의 수구는 무슨 태권도선수 다리처럼 양쪽으로 쭉 찢어진 데다 하나는 적구 옆에 다정하게 붙어섰다. 초구부터 최악이다.

큐대에 쵸크질을 하는 삐약이의 코에서 콧김이 푹푹 나왔다.

“형님, 뭐 마실 것 좀 없습니까?”

그때 능선이 쿠션한테 걸어가며 한마디를 던진다. 그리고 능선의 손이 당구대의 어느 지점을 툭툭 쳤다. 그걸 본 삐약이의 눈이 확 떠졌다. 도무지 없을 것 같은 당구 길이 보인다.

리버스!

역회전을 준 수구가 제1적구의 옆구리를 치고 코너쪽 장축을 맞고 단축으로 반사됐다. 다시 장축으로 돌아와 보기 좋게 제2적구를 맞춘다. 

“나이쑤!! 나이쑤입니다요, 형님!!”

코반이 펄쩍펄쩍 뛰며 나이스를 외침과 동시에 보리밭과 워러의 눈이 뜨악해졌다.

적구가 옆에 붙어 있는 데도 저런 걸 생각해내다니...
아까 능선이 저놈이 당구대를 툭툭 친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란 걸 생각해낸 순간 보리밭은 능선한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능선이 너...!”

“왜요, 형님.”

“너 자식아, 왜 코치를 하는 거야.”

“제가 언제요.”

“너 물 마시러 간다면서 손으로 당구대를 툭툭 쳤잖아.”

“형님, 당구대를 치면 안됩니까.”

“그건 아닙니다요, 형님. 이 세상에 당구대를 치면 안된다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요, 형님.”

“이 자식들이 근데...”

“보리야, 좀 진정해라.”

금방이라도 한바탕 붙을 분위기를 쿠션이 끼어든다.

“거참, 나도 능선이가 마실 걸 달래서 못봤는데 말이야. 이 코치란 건 손으로 마킹하는 게 워낙에 예민한 부분이라...이런 걸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라고 하는 거지. 어쨌든 능선이 너도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

“알았어요, 형님.”

경기는 다시 계속됐지만 한번 맛이 간 보리밭은 초구 때 감각 같지가 않았다. 오히려 좋았던 감각이 떨어지자 좀처럼 회복이 안된다. 

결국 1경기는 7구 차이로 보리밭 완패.

2경기는 치열한 접전 끝에 보리밭이 쓰리쿠션에서 이긴다.

3경기는 초반부터 서로 간에 치열한 디펜스 싸움이었다. 상대방에게 공을 주지 않기 위해서 어렵게 치다보니 게임 시작 10분이 지났지만 겨우 한 개씩만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당구장 밖에서 우당탕탕...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보나마나 뻔하다. 3층의 오로기원 원장인 우당탕이다. 

우당탕은 뭐를 하든 요란하다. 전혀 소리를 낼 수 없는 일을 할 때도 우당탕은 시끄러웠다. 바둑을 둘 때도 온통 바둑알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면서 요란하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그를 우당탕이라고 부르겠는가.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데도 요란하다.

“뭐야! 삐약이 하고 보리밭이 치킨 때문에 한판 붙었다고!!”

“거 좀 조용히 하지 그래. 시합중인데...”

“내가 뭘 어쨌다고 아침부터 눈을 부라려?”

쿠션의 힐난에 우당탕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쿠션과 우당탕은 친구이면서 앙숙이다. 눈만 마주치면 싸울 기세고 말만 섞으면 언성이 높아졌다. 물론 두 사람이 원래부터 앙숙인 건 아니었다. 쓸개까지 빼줄 정도로 친한 사이인 두 사람이 앙숙이된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두 사람 그만 두고 쿠션이는 심판 안 볼거야?”

“어...봐야지. 이봐, 우탕이 오늘은 이 정도로 하지.”

독왕의 말에 쿠션이 당구대로 눈길을 돌리고 화들짝 놀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코너에 적구 두 개가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여자의 젖가슴처럼 탐스럽게 모여 있는 게 아닌가.

보리밭의 실수였다. 실수를 한 보리밭은 얼굴이 더 이상 구겨질 수 없을 만큼 구겨졌고 삐약이는 벌어지는 입을 감추지 못하고 신중하게 큐대에 쵸크질을 한다.

여기서 게임은 끝날 수도 있다. 그것도 상당한 스코어 차이로...

다음에 바둑이 있으니까 최대한도로 스코어를 벌려놓아야 한다.

거리는 1미터 정도.

수구방향에서 적구의 각도는 2시방향.

힘조절이 중요하다.

