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이게 정말인가?”
내가 제출한 학위 논문 초고를 살펴보던 정수현(학위 논문 지도) 교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논문 초고에서 내가 내세운 가설(假說)이란
1. 일본과 대만, 한국 내에서 이제까지 발간되었던 거의 모든 현현기경(玄玄棋經) 관련 책자들은 실제 현현기경 원본과 사뭇 다르다.
2. 현현기경의 저자(편저자) 겸 제작자는 안천장과 엄덕보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서문을 써준 우집과 구양현이 직간접적으로 편집과 제작에 관여했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
등인데, 만약 이런 가설들이 받아들여진다면 이제까지 한국과 일본, 대만 내에서 발간되었거나 이미 발표되었던 수많은 현현기경 판각본, 책자들과 관련 논문들이 불가피한 수정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니 그 놀라움과 파장이 어떠하리라는 건 대강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이런 가설에 대해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정수현 교수에게 내가 이에 대한 참고 문헌 및 근거 자료들을 제시하니 정교수는 한 번 더 이를 면밀히 검토해 보고난 후,  마침내 결단을 내려주었다.
이제부터 내 학위 논문 주제를 ‘현현기경의 특성 및 가치에 대한 연구’로 바꾸라고…….

원래 난 학위논문 프로포절(proposal)을 ‘사활 묘수 패턴에 관한 연구’로 했었고, 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 대만, 한국 내의 각종 사활 문제 자료들을 수집 정리하고 조사해 왔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활문제집의 원조 격인 현현기경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국내외 여러 종류의 현현기경 책자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나는 크게 의아한 점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현현기경)은 서로 똑 같은데 어찌 본문 내용이 이토록 서로 다를 수가 있을까!
심지어 서문을 쓴 지은이의 본문 글 내용이나 목차 배열 등등이 서로 크게 다름을 알고 나는 큰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친 김에 나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내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현현기경 책자들과 이와 관련된 논문들을 실제로 구입하거나 탐색해 보았고, 이에 대한 지식을 보충하고자 전문가(역사학자, 한문학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문까지 구해 보았다.
그 결과 내가 어설프게 내세웠던 가설들이 신기하게 하나 둘씩 맞아들어 갔고, 나중에는 어떻게 해서 이런 놀라운 일(일본 한국 대만 등지에서는 현현기경이 실제 원본 현현기경과 다르게 변형 출간되었다는 사실과 현현기경 서문 저자들이 현현기경의 제작 편집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들이 어떻게 해서 벌어질 수 있었는가?에 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할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모든 학문에는 특히 고문헌을 참고자료로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어떠한 학술적 주장이 곧바로 용납되기 어렵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제시한 인용 근거 자료나 참고문헌으로 어느 누가 검증을 해보더라도 똑같은 결과치가 나오게 된다면 그것은 하나의 학설로서 받아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둑 미디어 보급에 공이 아주 많으신 이청 작가님의 사이버 오로 칼럼 '2014. 6. 10자 현현기경 저자를 생각한다' 본문 가운데 ‘최남선이 1940년에 말한 대로 서로 베끼고 서로 교란하며 원본이 의심갈 정도라 했을 만큼 정리 정돈이 안 된 것이 현현기경의 본질(?)’ 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런 의문 등등은 앞으로 이곳 ‘ 현현기경 해설’ 란에서 말끔히 모두 해소되리라 믿는다.
다음 회 부터는 현현기경의 본격적인 실체 규명에 들어가기로 하겠다.