최대한도로 적은 힘으로 굴러가도록...

천천히...천천히...천천히...

삐약이는 천천히를 되뇌며 예비샷을 하고 천천히 스트록을 한다.

그 순간!

당구장에 있는 16개의 눈동자는 일제히 당구알만큼 커졌다.

그리고 8개의 입에서는 탄성이 베토벤의 합창처럼 튀어나온다.

아~~~~~~~~~~~~~~~~~~~~~~~~~!

천천히...그 천천히 친다는 것이 너무 천천히였다.

큐대에 맞은 수구는 마치 90살 노파처럼 비실비실 굴러가다 멈춘다. 수구가 굴러간 거리는 겨우 해야 10센티 정도.

천천히 쳐야한다는 생각에 머리는 백샷을 명령을 내렸는데 팔의 근육이 머리의 명령을 무시하고 그만 전진하고 만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예비샷에서 수구를 건드렸다는 얘기다.

삐약이는 눈물이 핑 돈다. 성질 같아서는 큐대를 부러트리고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그저 보리밭이 코너에서 적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얄밉게 힘조절하며 수구를 치는 모습을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악몽같은 시간이다. 차라리 “아줌마, 났어요!!”를 외치고 싶다. 당구를 치는 보리밭형님의 팔을 부러트리고 싶다. 당구대를 들어서 엎어버리고 싶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하나도 하지 못하고 결국 “아줌마, 났어요!”는 보리밭이 외친다.

그렇게 당구는 끝났다.

2대1, 보리밭 승.

총점수 보리밭 +7점.

삐약이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바둑에서 2대0으로 이기든지 아니면 2대1로 이겨도 총 집수가 35집 이상이어야 한다.

이제 경기는 3층 기원으로 이동해 계속된다. 그러나 당구에서 진 데미지가 컸는지 삐약이는 1국에서 12집반 차이로 진다. 

당구에서 7점이면 35집, 1국의 집차이 12집반.

합쳐서 무려 47집반 차이다.

47집반이고 뭐고 당장 2국을 이겨야한다. 이것이 마지막 판이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삐약이는 절박했다. 그 절박함이 바둑판에 묻어난다.

초반부터 치열하게 부딪치는 삐약이다.

반상무인, 현재 삐약이에게는 오직 바둑판만이 보일 뿐이었다.

2국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건물주인 녹차가 들어온다.

“삐약이 하고 보리가 붙었다고?”

“형님, 오셨습니까.”

녹차가 들어오자 전부 다들 정중하게 인사한다. 녹차한테 잘못보이면 국물도 없다. 오로동 최고의 갑부 아닌가. 오로다방 건물뿐만 아니라 건물만해도 3개에 집을 다섯 채나 가지고 있다. 거기다 현찰은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억단위에서 10억단위까지 소문만 파다할 뿐이다. 단지 거래 은행 지점장이 녹차만 나타나면 현관까지 맨발로 뛰어나와 인사하는 건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사실이다.

“그래, 어떻게 됐어?”

“삐약이가 당구에서는 졌고 바둑도 1국은 졌습니다.”

“허허...그래? 어디보자...음, 이건 삐약이가 유리하구먼...”

유리해봤자 겨우 덤에서 왔다갔다 하는 차이다.

결국 삐약이의 3집반승.

이제 마지막 승부인 3국.

현재까지 점수 차이는 44포인트.

삐약이가 이기려면 44집반을 이겨야한다.

흑을 쥔 삐약이의 눈에서 핏발이 선다.

이겨야한다, 그것도 큰 점수 차이로...그러려면 평범하게 둬서는 안된다. 대마를 잡아야한다.

그러나 이미 큰 점수로 앞서고 있는 보리밭이 삐약이의 뜻을 받아줄 리가 없다. 

져도 좋다. 44집 이하로만 진다면...

보리밭은 말을 키우지 않고 그저 조금씩 살 뿐이었다. 삐약이가 한쪽을 떼먹으면 그 떼먹은 만큼 다른 곳에 집을 짓는다. 국면은 삐약이가 유리하지만 집 차이는 10집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

바둑이 중반을 넘자 이미 판은 곳곳이 결정돼버린다. 미생마가 없는 보리밭이다.

삐약이는 한동안 바둑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돌을 던진다. 바둑을 이기고도 던지는 희한한 모습이다.

그렇게 치킨전쟁은 끝난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무려 7시간동안의 처절한 전쟁.

보리밭의 승리로 보리밭은 공식으로 치킨을 판매해도 좋다는 전리품을 의기양양하게 따낸다.

“어이, 삐약이, 미안하네. 하지만 우리동네에 치킨집이 두 개라고해서 망하는 건 아니잖아.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은 어떻게든 다 먹고살게 돼 있는 거라구...암튼 다 잊고 오늘은 내가 한잔 살 테니까 코가 삐투러지게 한번 마셔보자구...”

“됐습니다, 형님.”

“삐약아...”

기원을 나가려는 삐약이를 말리는 능선이다.

“왜이래, 너답지 않게...같이 한잔해.”

“아냐, 난 가게문도 열어야하고...같이 한잔하고 와.”

“가게야 한잔하고 열어도...”

능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삐약이는 기원을 나간다.

“허어...저 친구, 그렇게 안봤는데 쫌생이네.”

“삐약이는 삐약이고 일단 뭐 좀 먹으러 가자구.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보리밭의 말에 워러가 가로막고 나선다. 더이상 놔두면 감정만 상할 뿐이다.

“그래, 자자...다들 나갑시다.”

그날 오로동은 잔칫날 같았다. 보리밭은 오로동을 온통 휩쓸고 다니며 인심을 베풀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술이고 음식이고 닥치는 대로 사줬다. 기분 좋은 날 아닌가.

그날 보리밭이 잔치에 쓴 돈만해도 족히 100만원은 됐을 것이다. 당시 100만원이라면 상당한 거금이다. 그까짓 100만원, 오늘 같은 날이라면 1000만원을 써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저녁 늦게 보리밭은 잔뜩 취한 채 갈지자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전파상 검단이가 가게문을 닫고 있다. 보리밭으로서는 썩 달갑지 않은 녀석이다. 나이도 두 살이나 어린놈이 언제나 반말투다. 거기다 나무토막같이 무뚝뚝하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지나칠 보리밭이었지만 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에는 저절로 인사가 나온다.

“어이, 검단이, 이제 문 닫는가?”

“사람이 그러는 게 아냐.”

보리밭의 인사에 고개도 안 돌리고 가게문을 닫으면서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뱉는 검단이다. 이놈이 또 무슨 시비인가 싶어 보리밭의 눈이 휘번득해진다.

“이봐, 그게 무슨 말이야.”

“자기 밥그릇 챙겼으면 됐지 겨우 밥이나 먹는 사람 밥그릇은 왜 탐을 내.”

삐약이 얘기다. 

“어이, 검단이, 아마 삐약이 얘기를 하는 모양인데...삐약이가 왜 겨우 밥이나 먹는 놈이야? 이 오로동에서 삐약이만큼 돈 잘 버는 놈 있어? 삐약이 그놈 하루에 통닭 50마리씩 파는 놈이야. 그게 겨우 밥이나 먹는 놈이냐구?”

“많이 팔면 뭐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인데.”

검단이는 가게문 열쇄를 잠그고 비로소 보리밭한테 고개를 돌린다.

“무슨 말이야 그게...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니...”

“삐약이 그놈 어머니 병수발한 거 알지?”

“알지. 5년동안 어머니 병수발로 고생고생했지. 작년에 돌아가셨잖아.”

“그래, 그런데 이번엔 그놈 마누라야.”

“마누라? 그놈이 마누라가 어딨어. 몇 년 전에 쌀집 황가놈 하고 눈이 맞아서

도망갔잖아.” 

“도망가도 삐약이 그놈한테는 마누라인 모양이지.”

“뭐여? 도대체 뭔 이바구야?”

“나도 우연히 삐약이 가게에 전기수리 갔다가 그놈 전화하는 걸 들었는데 그 여자 위암인 모양이더군. 그래서 한달에 병원에 들어가는 돈만 200만원이 넘는다는 거야.”

보리밭은 어이가 없다. 남의 남자하고 눈이 맞아 도망간 여자 병수발로 한달에 200만원이 넘는 돈을 쓰다니...그거 미친놈 아닌가. 

“삐약이, 그거 미쳤군.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야.”

“이봐, 보리야. 세상 살면서 말이지. 그렇게 한번쯤 미쳐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 우리야 그렇지. 헤어지면 남남이고 계산기나 두들기고...그것에 비하면 삐약이 그놈이 훨씬 행복한 거야.“

“개떡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게 미친놈이지 제정신이야?”

“그거야 자네 맘대로 생각하라구...암튼 치킨 많이 팔아서 자자손손 잘먹고 살아봐.”

검단이는 비아냥대는 말투를 뒤로 하고 휘적휘적 걸어간다.

“저 자식이...!”

보리밭은 당장 달려가서 걸어가는 검단이의 뒤통수를 냅다 갈겨줄 마음을 꾹 누르며 담배에 불을 붙이며 중얼거린다.

“미친새끼!”

드디어 튀김기가 들어오는 날. 보리밭 가게는 잔뜩 들떠있었다. 보리밭 마누라와 탱자는 알몸인 닭에 양념을 묻히면서 연신 신이 난 모습이다.

“탱자야, 하루에 20마리만 팔면 돼. 알았지?”

“걱정마세요 사모님. 제가 온몸을 바쳐 팔 거여요.”

탱자가 온몸을 바친다는 건 손님이 통닭을 시키면 닥치는 대로 먹는 것이리라. 탱자가 먹는 양에 따라 보리밭의 매상이 달라질 것이다.

“그나저나 이 양반은 어디 갔지. 아까부터 안보이네.”

“사장님이요? 아까 나갔는데요.”

“3시에 튀김기 들어온다고 그랬는데 어딜 간 거야?”

그 시간 보리밭은 오로다방에 앉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재떨이가 수북한 게 꽤 오랫동안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보리밭이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끄는 순간 삐약이가 들어선다.

“삐약아, 여기다.”

아마 삐약이와 약속이 된 모양이다.

“무슨 일이우?”

삐약이는 보리밭 얼굴을 정면으로 보기 싫은 듯 삐딱하게 걸터앉으며 묻는다.

“임마, 아무리 그래도 얼굴은 쳐다봐. 무슨 웬수냐?”

“아...용건만 말해요. 나 바빠요.”

“그래, 거두절미하고 너 돈 있냐?”

“돈이요? 왜요? 튀김기 사는 데 부족해요?”

“암튼 있어, 없어?”

“많이는 없어요. 100만원쯤 있을 거요.”

“그래...그럼 튀김기 니가 사라.”

이게 무슨 말인가. 삐약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무슨 말이요, 그게...”

“튀김기는 주문해놨는데 취소가 안된단다. 그러니 니가 책임져. 너 지난번에 튀김기 바꿀 때 됐다고 그랬지?”

삐약이가 무슨 말인가 보리밭을 멍한 눈으로 바라본다.

“나 치킨 그거 안한다, 관둘란다.”

“형님.”

“이유는 묻지 말고 니가 튀김기나 책임져. 튀김기 니 가게로 가져오라고 그랬으니까 빨리 가봐. 올 때 됐을 거야.”

“형님, 도대체...”

“아. 여러 말 말고 빨리 가보라니까! 나 맘 바뀌기 전에...”

보리밭이 신경질적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자 삐약이가 엉거주춤 일어나 황급하게 오로다방을 나간다.

“젠장! 이놈의 사는 게 뭔지...”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마담! 일루와 봐!”

“왜 그래?”

보리밭이 부르자 나마담이 보리밭 옆에 팔짱을 끼고 전봇대처럼 선다. 

한다! 하고야만다! 눈 한번 질끈 감으면 된다, 보리야!

보리밭은 눈을 질끔 감고 어금니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허공으로 올라가는가 싶더니 크게 원을 그리며 나마담의 풍만한 엉덩이를 철썩...때렸다.

오오...이 탄력성! 이 질감!
보리밭의 손끝에 전달해오는 느낌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보리밭의 눈이 하트로 변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별똥이 튀었다.

보리밭이 기억하는 건 거기까지였다.

붕대로 칭칭 머리를 감은 보리밭의 눈은 풀려 있었다.

“이 정도이길 다행입니다. 하마트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의사의 말에 보리밭 마누라는 보리밭의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그 시간에 뭐하러 다방엘가서 계단에서 구르냐구...”

“사모님 진정하세요. 환자한테 자극을 주면 안됩니다.”

“그럼 언제나 돼야 정상이 될까요? 우리가 치킨을 해야 하는데...”

“뭐라고 장담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당분간은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보리밭의 마누라는 다시 통곡을 한다.

이로써 치킨판매는 물건너 갔다.

만약 무조건 치킨파는 걸 포기하자고 했으면 보리밭 마누라는 펄쩍 뛰었을 것이다. 보리밭 마누라가 들고 나서면 막을 길이 없다. 결국 보리밭은 나마담의 짱돌마사지를 받기로 한다. 고육지책이고 살신성인이었다.

보리밭으로서는 정말이지 이를 악물고 결행한 것이지만 살신성인, 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싶다. 아마 두 번 다시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하나 얻은 게 있다면 정말이지 리얼하게 나마담의 엉덩이를 만져봤다는 것이다.

역시 나마담의 엉덩이는 좋았어  (♥.♥) 

<치킨전쟁 편 끝, 3편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